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로 피어난 거창의 기억

국화로 피어난 거창의 기억

경남 거창군 신원면 거창사건추모공원이 오색 국화로 물들었다. 제19회 거창사건추모공원 국화관람회가 2026년 10월 19일부터 11월 1일까지 14일 동안 열린다. 올해 관람회의 주제는 ‘가을의 절정, 국화로 피어나다’이다.

이번 행사는 화려한 국화와 여러 조형물을 감상하는 자리인 동시에 거창사건의 희생자를 기억하고 위로와 치유, 평화와 화합의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공원 곳곳에는 빨강과 흰색, 보라색 등 다양한 빛깔의 국화가 피어 가을 풍경을 이루고 있다.

축제가 아닌 관람회

거창사건추모공원에서 열리는 행사는 ‘축제’가 아니라 ‘관람회’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무고한 희생과 아픈 역사가 남아 있는 장소의 성격을 고려하면서도, 이곳을 무겁고 어두운 공간으로만 남겨두지 않으려는 의미가 담겼다.

관람객은 국화와 조형물을 천천히 둘러보며 과거의 희생을 기억하고 밝은 내일을 생각할 수 있다. 추모의 의미와 가을꽃 관람이 한 공간에서 이어지도록 구성된 점이 이번 행사의 특징이다.

국화는 이곳에서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상처를 위로하고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매개가 된다. 추모공원의 역사적 의미를 지키면서도 방문객이 밝은 마음으로 공간을 돌아볼 수 있도록 관람 중심의 행사로 운영된다.

기억해야 할 거창사건

거창사건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국군 제11사단 예하 제9연대와 제3대대 병력에 의해 무고한 양민 약 719명이 희생된 비극이다. 당시 제11사단장은 최덕신 준장, 제9연대장은 오익경 대령, 제3대대장은 한동석 소령이었다.

희생자 가운데 15세 이하 어린이는 364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6세부터 60세까지는 295명, 60세 이상은 60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자 333명과 여자 386명이 희생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군인들은 시신 위에 마른 나무와 기름을 뿌려 불태웠으며, 어린이들의 시신을 골라 홍동골 계곡으로 옮겨 암매장했다. 이후 희생자들이 공비와의 전투 과정에서 숨진 것처럼 사건을 왜곡했다.

1951년 3월 29일 거창 출신 신중목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사건의 진상을 폭로했고, 이후 합동진상조사단이 구성됐다. 그러나 당시 경남 계엄민사부장 김종원 대령 등이 사전에 모의해 수영더미재에서 조사단을 향해 총격을 가하며 조사를 방해했다.

유족과 지역사회는 오랜 세월 동안 진상 규명과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온전한 진상 규명과 실질적인 명예 회복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관련 역사 기록은 거창사건추모공원 역사교육관에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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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테마 정원

공원 안에는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다섯 가지 테마 정원이 조성됐다. 관람 동선은 추모문에서 위패봉안각과 추모광장, 참배광장, 추모마당을 거쳐 이벤트광장으로 이어진다. 관람객은 각 구간에서 국화와 조형물, 휴식 공간과 특별전시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

구간테마장소와 주요 내용
1구간환영의 꽃길추모문에서 위패봉안각까지 이어지며 화려한 나비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2구간추억의 정원추모광장을 중심으로 국화를 감상하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3구간희망의 들녘참배광장에 조성됐으며 국화를 통해 희망과 치유의 의미를 전한다.
4구간동심의 꽃미로추모마당에서 꽃미로와 여러 모형 전시를 체험할 수 있다.
5구간미래의 국화정원이벤트광장에서 경상남도 국화 신품종을 소개하는 특별전시가 펼쳐진다.

첫 구간인 환영의 꽃길에서는 나비 조형물과 국화가 어우러진다. 이어지는 추억의 정원은 관람 중 잠시 머물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꾸며졌다. 참배광장에 마련된 희망의 들녘은 국화가 전하는 희망과 치유에 초점을 맞춘다.

추모마당의 동심의 꽃미로에서는 미로와 모형 전시를 체험할 수 있다. 마지막 미래의 국화정원에서는 경상남도가 육성한 국화 신품종을 살펴볼 수 있다. 다섯 구간은 환영과 추억, 희망과 동심, 미래라는 흐름으로 연결된다.

색으로 채워진 가을 풍경

흔히 국화를 노란 꽃으로 떠올리지만 관람회 현장의 모습은 한 가지 색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빨간색과 흰색, 보라색을 비롯한 여러 빛깔의 국화가 각각 다른 모양과 분위기를 드러낸다.

정갈하게 가꾼 꽃길과 조형물 사이로 국화가 이어지고, 관람객들은 곳곳에 마련된 정원과 광장을 천천히 이동한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형형색색의 꽃밭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여유와 밝은 분위기가 묻어난다.

화려한 꽃의 색채와 추모공원의 역사성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관람 동선 안에서 만난다. 관람객은 국화를 감상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이 장소가 간직한 사건과 희생의 의미도 함께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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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과 주말 부대행사

관람회 기간에는 국화 전시 외에도 산책과 체험을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소국관람로에서는 가지런히 이어진 소국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공원에 마련된 맨발길도 걸을 수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깡통열차가 공원 안을 달린다. 주말 방문객은 열차를 타고 공원의 가을 풍경과 국화 전시를 둘러볼 수 있다. 꽃길을 직접 걷는 관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원 곳곳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역사교육관과 평생학습장에서는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경상남도 육성 국화 신품종 품평회에 참여해 국화를 평가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역사교육관에서는 분화국 화분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평생학습장에서는 손거울 만들기 체험이 운영된다.

  • 소국관람로와 맨발길 국화가 이어진 관람로와 맨발 산책 공간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 주말 깡통열차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원 안을 이동하며 국화 풍경을 둘러볼 수 있다.
  • 국화 신품종 품평 경상남도가 육성한 국화 신품종을 살펴보고 평가하는 체험이다.
  • 분화국 화분 만들기 거창사건추모공원 역사교육관에서 진행된다.
  • 손거울 만들기 거창사건추모공원 평생학습장에서 참여할 수 있다.

관람회 일정과 장소

행사명제19회 거창사건추모공원 국화관람회
주제가을의 절정, 국화로 피어나다
기간2026년 10월 19일 월요일부터 11월 1일 일요일까지
운영 기간14일간
장소경상남도 거창군 신원면 신차로 2924 거창사건추모공원 일원

이번 국화관람회는 거창사건의 희생을 잊지 않으면서 상처를 품고 살아온 이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뜻을 전하는 자리다. 국화로 채워진 다섯 정원과 역사교육관, 체험 공간은 추모와 관람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됐다.

거창사건추모공원에 펼쳐진 국화는 과거의 아픔을 지우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희생을 기억하는 공간에서 평화와 화합의 가치를 함께 생각하게 하는 꽃이다. 이번 관람회가 전하는 중심 메시지는 기억을 품은 채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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