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젤 제거를 받던 손님이 손톱 끝을 만지며 그러셨어요. “요즘 머리도 많이 빠지고 손톱도 잘 갈라지는데, 탈모 영양제 하나 먹으면 둘 다 좋아질까요?” 네일숍에서 8년 일하며 꽤 자주 듣는 질문이에요. 손끝은 제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지만, 머리카락이 빠지는 이유까지 손톱만 보고 알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그날도 제품 이름보다 먼저 물었어요. 언제부터 머리가 빠졌는지, 손톱은 갈라지는 건지 얇아진 건지요.
머리와 손톱이 함께 신경 쓰일 때
손톱이 갈라지면 영양 부족부터 떠올리기 쉽죠.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손을 자주 씻거나 물일을 오래 한 뒤 손톱 끝이 층층이 벗겨지는 경우도 많아요. 젤을 억지로 뜯은 뒤 얇아진 손톱도 비슷하게 보이고요. 이런 손상은 탈모 영양제를 먹는다고 곧바로 되돌아오지 않아요. 손톱 표면의 손상과 몸속 영양 상태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머리카락도 사정이 제각각이에요. 가르마가 서서히 넓어지는 경우와 어느 날부터 머리를 감을 때 한꺼번에 많이 빠지는 경우는 살펴볼 점이 달라요. 미국피부과학회에 따르면 큰 병이나 열, 출산, 심한 스트레스 뒤에는 몇 달 지나 일시적으로 머리카락이 많이 빠질 수 있어요. 반대로 빈혈이나 호르몬 문제처럼 확인이 필요한 원인도 있죠. 눈에 띄게 빠지기 시작한 시점과 그전 몇 달 동안 있었던 일을 적어두면 진료받을 때 도움이 됩니다.
비오틴 숫자가 클수록 좋을까요
손님이 보여주신 제품 사진에는 비오틴 5,000㎍이 큼직하게 적혀 있었어요. 5,000㎍은 5㎎이고, 미국 국립보건원 영양제정보실이 제시한 성인의 비오틴 하루 충분섭취량 30㎍보다 훨씬 큰 양이에요. 그렇다고 그 차이만큼 머리카락이 더 자라는 건 아니에요. 비오틴이 부족하면 머리숱과 손톱에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부족하지 않은 사람에게 추가 섭취가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가 더 눈여겨보는 건 검사 계획이에요. 비오틴이 많이 든 제품은 일부 혈액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갑상선 호르몬 검사도 그중 하나입니다. 건강검진이나 탈모 상담을 받을 예정이라면 먹고 있는 영양제의 제품명과 섭취량을 의료진에게 알려주세요. 검사 전 복용을 어떻게 할지는 검사 종류와 제품에 따라 의료진 안내를 따르는 편이 정확해요.
성분표에서 먼저 확인할 세 가지
탈모 영양제를 고를 때 광고 문구보다 뒷면의 영양·기능 정보를 먼저 보셨으면 해요. 저는 손님이 사진을 보여주시면 다음 세 가지를 같이 읽어봐요.
- 하루 섭취량 기준으로 각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봅니다. 한 알의 함량과 하루 권장 알 수가 다를 수 있어요.
- 이미 먹는 종합비타민과 철분, 아연, 셀레늄, 비타민 A가 겹치는지 확인합니다. 여러 통을 함께 먹으면 같은 성분을 예상보다 많이 섭취할 수 있어요.
- 현재 복용 중인 약과 임신·수유 여부를 떠올립니다. 해당한다면 새 제품을 시작하기 전에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성분표를 보여주는 게 안전해요.
특히 철분은 ‘머리카락에 좋다더라’는 말만 듣고 오래 먹을 성분이 아니에요. 미국피부과학회는 검사에서 철분이나 아연 등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을 때 보충제를 권합니다. 셀레늄이나 비타민 A도 과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탈모와 관련될 수 있어요. 성분이 많은 제품이 늘 더 세심한 제품은 아닌 셈이죠.
영양제보다 먼저 확인하고 싶은 신호
평소보다 빠지는 양이 뚜렷하게 늘었거나 가르마가 넓어지고, 동그란 빈자리가 생기거나 두피가 붉고 아프다면 피부과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게 좋아요. 진료에서는 빠지는 양만 세는 게 아니라 두피 상태와 생활 변화, 필요할 경우 혈액검사 결과를 함께 봅니다. 빈자리가 갑자기 생겼다면 영양제를 몇 달 먹어본 뒤 판단할 일이 아니고요.
그 사이 생활에서는 끼니를 거르지 않고 단백질을 포함해 다양하게 먹는 것부터 챙길 만해요. 머리카락이 신경 쓰일수록 광고 속 빠른 변화를 기대하게 되지만, 원인을 모른 채 제품을 더하는 건 답답한 시간을 늘릴 수도 있어요. 손톱이 상했을 때도 저는 새 젤부터 권하지 않아요. 무엇 때문에 약해졌는지 보고, 손끝을 덜 괴롭히는 방법부터 고릅니다. 탈모 영양제도 그렇게, 지금 내게 부족한 것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생각하는 편이 오래 마음 편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