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무신사에서 셔츠를 고르다가 M과 L 사이에서 한참 멈췄다. 평소 M을 입으니 그대로 고르면 될 것 같았는데, 후기 사진 속 M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꽤 넉넉해 보였다. 옷을 온라인으로 살 때마다 생기는 작은 문제다. 사이즈를 한 단계 올릴지 내릴지, 화면만 보고는 확신하기 어렵다.
같은 M인데 왜 느낌이 다를까
처음에는 후기에서 나와 키가 비슷한 사람만 찾았다. 그런데 키가 같아도 어깨 폭이나 원하는 핏이 다르니 사진 한 장으로 판단하기가 힘들었다. 어떤 사람은 몸에 맞는 옷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일부러 크게 입는다. 후기의 ‘정사이즈’라는 말도 그 사람의 취향이 섞인 표현이었다.
그래서 기준을 내 몸에서 옷장으로 바꿨다. 내가 자주 입는 셔츠 한 벌을 꺼내 무신사 상품의 실측표와 비교하는 방식이다. 마음에 드는 옷을 이미 갖고 있다면, 그 옷의 크기가 새 옷을 상상하는 데 훨씬 구체적인 기준이 된다.
줄자로 딱 세 군데만 재봤다
비교할 옷은 바닥에 평평하게 놓고 단추를 잠갔다. 가슴은 양쪽 겨드랑이 아래를 가로로, 어깨는 양쪽 어깨선 끝 사이를, 총장은 목 뒤쪽부터 밑단까지 쟀다. 원단을 잡아당기지 않고 재는 게 중요했다. 같은 셔츠도 펼쳐 놓는 모양에 따라 숫자가 조금씩 달라졌다.
예를 들어 잘 입는 셔츠의 가슴 단면이 62cm인데 후보 상품이 58cm라면, 한쪽 단면에서 4cm 차이가 난다. 몸을 한 바퀴 두르는 여유로 생각하면 약 8cm 차이다. 숫자 4만 볼 때보다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반대로 후보 상품이 64cm라면 기존 셔츠보다 더 넉넉한 쪽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다만 가슴 단면 하나로 고르지는 않았다. 어깨선이 2cm 내려가거나 총장이 5cm 길어지면 전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셔츠는 바지 밖으로 꺼내 입을지, 안에 넣어 입을지에 따라 마음에 드는 길이가 달랐다. 나는 가장 편하게 입는 옷의 실측을 적어 두고, 새 옷을 볼 때 그 숫자 옆에 나란히 써 본다.
후기는 체형보다 착용감을 읽었다
실측표를 본 다음에는 무신사 후기를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키 170cm, M 구매’ 같은 정보보다 ‘팔을 들면 어깨가 당긴다’, ‘두꺼운 티를 안에 입어도 여유가 있다’ 같은 문장을 찾았다. 숫자로는 알기 어려운 착용감이 이런 말에 담겨 있었다.
사진도 모델 사진과 후기 사진을 함께 봤다. 모델 사진에서는 옷의 형태가 잘 보이고, 후기 사진에서는 일상적인 자세에서 옷이 어떻게 접히는지 보였다. 다만 촬영 각도나 안에 입은 옷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어서 사진 한 장에 기대지는 않았다. 비슷한 이야기가 여러 후기에 반복될 때만 판단에 보탰다.
후기가 거의 없는 상품은 특히 망설여졌다. 그럴 때는 낯선 브랜드의 M이라는 표기보다 내가 가진 옷과의 실측 차이를 우선했다. 어깨나 가슴처럼 실패했을 때 불편한 부분이 기준 옷과 많이 다르면, 예뻐 보여도 장바구니에서 잠시 빼 두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주문 직전에는 이 부분을 한 번 더 봤다
사이즈가 맞을 것 같아도 소재와 디자인을 확인했다. 같은 가슴 단면이라도 뻣뻣한 원단과 부드럽게 떨어지는 원단은 입었을 때 느낌이 다르다. 소매 끝이나 허리 부분이 조이는 형태인지도 봤다. 실측표의 숫자는 옷의 크기를 알려 주지만, 움직일 때의 편안함까지 대신 말해 주지는 않는다.
교환이나 반품을 생각하고 두 사이즈를 한꺼번에 주문하기 전에는 해당 상품의 안내도 읽는다. 무신사 안에서도 상품마다 안내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단순 변심으로 교환하면 배송비가 들 수 있다. 택을 떼거나 밖에서 입은 뒤에는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받으면 실내에서 먼저 입어 보고 거울 앞에서 팔을 움직여 본다.
이렇게 해도 온라인 쇼핑에서 사이즈 실패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평소 M’이라는 기억 하나에 기대던 때보다는 고르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요즘은 무신사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바로 사이즈를 누르기보다, 옷장에 있는 비슷한 옷을 먼저 떠올린다. 몇 분 더 걸리지만 그 시간이 도착한 옷을 편하게 입을 가능성을 높여 준다고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