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매 현장에서 임차인을 만나면 퇴거 날짜보다 먼저 확인하는 게 있다. 집주인에게 언제, 어떤 말로 나가겠다고 알렸느냐다. 월세 묵시적 갱신 퇴거는 이 날짜 하나로 월세와 보증금 반환 일정이 달라진다. 세입자는 이미 이삿짐센터를 예약했는데 집주인은 해지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는 상황도 생긴다.
계약서의 만료일이 지났다고 바로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르면, 임대인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을 통지하지 않고 임차인도 만료 2개월 전까지 별다른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기존 조건으로 묵시적 갱신이 될 수 있다. 보증금과 월세 조건은 그대로 이어지고, 법에서 보는 존속기간은 2년이다.
가령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65만 원인 집의 계약이 6월 말 끝난다고 하자. 양쪽이 법에서 정한 시기에 갱신 거절 의사를 전하지 않았고 월세도 제때 냈다면, 7월부터는 묵시적 갱신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새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무계약 상태가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임차인이 2기분 차임액에 이르도록 월세를 연체했거나 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면 같은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여기서 자주 섞이는 게 묵시적 갱신과 계약갱신요구권이다. 집주인에게 갱신을 요구해 계약을 이어간 경우라면 주고받은 통지와 합의 내용을 따로 봐야 한다. 계약서에 연장 기간과 퇴거 조건을 새로 적었다면 그것도 함께 확인한다. 이름을 잘못 붙인 채 날짜부터 계산하면 첫 단추가 어긋난다.
세입자의 해지 통보는 집주인이 받은 날부터 계산한다
묵시적 갱신이 됐더라도 임차인은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는 집주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해지 효력이 생긴다고 정한다. ‘나갈 수 있다’와 ‘통보한 내일 계약이 끝난다’는 전혀 다른 얘기다. 반대로 집주인이 묵시적 갱신 후 세입자에게 아무 이유 없이 당장 나가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4월 10일에 집주인이 퇴거 통보를 받았다면, 세입자는 7월 10일 무렵까지의 일정을 염두에 두고 이사 날짜를 잡아야 한다. 5월에 먼저 짐을 뺐다는 이유만으로 월세 문제가 저절로 끝나지는 않는다. 실제 차임 정산은 퇴거 시점, 새 임차인의 입주, 당사자 사이의 조기 종료 합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월세 65만 원짜리 집에서 3개월은 최대 195만 원이다. 새집 계약금을 넣기 전에 이 돈과 이중 월세 가능성을 계산하는 편이 낫다.
전화로만 말하고 끝내면 나중에 통보 날짜부터 다툰다. 나는 계약서에 적힌 임대인과 현재 집주인이 같은 사람인지 확인한 뒤, 문자나 메신저로 ‘묵시적 갱신된 임대차를 해지합니다. 보증금 반환과 주택 인도 날짜를 협의하고 싶습니다’처럼 뜻이 분명한 문장을 보내는 쪽을 권한다. 상대가 내용을 확인했는지 남겨 두고, 답이 없거나 다툼이 예상되면 도달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발송한 날이 아니라 받은 날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새 세입자를 구해야만 보증금을 준다는 말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자금 사정 설명일 수는 있지만, 해지 효력이 생긴 뒤 보증금 반환 의무를 새 임차인 계약에 무조건 묶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세입자도 집을 비워 주는 시점과 보증금을 받는 시점을 맞춰야 한다. 이사 당일에 잔금을 받아야 하는데 집주인이 언제 줄지 답하지 않는다면, 새집 잔금 계획부터 다시 봐야 한다.
중개보수도 퇴거하는 세입자 몫으로 자동 확정되는 비용은 아니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는 중개보수를 중개 의뢰인에게 받는다는 해석을 안내한다. 다만 빠른 퇴거를 위해 세입자가 비용 일부를 부담하기로 따로 합의했다면 그 약속의 내용이 중요하다. ‘새 사람 구해 오면 내보내 주겠다’는 말만 듣고 보수, 월세 종료일, 보증금 반환일을 빈칸으로 남겨 두면 뒤에서 돈 얘기가 다시 나온다.
퇴거 합의는 날짜와 금액을 함께 적어야 한다. 언제 주택을 인도할지, 그날 보증금 얼마를 어떤 계좌로 받을지, 미납 월세와 관리비를 어떻게 정산할지 확인한다. 집 상태 사진과 관리비 납부 내역도 남겨 두면 좋다. 특히 보증금이 다음 집의 잔금이라면 ‘곧 돌려주겠다’는 말은 자금 계획이 아니다.
보증금을 못 받았는데 먼저 전출하는 순간
경매 물건을 보다 보면 세입자의 전입일과 점유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그 두 가지가 대항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하고 전입까지 옮기면 기존에 갖고 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을 위험이 있다. 확정일자를 받아 둔 계약서 한 장만 믿고 먼저 나가는 건 위험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는 임대차기간이 끝나도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 반환이 안 된 상태에서 꼭 이사해야 한다면, 임대차가 종료된 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법원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끝내지 말고 실제로 임차권등기가 마쳐졌는지 확인한 다음 집을 인도하고 전입을 옮겨야 한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도 등기를 마친 뒤에는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며 이사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월세 묵시적 갱신 퇴거에서 내가 가장 경계하는 건 날짜를 대충 약속하는 일이다. 세입자는 3개월 뒤 받을 보증금으로 새집을 계약하고, 집주인은 새 세입자가 언제 들어올지 모른 채 반환일을 미룬다. 계약이 어떻게 갱신됐는지 확인하고, 해지 통보가 도달한 날과 보증금 지급일을 기록해 두면 적어도 돈이 필요한 날을 착각하는 일은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