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앰버가 대프니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따라갈 때는 ‘저렇게 대놓고 속이는데 정말 아무도 모를까’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 패리시 부인 결말까지 알고 앞부분을 떠올리니, 같은 장면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대프니가 몰라서 당한 게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아래에는 앰버의 정체와 잭슨의 마지막 행방까지 모두 나온다.
앰버가 빼앗고 싶었던 자리
앰버 패터슨이 원하는 건 부유한 대프니 패리시의 삶이다. 좋은 집, 값비싼 옷, 주변의 관심, 그리고 남편 잭슨까지. 앰버는 대프니가 세상을 떠난 여동생 때문에 마음 아파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자신에게도 같은 병으로 잃은 자매가 있는 것처럼 꾸민다. 대프니의 자선 활동에 참여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낯선 사람에서 믿을 만한 친구로 자리를 옮겨 간다.
그다음에는 잭슨에게 접근한다. 대프니의 가까운 친구이니 잭슨과 마주칠 기회도 자연스럽다. 앰버의 눈에 대프니는 풍족한 삶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고, 잭슨은 자신이 차지할 수 있는 성공의 상징이다. 그래서 둘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앰버가 이겼다고 생각하기 쉽다. 저도 여기까지는 대프니가 언제 앰버의 거짓말을 알아챌지만 궁금했다.
대프니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뒤집히는 것
이야기의 시점이 대프니에게 넘어가면서 잭슨의 모습이 바뀐다. 밖에서는 다정하고 능력 있는 남편처럼 보이지만, 집에서는 대프니의 몸과 식사, 인간관계까지 통제한다. 폭력과 협박도 일삼는다. 대프니가 딸들과 함께 벗어나려 할 때는 그녀의 정신 상태를 문제 삼아 가로막는다. 화려한 집이 안전한 집은 아니었던 셈이다.
대프니는 한동안 앰버를 친구로 믿는다. 그러다 앰버가 다른 신분을 쓰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자 사립 탐정에게 조사를 맡긴다. 앰버의 본명이 라나 크럼프이고, 자신에게 들려준 이야기도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제야 앰버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한다. 대프니는 앰버를 곧바로 쫓아내는 대신 잭슨에게 접근할 틈을 열어 준다. 앰버가 ‘남편을 빼앗았다’고 여기는 동안 대프니는 탈출할 길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대프니를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던 인물로 보면 시간 순서가 어긋난다. 앰버의 접근을 처음에는 믿었고, 정체를 확인한 뒤에 계획을 바꿨다. 이 차이를 알고 읽으면 대프니가 앰버에게 흘리는 말과 두 사람을 함께 있게 두는 행동이 더 선명해진다.
이혼 뒤 세 사람에게 일어난 일
앰버는 잭슨의 아이를 임신한다. 잭슨이 대프니와 헤어지기를 미루자 임신을 둘러싼 압박을 가하고, 두 사람은 결국 대프니에게 관계를 밝힌다. 대프니는 충격받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떠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혼 뒤 앰버는 잭슨과 결혼해 아들을 낳는다. 원하던 패리시 부인의 자리에 실제로 앉은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따라오는 잭슨의 본모습도 곧 마주한다. 대프니는 잭슨에게 앰버의 과거와 거짓 신분을 알리고, 그가 두 딸에 대한 부모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압박한다. 잭슨은 앰버를 추궁한 뒤 대프니에게 했던 것처럼 식사와 생활을 통제하고 폭력으로 겁을 준다. 앰버가 얻은 것은 대프니가 벗어나려던 삶이었다.
대프니의 계획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잭슨의 회사에 들어간 새 비서를 통해 그의 불법 금융 거래에 관한 자료가 수사기관에 전달되고, 잭슨은 탈세와 돈세탁 혐의로 체포된다. 대프니는 두 딸과 어머니와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새 생활을 시작한다. 앰버를 찾아가 자신이 앰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밝힌다. 앰버가 감옥에 가거나 잭슨이 그 자리에서 삶을 완전히 잃는 식의 끝은 아니다. 다만 앰버가 꿈꾼 부와 지위가 얼마나 불안정한 토대 위에 있었는지는 분명해진다.
속 시원하면서도 마음에 걸린 장면
이 작품의 반전은 누가 더 영리하게 속였느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앰버는 남의 삶을 탐내며 대프니의 상처를 이용했다. 잭슨은 멀쩡한 남편의 얼굴 뒤에서 폭력을 휘둘렀다. 대프니는 살아남고 딸들을 지키기 위해 두 사람의 욕망을 이용했다. 같은 거짓말이라도 각자가 처한 상황과 목적은 다르다.
솔직히 대프니가 빠져나온 순간에는 안도했지만, 앰버가 잭슨의 폭력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통쾌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앰버가 저지른 일과 별개로 잭슨의 학대가 벌이 될 수는 없어서다. 그래서 마지막 패리시 부인 결말은 ‘나쁜 사람이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보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던 삶을 누가 어떤 마음으로 바라봤는지 다시 묻게 한다. 제게 가장 오래 남은 건 잭슨의 체포 장면보다 두 딸을 데리고 그 집을 떠난 대프니의 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