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자동차보험 갱신 견적을 보여줬는데, 지난해보다 보험료가 올랐다며 가장 싼 상품을 바로 고르려 했다. 견적을 나란히 보니 운전자 범위와 자기차량손해 가입 여부가 서로 달랐다. 자동차보험은 보험료 숫자만 비교하면 정작 사고가 났을 때 필요한 보장이 빠졌는지 놓치기 쉽다.
보험료보다 먼저 운전자를 확인한다
견적을 받기 전에 앞으로 1년 동안 누가 차를 운전할지 적어두는 게 좋다. 혼자 운전하는 차라면 운전자를 본인 1인으로 제한해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 배우자도 운전한다면 부부 한정, 다른 가족도 운전한다면 그에 맞는 범위를 선택해야 한다. 손해보험협회 안내에 따르면 운전자 범위를 좁힐수록 보험료는 대체로 낮아지지만, 범위 밖의 사람이 운전하다 사고를 내면 보상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운전자 연령 조건도 함께 봐야 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부모만 운전하지만 방학에 자녀가 운전할 예정이라면, 현재의 연령 제한으로 자녀가 보장 대상에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가끔 다른 사람이 운전할 계획이 생겼다면 운전 전에 보험사에 운전자 범위 변경이나 단기 운전자 확대 특약의 적용 시점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상대방 피해와 내 피해를 나눠서 본다
자가용의 의무보험은 대인배상Ⅰ과 대물배상 2천만원 이상이다. 대인배상Ⅰ은 다른 사람의 신체 피해를 법정 한도 안에서 보상하고, 대물배상은 다른 사람의 차량이나 재물에 생긴 손해를 보상한다. 다만 의무 가입 한도가 큰 사고의 손해액까지 충분히 감당한다는 뜻은 아니다. 손해보험협회 자료에서도 대인배상Ⅱ를 대인배상Ⅰ의 한도를 넘는 손해를 보상하는 항목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대인배상Ⅱ의 가입금액과 대물배상의 사고당 한도를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물배상 2천만원은 가입 가능한 최소 기준일 뿐이다. 여러 대의 차량이나 시설물이 함께 파손되는 사고를 생각하면, 한도를 높였을 때 보험료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견적으로 비교할 만하다. 같은 보험사 견적에서 대물 한도만 바꿔 보면 추가 보험료와 늘어나는 보장을 바로 대조할 수 있다.
내 몸과 차에 대한 보장은 별개다. 자기신체사고 또는 자동차상해는 본인과 약관에서 정한 탑승자의 부상 등을 다루며, 지급 기준과 가입금액은 상품에 따라 다르다.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는 상대 차량에 적절한 보험이 없을 때를 대비하는 담보다. 자기차량손해는 내 차의 사고 손해나 도난 등에 대비하지만, 자기부담금과 보상 제외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흔히 부르는 자차보험이 이 항목이다.
자차보험은 차량가액과 부담 가능한 수리비로 판단한다
자기차량손해를 뺄지 고민할 때는 차가 오래됐다는 사실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보험개발원에서 조회할 수 있는 차량기준가액과 예상 수리비,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을 함께 봐야 한다. 차량가액이 낮아도 갑작스러운 수리비 수백만원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자차 보장의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차량가액에 비해 자차 보험료가 높고 수리비를 감당할 여력이 있다면 가입금액과 자기부담금 조건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다.
가령 수리비가 400만원이고 자기부담 비율이 20%라면 단순 계산상 본인 부담은 80만원이다. 실제 납부액은 계약의 최소·최대 자기부담금, 사고 유형, 과실 등에 따라 달라진다. 손해보험협회도 자기부담금 기준이 보험사별로 다를 수 있다고 안내한다. 견적 화면에서 자차보험료만 볼 게 아니라 사고 한 건당 내가 먼저 부담할 금액도 읽어야 하는 이유다.
할인 특약을 적용한 뒤 같은 조건으로 견적을 비교한다
주행거리가 짧다면 마일리지 특약을 확인하자. 실제 주행거리를 증빙하고 구간에 따른 할인을 받는 방식으로, 적용 구간과 정산 절차는 보험사마다 다르다. 블랙박스나 첨단 안전장치 관련 특약도 가입 조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할 만하다. 다만 특약 이름이 같아 보여도 할인율과 증빙 방법이 다를 수 있어 예상 할인액만 보고 선택하기는 어렵다.
견적은 운전자 범위, 연령 조건, 대인배상Ⅱ, 대물 한도, 자차 가입 여부와 자기부담금을 동일하게 맞춘 뒤 비교한다. 보험다모아에서 보험사별 가격을 살펴보고, 관심 있는 보험사의 최종 견적에서 특약 적용 여부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계약을 그대로 불러왔다면 올해의 운전자, 주행거리, 차량 상태가 반영됐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사고 이력이나 법규 위반 등으로 보험료가 달라졌다면 자동차보험 종합포털의 할인·할증 요인 조회 기능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싼 견적이 내게 가장 경제적인 계약인지는 사고가 났을 때 부담할 금액까지 봐야 판단할 수 있다. 보장 조건을 먼저 정하고 가격을 비교하면,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어디를 조정해도 되는지 훨씬 분명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