
얼마 전 비트코인이 8만 달러 근처까지 밀리자 매수세가 돌아왔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반등 한 번으로 추세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2026년 남은 기간의 비트코인 전망을 보려면 가격이 어디서 버텼는지, 그 뒤에 실제 돈이 들어왔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내가 지금 보는 숫자는 8만 달러, 8만 7,500달러, 현물 ETF 자금 흐름, 그리고 온체인 매도 규모다.
8만 달러는 지지선이 아니라 검증 구간이다
글래스노드 집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0월 15일 장중 약 8만 100달러까지 내려갔다가 다음 시간봉에서 다시 올라왔다. 미국 현물 ETF 보유 물량의 추정 평균 취득 단가는 약 8만 1,500달러, 추적 대상 기업 보유 물량의 평균 취득 단가는 약 8만 200달러다. 두 집단의 원가가 겹치는 곳에서 매수가 나온 셈이다.
다만 원가가 겹친다고 가격이 반드시 지켜지는 건 아니다. 글래스노드가 관찰한 바이낸스 현물 호가창에서는 8만 달러 부근 매수 주문이 한 차례 소화된 뒤 다시 쌓였다. 호가창 주문은 체결 전에 취소할 수 있다. 그래서 주문량보다 일봉 종가와 실제 거래량을 더 신뢰한다. 8만 달러 아래에서 거래량을 동반한 종가가 반복되면, 평균 취득 단가가 지지 역할을 한다는 가정부터 다시 봐야 한다.
그 아래에서 확인할 구간은 글래스노드가 추정한 활성 투자자의 평균 원가 약 7만 7,600달러다. 이 수치는 다음 가격을 보장하는 목표가가 아니다. 8만 달러가 무너졌을 때 수급이 다시 시험받을 수 있는 지점에 가깝다.
8만 7,500달러 위에서는 매도 물량을 봐야 한다
위쪽도 가볍지 않다. 10월 21일 기준 글래스노드가 관찰한 바이낸스 현물 매도 주문은 8만 6,500~8만 7,500달러에 두껍게 놓여 있었다. 선물 청산이 몰릴 것으로 추정되는 가격대도 8만 5,000달러와 8만 7,000달러 부근이다. 가격이 빠르게 뛰더라도 숏 포지션 청산에 따른 일시적인 매수와 신규 현물 수요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과거 6~12개월 사이 움직인 비트코인의 평균 취득 단가도 약 8만 8,000달러다. 그 부근에 도달하면 본전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글래스노드는 올해 1월 가격이 이 집단의 원가에 닿은 뒤 3분의 1 넘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반응이 그대로 반복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8만 7,500~8만 8,000달러를 넘은 뒤에도 며칠간 가격을 유지하는지 확인할 근거는 충분하다.
ETF 유입은 하루보다 연속성이 중요하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의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집계를 보면 10월 5~9일 순유출은 약 6억 7,890만 달러, 12~16일 순유출은 약 2억 2,840만 달러였다. 이후 19일 약 5억 2,670만 달러, 20일 약 2,320만 달러, 21일 약 5억 2,48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매수세가 돌아온 신호는 맞지만, 앞선 유출 기간까지 지우는 숫자는 아니다.
특히 19일과 21일의 큰 유입 사이에 20일 유입 규모가 크게 줄었다. 며칠치 합계만 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글래스노드는 ETF 거래량의 30일 평균이 1년 전 수준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거래량까지 늘어야 매수 참여층이 넓어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가격만 먼저 오르고 거래가 따라오지 않으면 상단에서 매물이 나올 때 다시 밀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온체인 매도 둔화는 긍정적이지만 단독 신호는 아니다
온체인에서는 급한 매도가 잦아든 흔적이 보인다.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장기 보유자의 실현 손실은 8월 12일 고점에서 약 85% 감소했다. 10월 중순의 실현 이익 규모도 9월 고점 당시와 비교해 대략 절반 수준으로 둔화됐다. 손절 압력과 차익 실현 압력이 함께 약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거래소 보유량은 더 조심해서 읽는다. 글래스노드가 공개 준비금 주소를 추적한 거래소 11곳 중 6곳은 1년 전보다 비트코인 보유량이 줄었다. 그렇다고 시장 전체의 매도 가능 물량이 같은 비율로 감소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거래소 간 이동, 수탁 방식 변화, 집계 주소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내 지갑에서 거래소로 보낸 코인도 입금 목적만으로 매도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는다.
지금은 8만 달러 위에서 버티는 힘과 8만 7,500달러 위 매물을 흡수하는 힘을 따로 봐야 한다. ETF 순유입이 이어지고 현물 거래량이 늘면서 상단을 넘어선다면 회복 쪽에 무게를 둘 수 있다. 반대로 8만 달러 아래 종가가 반복되면 7만 7,600달러 부근까지의 위험을 먼저 계산하는 편이 맞다. 방향을 미리 맞히려 하기보다, 어느 숫자에서 내 판단이 틀렸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