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환율 흐름을 읽는 4가지 신호

1회
달러환율 흐름을 읽는 4가지 신호

얼마 전 환율 화면을 보다가 8월의 원·달러 환율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1,380원 안팎이던 환율은 10월 22일 한국은행 총재 기자간담회 시점에 1,325원 안팎으로 내려와 있었습니다. 약 두 달 사이 55원가량 움직인 셈입니다. 숫자만 보면 달러가 약해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흐름은 조금 다릅니다. 한국은행은 달러 강세가 다시 나타나는 와중에도 원화가 강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달러환율을 볼 때 달러와 원화 양쪽의 사정을 나눠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1. 달러보다 원화의 움직임이 컸는지 본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 1개를 사는 데 필요한 원화의 양입니다. 1,380원에서 1,325원으로 내려갔다면 같은 달러를 사는 데 원화가 덜 듭니다. 그렇다고 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달러가 다른 통화에 강해지는 날에도 원화가 달러보다 더 강해지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최근이 그런 사례에 가깝습니다. 한국은행의 10월 통화정책 설명을 보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지만,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수급 개선과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환율 하락을 뒷받침했습니다. 달러지수만 보고 국내 환율을 단정하면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같은 기간 원화가 엔화나 위안화에 대해서도 강해졌는지 함께 보면, 달러의 움직임과 원화 자체의 힘을 더 잘 구분할 수 있습니다.

2. 수출액보다 실제 달러 공급을 확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수출은 1,200억 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IT 품목의 증가율이 특히 높았고 비IT 품목도 늘었습니다. 수출이 늘면 기업이 벌어들이는 달러가 많아집니다. 그 달러가 국내로 들어와 원화로 바뀌는 과정은 환율을 낮추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출 기록과 외환시장에 들어오는 달러의 양은 같은 숫자가 아닙니다. 기업이 달러를 해외에 보유하거나 수입 대금 지급에 쓰면 환전 수요는 달라집니다. 반대로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 수요가 커지면 수출 호조에도 환율이 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출 증가율 하나보다 경상수지, 수입 대금, 해외 투자 흐름을 묶어서 봅니다. 이번에는 한국은행이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외환 수급 개선을 직접 환율 하락 요인으로 짚었다는 점에 무게를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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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금리 차보다 금리의 방향을 읽는다

10월 2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3.00%로 유지했습니다. 동결이라는 한 단어만 보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앞선 두 차례 인상의 영향을 점검하는 중이라고 밝혔고, 성장과 물가 흐름에 따라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시장은 현재 금리뿐 아니라 앞으로 금리가 어디로 갈지도 가격에 반영합니다.

미국 금리도 따로 봐야 합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면 달러 보유의 매력이 높아질 수 있고,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이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양국의 금리 차가 얼마라는 이유만으로 환율의 방향을 고정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처럼 국내 수출과 외환 수급이 강하면 미국발 달러 강세를 일부 상쇄합니다. 금리 차는 출발점이고, 실제 자금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가 다음 질문입니다.

4. 환율 하락 이후의 물가와 위험을 함께 본다

환율이 내려가면 같은 달러 가격의 원자재를 살 때 필요한 원화가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1,000달러짜리 물품의 원화 가격은 환율이 1,380원일 때 138만 원, 1,325원일 때 132만 5,000원입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차이는 5만 5,000원입니다. 수입 물가와 가계 구매력에는 반가운 변화입니다.

하지만 환율 하락만으로 물가 걱정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 근원물가 상승률은 2.8%였습니다. 유가가 다시 오르거나 국내 서비스 가격이 강하게 움직이면 환율 하락의 효과가 가려질 수 있습니다. 수출 기업도 달러 매출을 원화로 바꾼 금액이 줄어드는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원재료를 달러로 사오는 기업이라면 비용 감소가 이를 일부 덜어줍니다. 업종마다 손익이 다른 이유입니다.

앞으로는 두 갈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와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해외 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가 안정된다면 원화 강세가 더 이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유가 상승, 미국 금리 인상 기대, 위험 회피가 한꺼번에 커지면 달러환율은 다시 반등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1,325원 안팎을 목표 가격처럼 받아들이기보다, 달러가 강해지는 날에도 원화가 버티는지 확인하는 편이 시장의 변화를 더 일찍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달러환율 흐름을 읽는 4가지 신호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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