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거래소 두 곳 사이로 코인을 옮기다가 입금이 늦어져 꽤 당황한 적이 있다. 코인은 보냈는데 받는 쪽에서 확인 절차가 남아 있었다. 그때 거래소의 송금 규칙과 세금 규칙을 한데 묶어 생각하면 판단이 더 어려워진다는 걸 느꼈다. 요즘도 ‘트래블룰 때문에 세금이 붙느냐’는 말을 자주 보는데, 먼저 송금과 매도를 구분해야 한다.
트래블룰은 송금 정보를 확인하는 규칙이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사업자 사이에 코인을 이전할 때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를 전달하도록 하는 제도다. 코인을 보내는 순간 수익을 계산해 세금을 매기는 규칙은 아니다. 내 명의 거래소 계정에서 다른 내 명의 계정으로 비트코인을 그대로 옮겼다면, 그 이전 자체를 매도로 볼 이유는 없다. 반면 보내기 전에 비트코인을 팔아 다른 코인으로 바꿨다면 교환 거래는 따로 기록해야 한다.
2026년 10월 현재 신고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간 이전에 적용되는 트래블룰의 법정 금액 기준은 100만 원 이상이다. 다만 ‘99만 원씩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개정 시행령은 이 기준을 없애 모든 금액의 사업자 간 이전으로 정보제공 의무를 넓힐 예정이다. 관련 조항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2027년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므로, 실제 송금일에는 거래소 공지를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거래소의 자체 출금 심사나 입금 확인 절차도 법정 금액 기준과 별개로 적용될 수 있다.
세금은 보낸 금액보다 어떤 거래를 했는지에 달려 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거주자의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대한 과세는 2027년 1월 1일 이후 거래분부터 시행된다. 양도에는 원화 매도뿐 아니라 코인끼리의 교환도 포함된다. 따라서 2026년에 단순히 내 지갑이나 다른 거래소로 옮긴 코인이 얼마였는지만으로 앞으로 낼 세금을 계산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2027년에 500만 원에 산 코인을 같은 수량 그대로 다른 거래소로 보냈다면, 송금액 500만 원이 곧 과세 소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 900만 원에 팔고 인정되는 비용이 없다면 양도 차익은 400만 원이다. 다른 가상자산 거래의 손익과 합산한 연간 소득이 4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연 250만 원 기본공제를 뺀 150만 원에 국세청이 안내하는 20% 세율을 적용해 소득세 30만 원이 계산된다. 실제 금액은 취득가액, 수수료, 해당 연도의 다른 거래에 따라 달라진다.
친구에게 코인을 보내거나 대가로 코인을 받는 거래는 ‘단순한 내 계정 간 이동’과 다르다. 증여인지, 물건이나 서비스의 대가인지에 따라 검토할 세목과 사실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트래블룰 확인을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세금 문제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입출금 전에는 받는 곳의 조건부터 맞춘다
내가 먼저 보는 건 코인 가격이 아니라 받는 거래소의 입금 안내다. 같은 코인이라도 지원하는 네트워크가 여러 개이고, 일부 코인은 메모나 태그까지 정확히 입력해야 한다. 주소가 맞아 보여도 네트워크가 다르면 복구가 어렵거나 비용과 시간이 든다. 입금 거래소가 해당 출금 거래소를 지원하는지, 본인 명의 확인이 필요한지, 개인지갑 입금에 별도 등록 절차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 보내는 자산과 네트워크가 양쪽에서 모두 지원되는지 확인한다.
- 주소뿐 아니라 필요한 메모·태그와 최소 입금 수량을 확인한다.
- 송금인과 수취인 명의, 거래소별 출금·입금 조건을 맞춘다.
- 처음 쓰는 경로라면 수수료와 최소 입금액을 감안해 소액으로 시험한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은 국내 거래소끼리 옮길 때와 처리 방식이 같지 않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이 경로의 위험도에 따른 거래 제한과 확인 의무를 강화하는 개정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소액으로 여러 번 나눠 보내는 방식은 수수료만 늘릴 뿐, 확인 절차를 피하는 안전한 방법이 아니다. 송금이 지연되면 먼저 거래소의 입금 상태와 요구 자료를 확인하는 게 낫다.
거래 내역은 이동 전후가 이어지게 남긴다
2017년 불장 끝물에 산 코인 중에는 어느 거래소에서 얼마에 샀는지 다시 찾느라 애먹은 것이 있다.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면 받는 거래소 화면에는 입금 수량만 보이고 원래 매수가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거래소에서 거래 내역을 내려받을 수 있을 때 미리 보관한다. 매수 일시와 가격, 수수료, 출금 기록, 입금 기록, 거래 해시를 한 거래 흐름으로 이어 두면 나중에 취득가액을 설명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2027년 과세를 앞두고 오래 보유한 코인에는 한 가지 기준이 더 있다. 국세청 안내상 2027년 1월 1일 전에 이미 보유한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은 실제 취득가액과 2026년 12월 31일 당시 시가 중 큰 금액을 적용한다. 그렇다고 예전 매수 내역을 버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취득가액이 더 높을 수 있고, 보유 수량과 취득 경위를 확인하는 데도 필요하다. 양도·대여 소득은 연간 손익을 계산해 다음 해 5월 신고하는 구조다.
내 기준에서 송금 전 질문은 두 개다. ‘이 경로로 제대로 도착할까’, 그리고 ‘나중에 이 코인의 취득 내역을 설명할 수 있을까’. 트래블룰은 첫 질문에, 세금 기록은 두 번째 질문에 가깝다. 급하게 옮길수록 두 화면을 따로 확인하는 습관이 결국 시간을 아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