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담에서 3천만 원을 정기예금에 넣으려던 고객이 연 3.6%라는 숫자만 보고 가입을 결정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우대금리 조건을 확인하니 급여 이체와 카드 사용 실적을 모두 채워야 했습니다. 고객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연 3.2%였습니다. 예금은 금리표의 가장 큰 숫자보다 내가 실제로 받을 이자와 돈을 다시 쓸 시점이 중요합니다.
1. 최고금리 말고 내 적용금리를 보세요
예를 들어 3천만 원을 1년 맡길 때 연 3.2%면 세전 이자는 96만 원입니다. 연 3.6%를 모두 받으면 108만 원이니 차이는 12만 원입니다. 일반과세로 이자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쳐 15.4%가 원천징수된다고 가정하면, 손에 쥐는 이자는 각각 약 81만 2천 원과 91만 4천 원입니다. 우대조건을 맞추기 위해 평소 쓰지 않던 카드를 써야 한다면 그 비용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우대금리는 조건마다 적용 시점도 다릅니다. 가입만 하면 주는 금리인지, 만기까지 실적을 유지해야 주는 금리인지 상품설명서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한눈에에서 기간과 기본금리를 비교한 뒤, 최종 가입 화면에서 자신의 우대조건을 다시 확인하는 순서가 실용적입니다. 표시 금리는 바뀔 수 있으니 비교한 날과 가입한 날의 금리가 같은지도 살펴야 합니다.
2. 높은 특판 금리는 한도까지 계산하세요
상담하다 보면 ‘연 4% 특판’이라는 말에 3천만 원 전체가 그 금리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입 한도가 1천만 원이라면 계산은 달라집니다. 1천만 원만 연 4%, 나머지 2천만 원을 연 3%에 맡기면 1년 세전 이자는 40만 원과 60만 원, 합계 100만 원입니다. 3천만 원 전액을 연 3.4%에 맡기는 경우의 102만 원보다 적습니다.
특판에는 신규 고객만 가입할 수 있거나 판매 수량이 정해진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은행으로 돈을 옮기는 번거로움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한도를 넘는 돈에 적용할 금리입니다. 돈 전체의 예상 이자를 합산하면 눈에 띄는 최고금리에 흔들릴 일이 줄어듭니다.
3. 만기 전에 쓸 돈은 따로 떼어두세요
정기예금 금리는 대개 약속한 기간을 채웠을 때의 금리입니다. 1년 상품을 가입하고 몇 달 만에 해지하면 상품별 중도해지이율이 적용돼 예상했던 이자보다 크게 줄 수 있습니다. 가령 3천만 원을 연 3.5%로 1년 맡기면 세전 이자는 단순 계산으로 105만 원입니다. 그런데 6개월 뒤 전액을 해지해야 하고 그 기간에 적용되는 중도해지이율이 연 0.5%라면, 6개월 이자는 약 7만 5천 원 수준입니다. 실제 계산은 일수와 약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6개월 안에 쓸 가능성이 있는 이사비나 학자금까지 한 번에 묶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3천만 원 중 1천만 원이 가까운 시일에 필요할 수 있다면, 그 돈은 입출금이 쉬운 계좌나 짧은 만기의 예금으로 두고 나머지만 1년 상품에 넣는 편이 낫습니다. 일부 해지가 가능한 상품이라도 횟수와 해지 금액에 적용되는 이율을 확인해야 합니다.
4. 예금자보호는 원금과 이자를 합쳐 계산하세요
2025년 9월부터 예금자보호 한도는 보호 대상 금융회사별로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억 원입니다. 같은 은행의 다른 지점에 나눠 맡겨도 별도 한도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 은행에 원금 9천9백만 원을 1년간 연 3%로 맡긴다면 만기 금액은 세전 단순 계산으로 1억 197만 원입니다. 원금만 보고 한도 안이라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실제 보호되는 이자는 계약상 만기이자와 같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가입 시점에는 여유를 두고 배분하는 게 편합니다.
또 이름에 ‘예금’이 들어간다고 모두 같은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가입 화면이나 상품설명서의 예금자보호 대상 표시를 확인하세요. 한 금융회사에 여러 계좌를 갖고 있다면 잔액을 합쳐 보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5. 세후 이자와 대출 이자를 같은 기간으로 비교하세요
대출이 남아 있는 고객에게는 예금 금리만 높아 보여도 바로 가입을 권하기 어렵습니다. 1천만 원을 1년간 연 3.5% 예금에 넣으면 일반과세 가정의 세후 이자는 약 29만 6천 원입니다. 같은 1천만 원에 연 5% 대출 이자가 붙고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갚을 수 있다면, 1년 이자 부담을 단순 계산으로 50만 원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예금보다 상환이 숫자로는 유리합니다.
물론 대출을 갚고 나면 다시 빌리기 어렵거나 비상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다면 그 금액도 빼야 합니다. 저는 예금 상담에서 금리를 먼저 묻기보다 언제 돈을 쓸지, 같은 기간에 갚을 빚이 있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그 두 가지가 정해져야 높은 금리가 실제 이익으로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