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된장 양념 돼지고기를 구우면 같은 재료를 써도 맛이 제각각 나옵니다. 대개 양념보다 불 조절에서 차이가 나요. 경주 교동집밥의 메뉴를 보다가 맥적구이 가정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된장으로 맛을 낸 고기에 밥과 반찬을 곁들이는 한 상이라 집에서도 해 먹기 좋겠더군요. 아래 방법은 그 식당의 조리법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제가 주방에서 쓰던 계량으로 만든 집밥용 맥적구이입니다.
고기 400g에 된장 1큰술부터 잡아요
2인분 기준 돼지고기 목살 400g을 준비합니다. 두께는 1cm 안팎이 다루기 편해요. 너무 얇으면 양념이 타기 전에 고기가 마르고, 너무 두꺼우면 겉을 익히는 동안 속이 늦게 익습니다. 구이용 목살이 없으면 앞다리살을 써도 됩니다. 앞다리살은 두께 5~7mm 정도로 썰린 것이 좋고, 굽는 시간은 목살보다 짧게 잡습니다.
양념은 된장 1큰술(약 18g), 진간장 1작은술(5ml), 설탕 1작은술(4g), 다진 마늘 1작은술(5g), 맛술 1큰술(15ml), 물 2큰술(30ml), 참기름 1작은술(5ml)입니다. 된장의 짠맛은 제품마다 달라서 처음부터 된장을 더 넣지 않는 편이 안전해요. 맛술이 없으면 물을 같은 양 더하고 설탕을 반 작은술만 추가하세요. 단맛이 싫다면 설탕은 반 작은술로 줄여도 고기는 잘 구워집니다.
- 목살 400g을 200g씩 나눠 두면 팬에서 겹치지 않게 굽기 쉽습니다.
- 곁들일 채소는 양파 반 개와 대파 한 대면 충분합니다. 둘 중 하나만 있어도 괜찮아요.
- 밥과 김치, 데친 나물 한 가지만 있어도 한 상이 됩니다. 반찬을 여러 가지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양념에 물을 넣고 고기는 짧게 재워요
먼저 목살의 가장자리 지방과 살코기가 만나는 곳에 2cm 간격으로 얕은 칼집을 냅니다. 익으면서 고기가 오그라드는 것을 줄여줘요. 표면의 핏물은 키친타월로 눌러 닦습니다. 물에 씻으면 표면에 물기가 남아 양념이 묽어지고 팬에서도 잘 갈변하지 않아요.
양념 재료를 섞어 된장 덩어리를 푼 뒤 고기에 골고루 바릅니다. 물 2큰술은 싱겁게 만들려고 넣는 게 아닙니다. 된장이 얇게 펴져 한곳에 뭉치지 않도록 돕고, 팬에서 양념이 바로 타는 것도 늦춰줍니다. 고기는 냉장고에서 20~30분만 재우세요. 오래 재우면 더 맛있을 것 같지만 짠 된장이 고기 표면에 계속 닿아 있어 맛이 세질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맥적구이를 만들 때 고기를 밤새 재웠다가 밥 없이 먹기 어려울 만큼 짜게 만든 적이 있어요. 시간이 없으면 10분만 재워도 됩니다. 그 대신 고기를 팬에 올리기 직전 양념을 손으로 한 번 더 고르게 펴주세요. 양파는 5mm 두께로, 대파는 손가락 길이로 썰어 둡니다.
중불로 시작해 약불에서 속까지 익혀요
팬을 중불에서 1분 정도 데운 뒤 식용유 1작은술을 얇게 펴 바릅니다. 고기에서 기름이 나오니 처음부터 많이 두를 필요는 없어요. 고기를 올릴 때 가볍게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면 적당합니다. 연기가 날 만큼 팬이 뜨거우면 불을 끄고 잠깐 식힌 다음 시작하세요. 된장과 설탕이 든 양념은 센 불에서 금세 검어집니다.
목살은 한 번에 200g씩 올리고 중불에서 첫 면을 약 2분, 뒤집어 2분 굽습니다. 그다음 약불로 낮춰 2~3분 더 익혀요. 고기 두께와 팬에 따라 시간은 달라집니다. 가장 두꺼운 조각을 잘라 가운데에 붉은빛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남아 있다면 약불에서 조금 더 굽습니다. 식품용 온도계가 있다면 두꺼운 부분의 중심이 63℃에 이른 뒤 3분 쉬게 하는 기준을 쓸 수 있어요.
고기를 처음부터 자꾸 뒤집으면 팬 온도가 떨어지고 표면에 색이 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갈색이 너무 빨리 짙어지면 속까지 익기 전에 양념이 타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때는 불을 낮추고 물 1큰술을 팬 가장자리에 둘러 뚜껑을 1분 덮으세요. 물을 고기 위에 붓지 않아야 양념이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지 않습니다. 물기가 사라지면 뚜껑을 열어 표면을 잠깐 더 구우면 됩니다.
짠맛과 탄맛은 상에 내기 전에 잡아요
구운 고기는 바로 썰지 말고 접시에서 3분 쉬게 합니다. 그사이 같은 팬에 양파와 대파를 넣고 중약불에서 2~3분 볶아요. 팬 바닥에 남은 양념이 채소에 묻어 별도 간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바닥에 검게 탄 양념이 있다면 그대로 볶지 말고 팬을 닦아낸 뒤 새로 시작하세요. 탄맛은 채소로 가려지지 않습니다.
한 조각 먹어 봤는데 짜다면 남은 양념을 졸여 얹지 마세요. 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하지 않은 양파와 함께 내고, 밥 양을 조금 늘리는 편이 낫습니다. 단맛이 강하면 식초 몇 방울을 넣은 생채나 김치를 곁들이면 입안이 덜 무거워져요. 이미 겉이 탔는데 속이 덜 익었다면 탄 부분을 떼고 고기를 잘게 썰어 물 2큰술과 함께 약불에서 익히세요. 그릇에 담을 때는 익힌 정도를 다시 확인합니다.
경주 교동집밥 같은 가정식 한 상을 떠올리며 차리더라도, 집에서는 고기와 밥에 채소 한 접시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된장 양념은 강한 불로 맛을 내기보다 얇게 바르고 천천히 익힐 때 고기 맛이 살아나요. 저는 이 구이를 할 때 반찬 가짓수보다 팬 앞에서 불을 한 번 낮추는 타이밍을 더 신경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