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국에서 눈 영양제를 찾는 분께 평소 식사를 여쭤보면 “당근은 가끔 먹어요”라는 답을 자주 듣습니다. 당근도 좋지만, 눈에 좋은 음식 종류를 한 가지만 꼽기는 어렵습니다. 눈에 필요한 영양소가 서로 다르고, 음식으로 기대할 수 있는 역할과 치료 효과도 구분해야 하거든요.
녹색 채소와 달걀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시금치와 케일 같은 짙은 녹색 채소에는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들어 있습니다. 두 성분은 눈의 황반에도 존재합니다. 달걀노른자와 옥수수도 식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식품입니다. 채소 한 가지를 대량으로 먹기보다 시금치나 브로콜리를 반찬으로 번갈아 올리고, 달걀을 곁들이는 편이 일상에서는 수월하지요.
다만 루테인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떨어진 시력이 다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국립안연구소의 AREDS2 연구는 특정 단계의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 있는 사람에게 정해진 조합의 보충제가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그 결과를 건강한 사람이 채소를 먹으면 황반변성을 예방한다는 뜻으로 넓혀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음식은 균형 잡힌 식사의 일부로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당근과 생선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당근, 고구마, 단호박의 주황빛에는 베타카로틴이 있습니다. 몸에서 필요한 만큼 비타민 A로 바뀌며, 비타민 A는 정상적인 시각 기능에 필요합니다. 부족하면 어두운 곳에서 보는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당근을 많이 먹는다고 시력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당근은 간식이나 반찬으로, 고구마와 단호박은 다른 채소와 번갈아 먹으면 됩니다.
고등어, 연어, 정어리 같은 생선은 오메가3 지방산의 식품 공급원입니다. 한 주의 식사에서 생선 한 토막을 먹는 날을 몇 번 마련하는 방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견과류와 씨앗에도 오메가3 지방산이 있지만 종류가 달라 생선의 성분과 그대로 같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국립안연구소는 녹색 잎채소와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을 건강한 식사의 예로 제시합니다.
“생선을 먹으면 안구건조증이 낫나요?”라는 질문에는 조심스럽게 답합니다. 오메가3 보충제의 안구건조증 효과는 연구마다 결과가 달라 치료 효과가 확실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눈이 계속 뻑뻑하거나 통증·시력 변화가 있다면 음식만 바꾸며 기다리지 말고 안과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약을 드신다면 음식의 양이 달라질 때도 알려주세요
와파린을 복용하는 분은 녹색 채소를 갑자기 많이 먹거나 끊는 일을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시금치와 브로콜리 등에 든 비타민 K가 와파린의 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입니다. 그렇다고 채소를 금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안내처럼 평소 먹던 양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하고, 식단을 크게 바꾸려면 처방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당근이나 고구마에 든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 보충제의 레티놀은 구분해야 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영양보충제국에 따르면 성인의 이미 만들어진 형태의 비타민 A 상한섭취량은 하루 3,000마이크로그램 RAE입니다. 음식·음료·보충제를 합친 양이며, 특히 간과 고함량 보충제를 함께 자주 먹는 경우를 살펴야 합니다.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한다면 고함량 비타민 A 보충제를 임의로 더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와 눈 영양제의 복용량은 다릅니다
영양제 상담 때는 제품 이름보다 성분표를 먼저 봅니다. 종합비타민, 눈 영양제, 별도의 아연 제품을 함께 먹으면 같은 성분이 겹칠 수 있거든요. 미국 국립보건원 영양보충제국이 제시한 성인 아연 상한섭취량은 음식과 보충제를 합쳐 하루 40밀리그램입니다. 아연을 오래 과하게 섭취하면 구리 부족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AREDS2 연구에 사용된 조합에는 아연 80밀리그램이 들어 있습니다. 이는 특정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용량이지, 누구나 따라 먹을 하루 권장량이 아닙니다. 현재 또는 과거 흡연자라면 예전 AREDS 조합에 쓰인 고용량 베타카로틴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폐암 위험 증가가 관찰됐기 때문입니다. 황반변성을 진단받았다면 병의 단계와 복용 중인 약을 안과 의료진에게 알리고 적합한 조합을 확인해야 합니다.
음식은 매일의 식사를 고르게 채우는 쪽으로, 영양제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용량인지 확인하는 쪽으로 생각합니다. 약국에서 제가 가장 먼저 묻는 것도 “어떤 제품이 좋을까요?”보다 “지금 드시는 약과 영양제가 무엇인가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