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 상품을 기획할 때 혜택표의 10%보다 먼저 보던 숫자는 전월실적과 월 할인한도였습니다. 10% 할인이라도 한도가 1만 2천 원이면, 대상 업종에서 12만 원을 쓴 뒤에는 할인율이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카드 추천을 받을 때도 같은 순서로 계산하는 게 맞습니다.
아래 금액은 특정 판매 상품의 조건이 아닙니다. 소비 패턴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려고 만든 세 가지 가상 카드입니다. 실제 카드는 신청 시점의 상품설명서로 조건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1. 월 60만 원을 쓰는 사람은 할인 업종부터 본다
비교할 카드는 세 장입니다. A 신용카드는 연회비 1만 원에 전월실적 조건 없이 적격 결제액의 0.8%를 돌려줍니다. B 신용카드는 연회비 1만 5천 원, 전월실적 40만 원 이상일 때 지정 업종 10% 할인, 월 통합한도 1만 2천 원입니다. C 체크카드는 연회비 없이 적격 결제액의 0.5%를 돌려줍니다. 계산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 B에는 지정 업종 외 혜택이 없고, 세 카드 모두 예시에서 밝힌 적격 결제액에만 혜택이 붙는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매달 60만 원을 쓰고 그중 12만 원이 B의 할인 업종이라면, B의 월 할인액은 1만 2천 원입니다. 전월실적을 매달 채웠다는 전제에서 연간 혜택 14만 4천 원에서 연회비를 빼면 12만 9천 원이 남습니다. A는 월 4천 800원, 연회비를 뺀 연간 순혜택이 4만 7천 600원입니다. C는 월 3천 원으로 연간 3만 6천 원입니다.
이 패턴에서는 B가 유리합니다. 다만 지정 업종 지출이 12만 원을 넘어도 B의 할인액은 늘지 않습니다. 월 30만 원을 해당 업종에서 쓴다고 ‘10%니까 3만 원’으로 계산하면 실제보다 월 1만 8천 원을 크게 잡는 셈입니다.
2. 월 40만 원을 써도 실적 인정액은 다를 수 있다
이번에는 월 결제액 40만 원 중 8만 원이 B의 전월실적에서 제외되는 항목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인정액은 32만 원이라 B의 다음 달 할인 조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이런 달이 계속되면 B의 연간 할인액은 0원이고, 연회비 1만 5천 원만 부담합니다.
A와 C에도 그 8만 원은 혜택이 붙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계산 대상은 각각 32만 원입니다. A의 연간 순혜택은 32만 원 × 0.8% × 12개월 − 1만 원, 즉 2만 720원입니다. C는 32만 원 × 0.5% × 12개월로 1만 9천 200원입니다. 카드 사용액 40만 원이라는 숫자만 보고 B를 고르면 계산이 완전히 뒤집힙니다.
실적 제외와 할인 제외는 따로 읽어야 합니다.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의 상품 안내를 봐도 상품마다 상품권·선불 충전, 공과금, 무이자할부, 특정 온라인 결제 등의 취급이 다릅니다. 어떤 결제가 혜택 대상이어도 전월실적에서는 빠질 수 있고, 반대 경우도 상품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월말에 실적을 맞추려고 추가 결제하기 전에는 카드 앱에 표시된 인정 실적을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3. 월 20만 원대라면 연회비부터 회수되는지 본다
지정 업종을 거의 쓰지 않고 매달 적격 결제액이 20만 원인 사람을 보겠습니다. A의 연간 순혜택은 20만 원 × 0.8% × 12개월 − 1만 원으로 9천 200원입니다. C는 20만 원 × 0.5% × 12개월로 1만 2천 원입니다. 이 경우에는 적립률이 낮아도 연회비가 없는 C가 2천 800원 앞섭니다. B는 전월실적도 채우지 못하고 할인 업종 지출도 없어 맞지 않습니다.
A가 C보다 유리해지는 지점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두 카드의 적립률 차이는 0.3%포인트입니다. 연회비 1만 원을 이 차이로 회수하려면 연간 적격 결제액이 약 333만 4천 원, 월평균 약 27만 8천 원을 넘어야 합니다. 두 카드의 제외 항목이 같고 매달 비슷하게 쓴다는 가정에서만 성립하는 숫자입니다.
할인율보다 먼저 확인할 4가지 숫자
- 최근 3개월의 월평균 결제액 중 전월실적으로 인정되는 금액
- 할인 업종에서 실제로 쓰는 월평균 금액
- 업종별 한도와 월 통합한도 중 더 먼저 닿는 한도
- 연간 예상 혜택에서 연회비를 뺀 금액
B처럼 10%를 돌려주는 카드도 전월실적을 안정적으로 채워야 계산이 시작됩니다. 월 60만 원을 모두 적격 결제로 쓰는 앞선 사례에서는 지정 업종 지출이 월 약 5만 2천 200원을 넘어야 B의 연간 순혜택이 A를 앞섭니다. B의 월 할인한도 1만 2천 원에 닿는 지점은 월 12만 원입니다. 그 사이에서는 지정 업종 지출이 늘수록 B의 이점도 커집니다.
제외 항목은 카드마다 달라 이 숫자를 그대로 다른 상품에 옮겨 쓸 수는 없습니다. 카드 추천 목록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랐다면, 지난 석 달 결제 내역에 그 카드의 실적·할인 제외 조건을 적용해 보는 게 좋습니다. 혜택표의 최대 할인액보다 그렇게 계산한 연간 순혜택이 실제 생활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