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빌라 한 채를 보여줬습니다. 역에서 걸어서 10분, 내부도 말끔했어요. 호가는 2억 4천만 원인데 세입자 보증금이 1억 8천만 원이라 당장 6천만 원이면 살 수 있다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서류를 맞춰 보니 사진에 나온 방 하나가 건축물대장상 면적과 맞지 않았고, 세입자의 계약 조건도 말로 들은 것과 달랐습니다. 저는 그 물건에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경매장에서도 이런 장면을 자주 봅니다. 가격이 싸 보이면 확인 순서가 뒤집혀요. 빌라 매매 주의사항은 결국 ‘이 집이 얼마인가’보다 ‘내가 정확히 무엇을 사고, 어떤 의무를 넘겨받는가’에서 시작합니다.
사진보다 등기와 건축물대장을 먼저 봅니다
빌라는 같은 건물 안에서도 호수마다 사정이 다릅니다. 등기사항증명서의 표제부에서 주소와 호수, 전유면적, 대지권 표시를 보고 현관문과 계약서의 호수가 일치하는지 맞춥니다. 갑구에서는 소유자와 압류·가압류·가처분·신탁 여부를, 을구에서는 근저당권과 전세권 등을 확인합니다. ‘잔금 때 지워준다’는 말만 듣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무엇을 어떤 돈으로 말소할지 계약서에 적고, 잔금 직전 등기를 다시 떼어야 합니다.
대지권 표시가 없다고 무조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토지에 관한 권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하니, 초보라면 사유가 명확해질 때까지 계약을 서두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소유자가 신탁회사로 표시된 물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도인이라고 나온 사람에게 계약과 대금 수령 권한이 있는지 신탁 관련 서류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정부24에서 건축물대장을 열어 실제 구조와 비교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옥탑방이나 베란다를 방처럼 꾸며 놓았는데 대장과 다르다면 위반건축물 표시와 시정 여부를 확인합니다. 위반 부분은 대출 심사, 향후 매도, 철거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면적을 넓게 느끼게 만드는 공간이 법적으로도 내가 사는 면적인지는 별개입니다.
세입자가 있으면 보증금부터 내 돈으로 계산합니다
앞서 본 집은 매매가 2억 4천만 원에서 보증금 1억 8천만 원을 뺀 6천만 원만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 1억 8천만 원은 언젠가 돌려줘야 할 돈입니다. 세입자가 나가는 날 새 세입자를 바로 구하지 못하면 반환 자금을 직접 마련해야 합니다. 매매가와 보증금의 차액만 보고 투자금을 계산하면 가장 큰 현금 지출을 놓칩니다.
임대차계약서 원본이나 사본을 받아 보증금, 월세, 계약 기간, 갱신 여부를 확인하고 세입자와도 실제 조건을 맞춰 봐야 합니다. 전입과 점유를 갖춘 임차인이 있는 집을 사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할 수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주택임대차보호법과 판례에서도 이 부분을 분명히 다룹니다. 그래서 매도인이 ‘세입자는 곧 나간다’고 해도 퇴거 합의가 실제로 되었는지, 보증금은 누가 언제 반환하는지 별도로 확인합니다.
빈집을 사는 경우에도 점유자를 직접 확인합니다. 계약서에는 인도 날짜, 남겨진 물건 처리, 잔금과 열쇠 인도의 순서를 구체적으로 적는 게 좋습니다. 경매에서는 명도 문제를 예상하고 들어가지만, 일반 매매에서 ‘집이 비어 있다’는 말만 믿고 잔금을 치렀다가 일정을 꼬이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호가가 아니라 같은 조건의 거래와 견줍니다
빌라는 아파트처럼 바로 옆 동의 같은 평형을 찾기 어렵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연립·다세대 거래를 볼 때도 전용면적만 맞추면 부족해요. 준공 연도, 층, 주차, 승강기, 역까지의 경사와 거리, 도로 폭을 함께 봅니다. 반지하와 3층을 같은 가격표에 올려놓으면 비교가 흐려집니다.
저는 최근 거래 한 건에만 기대지 않습니다. 가까운 곳의 여러 거래를 놓고, 오래 팔리지 않은 매물의 호가도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조건의 실거래가가 2억 1천만 원 안팎인데 내가 보는 집이 2억 4천만 원이라면, 수리 상태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3천만 원을 더 줄 수 있는지 따져 봅니다. 도배와 장판 비용만 볼 게 아니라 누수, 외벽 균열, 보일러, 배수관, 공용 계단까지 현장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낮과 밤에 한 번씩 가보면 사진에 안 잡히는 것도 보입니다. 골목 주차가 가능한지, 창 앞에 새 건물이 들어설 여지가 있는지, 비 오는 날 물이 고이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재개발 기대감이 붙은 가격이라면 구역 지정과 사업 진행 단계부터 확인합니다. ‘곧 된다’는 말은 매매대금의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계약금 전에 대출과 총비용을 맞춰 봅니다
빌라는 담보평가와 대출 가능액이 예상과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계약금을 보내기 전에 은행에 해당 주소와 본인 소득·기존 대출 조건을 주고 가능한 금액을 확인합니다. 세입자가 있는 집이라면 임대차 조건도 함께 알려야 합니다. 상담 단계의 예상액과 최종 승인액이 같다고 전제하고 잔금 계획을 짜면 위험합니다.
계산표에는 매매대금만 적지 않습니다.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등 실제 적용 세금, 중개보수, 등기 비용, 수리비, 대출 이자, 공실 기간의 관리비를 넣습니다. 취득세는 주택 수와 가격 등 개인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계약 전에 본인 조건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전세를 안고 산다면 보증금 반환 시점에 쓸 현금이나 확실한 조달 계획도 따로 적어 둡니다.
계약서의 특약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기존 근저당권 말소, 미납 관리비 부담, 임대차 조건, 인도 날짜처럼 확인한 사실을 문장으로 남깁니다. 잔금 당일에는 등기를 다시 확인하고, 약속한 말소와 인도가 실제로 가능한 순서로 돈을 움직입니다.
싸게 산 줄 알았던 빌라가 비싸지는 순간은 대개 계약 후에 옵니다. 저는 마음에 드는 집일수록 하루 더 시간을 씁니다. 그 하루에 확인한 서류 한 장과 세입자의 말 한마디가, 몇 년치 수익보다 클 때가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