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의 기록을 다시 보니 21위 뒤에 9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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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의 기록을 다시 보니 21위 뒤에 9위가 있었다

얼마 전 옛 피겨 대회 결과표를 넘기다가 박소연의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소치 동계올림픽 21위, 그해 세계선수권 9위. 두 대회 사이가 겨우 한 달 남짓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순위만 따로 보면 전혀 다른 시즌의 기록 같지만, 이어 놓으면 한 선수가 큰 무대의 흔들림을 어떻게 다음 경기로 가져갔는지 보인다.

소치 21위에서 한 달 뒤 세계 9위까지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박소연은 쇼트프로그램 49.14점으로 23위였다. 프리스케이팅 진출 선수 24명 안에 간신히 들었고, 프리 93.83점을 더해 총점 142.97점, 최종 21위로 마쳤다. 당시 기록만 보면 아쉬운 첫 올림픽이다. 실제로 프리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에서 넘어지는 등 준비한 기술을 온전히 펼치지 못했다.

그런데 같은 해 세계선수권 결과표에는 다른 숫자가 찍혔다. 쇼트 13위에서 프리 9위로 올라섰고, 총점 176.61점으로 최종 9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총점보다 33.64점 높다. 국제빙상경기연맹의 두 대회 결과를 나란히 보면, 소치의 21위만으로 그 시즌 박소연의 기량을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이 대목에서 순위와 점수를 함께 봐야 한다. 세계선수권 9위는 단순히 다른 선수들의 실수로 얻은 자리가 아니다. 쇼트와 프리를 합친 자신의 득점 자체가 크게 올라갔다. 첫 올림픽의 긴장 속에서 점프가 흔들렸던 선수가 다음 큰 대회에서는 프리까지 버텨냈다는 점이 기록에 남아 있다.

그랑프리 5위 두 번이 말해준 것

세계선수권 한 번 잘 탄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다면 ‘그날 컨디션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다. 박소연은 이어진 2014~2015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무대에서도 성적을 냈다.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170.43점으로 5위, 러시아 대회에서도 163.24점으로 5위였다. 국제빙상경기연맹 기록상 두 대회 모두 상위권 바로 아래에 자리했다.

물론 170.43점과 163.24점 사이에는 7.19점 차이가 있다. 두 경기의 연기가 똑같이 안정적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세계선수권 9위 다음 시즌에 서로 다른 그랑프리 대회에서 두 차례 5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큰 대회 한 번의 반짝임을 넘어 시니어 무대에서 경쟁을 이어갔다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2015년 국내 종합선수권 우승도 이 흐름 안에 있다. 다만 국내 대회 점수와 국제 대회 점수를 숫자 그대로 이어 비교하는 건 조심스럽다. 대회의 선수 구성과 채점 환경이 다르다. 여기서는 우승 점수보다 국내 선발 경쟁을 통과해 국제 무대에 계속 섰다는 사실이 더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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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는 180점대에 닿았다

박소연의 기록에서 가장 흥미로운 해는 2016년이다. 2월 사대륙선수권에서 쇼트 62.49점, 프리 116.43점을 받아 총점 178.92점으로 4위에 올랐다. 시상대에는 한 자리 모자랐지만, 2014년 세계선수권의 176.61점보다 총점은 2.31점 높았다. 순위는 대회마다 경쟁 상대가 달라 움직인다. 그래서 9위와 4위만큼이나 두 총점의 변화가 중요하다.

11월 프랑스 그랑프리에서는 쇼트 64.89점과 프리 120.30점, 합계 185.19점으로 5위를 했다. 자신의 기록이 180점대를 넘어선 순간이다. 쇼트에서 60점대 중반, 프리에서 120점대를 각각 기록했다는 점도 좋았다. 총점 하나만 높게 나온 경기보다 두 프로그램이 함께 받쳐준 경기가 선수의 성장세를 읽기에 선명하다.

2014년 소치의 142.97점부터 2016년 프랑스의 185.19점까지 차이는 42.22점이다. 물론 이 수치를 실력 향상분으로 그대로 읽을 수는 없다. 소치에는 점프 실수가 있었고 대회마다 경기 내용도 달랐다. 다만 그 사이 세계선수권 9위, 그랑프리 5위 두 번, 사대륙선수권 4위가 차례로 놓여 있다. 185.19점은 느닷없이 나온 숫자가 아니었다.

부상 뒤의 5위도 기록에 남았다

상승세가 이어지던 2016년 12월, 훈련 중 왼쪽 발목을 골절했다. 연합뉴스가 전한 당시 소속사 설명에 따르면 수술까지 받아야 했고, 이듬해 종합선수권에도 나서지 못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역시 이루지 못했다. 프랑스 대회에서 최고 점수를 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부상이라 기록표의 앞뒤가 더 아프게 읽힌다.

그래도 박소연의 경기 기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제빙상경기연맹 기록에는 2019년 국내 종합선수권 4위와 동계 유니버시아드 5위가 남아 있다. 최고 점수를 다시 쓰지는 못했어도 큰 부상 뒤에 돌아와 경쟁했다는 뜻이다. 그해 현역에서 물러난 박소연을 떠올릴 때, 나는 185.19점만큼 이 복귀 기록도 오래 보게 된다.

선수의 경력을 최고 순위 하나로 기억하면 소치에서 세계선수권으로, 다시 그랑프리와 사대륙선수권으로 이어진 시간이 빠져버린다. 박소연의 기록에는 흔들린 첫 올림픽도, 180점대를 넘긴 연기도, 돌아와 다시 경기를 마친 시간도 함께 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결과표에서 만나면 숫자를 한 줄 더 읽게 된다.

박소연의 기록을 다시 보니 21위 뒤에 9위가 있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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