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토익을 다시 준비한다는 친구가 문제집부터 세 권 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펴니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몰라 첫 주를 거의 흘려보냈다고 했다. 토익 공부는 자료를 많이 모으는 것보다 지금 내 점수가 어디에서 새는지 찾는 일이 먼저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이 한 시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집보다 먼저 현재 실력을 확인하기
처음에는 시간을 재고 모의문제 한 세트를 풀어보는 게 좋다. 점수만 확인하고 끝내지 말고, 듣기와 읽기 중 어느 쪽에서 더 자주 막혔는지 표시해 둔다. 읽기에서 시간이 모자랐는지, 듣기에서는 내용을 못 들었는지 아니면 선택지를 읽다가 놓쳤는지도 구분한다. 같은 오답이라도 원인이 다르면 공부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듣기 문제를 다시 들었을 때 바로 답이 보인다면, 영어를 전혀 모르는 게 아니라 시험 중 집중력이나 문제 읽는 속도가 걸림돌일 수 있다. 반대로 여러 번 들어도 문장이 들리지 않는다면 발음과 표현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읽기에서도 단어 뜻을 몰라 틀린 문제와 문장 구조를 잘못 읽은 문제를 따로 표시하면 다음에 뭘 할지가 선명해진다.
첫 진단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 오답 옆에 ‘단어’, ‘문법’, ‘시간’, ‘집중’처럼 한 단어만 적어도 충분하다. 일주일 뒤 같은 방식으로 다시 확인하면 막연히 공부할 때보다 변화가 눈에 잘 들어온다.
하루 한 시간은 약한 부분부터 쓰기
공부 시간이 하루 한 시간이라면 듣기 20분, 읽기 20분, 오답 확인 20분처럼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이 비율을 고정할 필요는 없다. 읽기에서 끝까지 풀지 못했다면 그 주에는 읽기에 10분을 더 쓰고, 듣기에서 짧은 대화가 계속 헷갈린다면 듣기 시간을 늘리는 식이다. 계획표를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실제 오답에 맞춰 시간을 옮기는 편이 낫다.
듣기는 문제를 많이 푸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는다. 틀린 문항의 음성을 다시 듣고, 답의 단서가 나온 문장을 확인한다. 그다음 대본을 보면서 내가 놓친 단어나 이어지는 발음을 표시한다. 대본을 덮고 한 번 더 듣는다. 한 문제를 이렇게 확인하면 왜 다음에도 비슷한 표현을 놓치는지 알 수 있다.
읽기는 한 문장에 오래 붙잡히는 습관을 먼저 살핀다.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앞뒤 문맥으로 뜻을 짐작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문장 전체를 해석하느라 답을 고르는 데 필요한 부분까지 놓치지는 않았는지 본다. 문법 문제는 틀린 규칙을 긴 노트에 옮기기보다, 헷갈린 선택지 두 개가 어떻게 다른지 짧게 적어 두면 다시 보기 편하다.
단어는 외운 개수보다 다시 만난 횟수가 중요하다
하루에 단어 100개를 외우겠다고 마음먹으면 첫날은 뿌듯하다. 그런데 사흘 뒤 대부분이 낯설다면 속도를 낮추는 게 낫다. 하루 20~30개를 보고 다음 날과 주말에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 꾸준히 이어가기 쉽다. 이미 아는 단어는 넘기고, 문제에서 틀린 표현이나 뜻을 착각한 단어를 우선으로 고른다.
특히 단어 한 개만 떼어 외우면 문제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왔을 때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예약’을 뜻하는 단어를 봤다면 예약을 변경하거나 확인하는 표현까지 짧은 문장으로 함께 익혀 둔다. 듣기에서 들은 표현을 읽기 지문에서 다시 만나면 기억도 오래간다. 단어장과 문제 풀이가 따로 놀지 않게 만드는 셈이다.
외웠는지 확인할 때는 영어를 보고 뜻을 말하는 데서 한 번 더 나아가면 좋다. 해당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읽고 상황을 떠올려 본다. 뜻은 아는데 문장 안에서 멈칫하는 단어가 실제 시험에서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시험 전에는 실전 속도를 몸에 익히기
기본기를 쌓는 동안에도 주기적으로 시간을 재고 풀어야 한다. 평소에는 잘 풀리던 문제도 시계를 보면 갑자기 오래 걸릴 수 있다. 처음부터 매일 전 범위를 풀기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실전처럼 풀고, 나머지 날에는 그때 드러난 약점을 고치는 흐름이 부담이 덜하다.
시간이 모자랐다면 무조건 더 빨리 읽으려고만 하지 말자. 어느 구간에서 오래 머물렀는지 확인해야 한다. 쉬운 문제를 반복해서 읽었는지, 어려운 문제 하나에 몇 분을 썼는지 기록하면 다음 연습에서 바꿀 행동이 생긴다. 예를 들어 답의 근거가 바로 보이지 않는 문항은 표시하고 넘어간 뒤 남은 시간에 돌아오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새 교재를 계속 늘리기보다 이미 틀린 문제를 다시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처음에는 맞혔지만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문제도 함께 확인한다. 운 좋게 고른 답을 실력으로 착각하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토익 점수는 하루 공부량을 크게 늘린다고 곧바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내가 자주 틀리는 이유를 알고, 같은 실수를 줄이는 시간을 쌓으면 공부가 훨씬 덜 막막해진다. 오래 앉아 있었는지보다 어제 놓친 표현을 오늘 알아들었는지가 더 믿을 만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