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는 어디까지일까요?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는 어디까지일까요?

강의에서 공수처 이야기가 나오면 이런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이 저지른 범죄라면 모두 공수처가 수사하느냐는 겁니다. 답을 가르는 기준은 직함 하나가 아닙니다. 누가, 언제,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함께 봐야 합니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21일 출범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독립된 기관이 수사하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다만 수사 범위는 공수처법에 적힌 ‘고위공직자범죄’와 ‘관련범죄’로 정해져 있습니다. 2026년 10월 24일 현재 적용되는 법은 2026년 10월 2일 시행된 개정 법률입니다.

직함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

공수처법 제2조가 말하는 고위공직자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국무총리,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이 들어갑니다.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도 포함됩니다. 장성급 장교, 금융감독원 원장·부원장·감사 등도 법에 열거돼 있습니다.

직급 기준이 붙는 자리도 있습니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 등의 3급 이상 공무원과 감사원·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소속 3급 이상 공무원이 그 예입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는 중대범죄수사청장과 3급 이상 중대범죄수사청수사관도 명단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고위직 공무원’이라는 일상적인 표현만으로 수사 대상을 판단하면 범위를 잘못 짚기 쉽습니다.

퇴직자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법은 현재 그 직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그 직에서 퇴직한 사람도 고위공직자의 정의에 넣습니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려면 원칙적으로 그 직에 재직하던 중 범한 죄여야 합니다. 퇴직 뒤 새로 저지른 범죄까지 직함만을 이유로 공수처 사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죄가 법에 적혀 있나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의 중심에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뇌물 관련 범죄가 있습니다.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가 해당합니다. 직무와 관련된 공문서 위조·허위공문서 작성, 횡령·배임 등도 정해진 조항에 따라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정치자금 부정수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국회에서의 위증, 일정한 범죄수익 은닉 역시 법에 열거돼 있습니다.

여기서 ‘직무와 관련된’이라는 조건을 놓치면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집니다. 예를 들어 법에 적힌 횡령·배임 조항이라도 고위공직자의 직무와 연결되는지 따져야 합니다. 반대로 뇌물 사건이라면 받은 사람의 직함뿐 아니라 돈이 어떤 직무와 관계되는지, 실제로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해야 합니다. 혐의가 제기됐다는 사실과 범죄가 입증됐다는 판단은 별개입니다.

가족도 범위에 들어갈 수 있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고위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법에 열거된 죄를 범한 경우입니다. 대통령의 경우 가족 범위가 달라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까지 포함됩니다.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범죄를 공수처가 수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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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수사할 수 있는 관련범죄

사건에는 고위공직자 혼자만 등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와 함께 범행에 가담하거나 교사·방조한 사람의 해당 범죄, 고위공직자에게 뇌물을 건넨 사람의 범죄 등을 ‘관련범죄’로 정합니다. 고위공직자범죄와 관련된 범인 은닉, 위증, 증거인멸, 무고 등도 일정한 요건에서 함께 수사할 수 있습니다.

또 수사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된 다른 죄라도, 원래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와 직접 관련되고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라면 관련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수사하다 발견한 범죄는 무엇이든 수사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직접 관련성이 있는지를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따져야 합니다. 법이 범위를 정해 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가령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다가 같은 행위와 직접 이어지는 다른 혐의가 드러났다고 합시다. 그 혐의를 공수처가 함께 다룰 수 있는지는 죄명만 보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원래 범죄와의 연결, 행위자, 적용할 법 조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수사와 기소의 범위는 같을까

수사는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일이고, 기소는 사건을 법원의 재판에 넘기는 일입니다. 공수처는 법에 정해진 고위공직자범죄와 관련범죄를 수사하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는 더 좁습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 적용되는 공수처법 제3조는 대법원장·대법관, 검찰총장, 판사·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중대범죄수사청장과 3급 이상 중대범죄수사청수사관에 관한 해당 사건을 공수처의 기소 범위로 정합니다. 그 범위에 드는 가족의 직무 관련 범죄와 관련범죄도 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포함됩니다.

그 밖의 고위공직자 사건은 공수처가 수사한 뒤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소속 검사에게 보냅니다. 검사에게는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가 남습니다. 수사 대상이라는 말만 듣고 공수처가 반드시 직접 기소한다고 생각하면 사건의 진행 경로를 잘못 이해하게 됩니다.

뉴스에서 공수처 사건을 접할 때 저는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피의자의 직위와 범행 당시의 재직 여부, 적용된 죄명, 그리고 공수처가 수사만 하는 사건인지 직접 기소할 수 있는 사건인지입니다. 이 기준을 나눠 보면 같은 사건을 두고 수사 권한에 관한 설명이 엇갈리는 이유도 차분히 읽힙니다.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는 어디까지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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