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젤을 제거하던 손님이 테라로직 레티놀 크림을 꺼내며 물었다. “이거 손에도 바르면 손톱 주변 주름에 좋을까요?” 8년 동안 손끝을 만져 온 제 눈에는 그날 손님의 잔주름보다 바짝 마른 큐티클과 얇게 벗겨진 손톱 표면이 먼저 보였다. 얼굴에 쓰는 크림을 손에도 바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손끝에서는 바르는 순서와 피부 상태를 조금 더 따져야 한다.
이름이 비슷한 제품부터 구별했다
테라로직에는 이름에 ‘레틴에이’가 들어간 제품이 여럿 있다. 손님이 보여 준 것은 테라로직 레틴에이 크림이었다. 브랜드가 안내한 이 제품의 용량은 20g이고, 전성분에는 레티놀 0.05%와 레티닐팔미테이트 0.5%가 표시돼 있다. 저녁 스킨케어 때 얼굴의 고민 부위나 얼굴 전체에 얇게 펴 바르는 주름개선 기능성 크림이다. 이름에 ‘프로 익스퍼트’나 ‘레티날’이 들어간 다른 제품과 같은 것으로 생각해 함량이나 사용 경험을 섞어 말하면 헷갈리기 쉽다.
레티놀은 비타민 A 계열 성분이다. 피부결이나 잔주름 관리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지만, 숫자만 보고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같은 제품도 피부가 건조한 날에는 따갑고,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네일숍에서 아세톤이나 손 세정제를 자주 접하는 손은 얼굴보다 먼저 건조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손톱이 얇아졌다면 크림보다 먼저 볼 것
손님에게는 손톱 위에 이 크림을 바른다고 손톱이 단단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레티놀 크림은 손톱 강화제가 아니다. 젤 제거 뒤 손톱이 종이처럼 얇게 느껴진다면 잦은 표면 연마, 젤을 뜯어낸 습관, 반복된 물일처럼 손톱을 괴롭힌 과정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큐티클이 일어나고 손톱 주변 피부가 갈라져 있다면 그 부위에 레티놀을 시험할 때 따가움이 더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손끝 관리의 기본은 의외로 소박하다. 손을 씻은 뒤 물기를 잘 닦고, 손톱 주변까지 보습제를 바른다. 물일이 길어지는 날에는 장갑을 쓰고, 들뜬 젤은 손으로 뜯지 않는다. 손톱에 생긴 손상을 크림 한 번으로 되돌리려 하기보다 새 손톱이 자라는 동안 덜 건드리는 쪽이 현실적이다. 손톱 주변에 상처가 있거나 붓고 아프다면 화장품을 덧바르며 버티지 말고 상태를 확인받는 편이 좋다.
얼굴에 쓸 때도 첫날부터 욕심내지 않는다
손님은 얼굴에도 처음 바르는 중이었다. 저는 저녁 세안 뒤 피부가 마른 상태에서 소량을 얇게 바르고, 처음에는 주 2회 정도로 간격을 두며 피부 반응을 보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누구에게나 정해진 사용 횟수라기보다 자극을 살피기 위한 출발점이다. 건조하다면 보습제를 함께 쓰고, 붉어짐이나 화끈거림이 지속되면 사용을 멈추는 게 맞다. 미국피부과학회도 레티노이드 제품은 천천히 시작하고 보습과 낮 동안의 자외선 차단을 챙기도록 안내한다.
각질 제거제를 쓰거나 피부가 이미 따가운 밤이라면 레티놀까지 한꺼번에 더하지 않는 편이 편안하다. 브랜드 안내에도 상처가 있는 부위에는 사용을 자제하라고 적혀 있다. 임신 중에는 레티노이드 사용을 피하라는 피부과 지침이 있으니, 이 시기라면 사용 전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피부가 버티는 속도를 보면서 횟수를 조절하는 것이 오래 쓰는 데 더 중요하다.
손끝에서 기억에 남은 대답
그날 손님은 크림을 손톱에 바르는 대신 가방 속 핸드크림을 꺼냈다. 저는 갈라진 큐티클에 보습제를 바르는 모습을 보며, 좋은 제품을 고르는 일과 지금 필요한 제품을 고르는 일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테라로직 레티놀 크림은 얼굴 피부결과 주름이 고민일 때 사용법을 지키며 살펴볼 만한 제품이다. 하지만 손끝이 거칠어진 날 제가 먼저 권하는 것은 자극을 더하는 관리보다 보습과 휴식이다. 오래 보기 좋은 손은 대개 그런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