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기획 일을 하면서 혜택표보다 먼저 확인한 숫자는 전월실적이었다. 커피 10% 할인이라고 적혀 있어도 지난달 실적이 30만 원에 못 미치면 이번 달 할인은 0원이다. 더 헷갈리는 건 카드로 쓴 돈과 실적으로 인정되는 돈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1. 카드실적은 결제액에서 제외 항목을 빼고 계산한다
전월실적 30만 원은 보통 지난달 카드값 30만 원이라는 뜻으로 읽기 쉽다. 하지만 판단 기준은 해당 카드의 상품설명서에 적힌 실적 산정 금액이다. 세금, 공과금, 아파트관리비, 상품권 구매, 선불 충전, 무이자할부, 할인받은 결제 건 등이 제외되는지는 카드마다 다르다. 같은 60만 원을 써도 인정 금액은 30만 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계산할 때는 한 달 결제 내역을 세 칸으로 나눈다. 실적으로 인정되는 일반 결제, 할인은 받지만 실적에서는 빠지는 결제, 할인과 실적 양쪽에서 빠지는 결제다. 특히 할인받은 결제 건 전체가 실적에서 제외되는 카드라면 할인액 몇천 원만 빼서는 안 된다. 5만 원짜리 결제 한 건이 통째로 빠지는 조건인지 확인해야 한다.
취소한 결제도 살펴야 한다. 월말에 실적을 간신히 채웠다가 나중에 취소하면 혜택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 승인일과 매출 접수일 중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잡는지도 상품설명서마다 확인할 부분이다. 월말에 부족한 금액만큼 억지로 결제하는 습관은 이런 변수까지 고려하면 생각보다 불안정하다.
2. 할인율보다 통합한도를 먼저 금액으로 바꾼다
커피와 배달 10% 할인, 월 통합한도 1만 원인 카드를 가정해 보자. 두 업종에서 합쳐 10만 원을 쓰면 한도가 찬다. 20만 원을 써도 할인은 2만 원이 아니라 1만 원이다. 여기에 교통 5% 할인과 별도 월 한도 5천 원이 있다면 교통비 8만 원의 할인액은 4천 원이다. 숫자만 보면 할인율이 높지만, 이 소비 패턴에서 한 달 혜택은 1만 4천 원이다.
업종 이름도 실제 결제 방식과 맞춰야 한다. 배달앱 결제가 배달 영역으로 잡히는지, 간편결제를 거치면 제외되는지, 카페 안의 다른 매장 결제는 어떻게 분류되는지에 따라 계산이 달라진다. 할인 대상이라고 생각한 지출을 전부 넣기보다 최근 명세서의 가맹점 분류를 기준으로 잡는 편이 정확하다. 건당 최소 결제액이나 일별 횟수 제한이 있으면 그 조건도 월 한도보다 먼저 적용한다.
3. 월 70만 원을 써도 실적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제 연회비 1만 8천 원, 전월실적 30만 원인 가상 카드 A를 놓고 계산해 보자. 커피·배달 10% 할인은 월 통합 1만 원, 교통 5% 할인은 월 5천 원까지다. 할인받은 결제 건은 실적에서 빠지고, 공과금도 실적 제외라고 가정한다. 실제 카드의 조건을 설명하는 수치가 아니라 소비 패턴을 비교하기 위한 예시다.
민수의 월 지출은 일반 장보기 33만 원, 커피 5만 원, 배달 7만 원, 교통 8만 원, 공과금 17만 원으로 총 70만 원이다. 실적으로 남는 장보기 33만 원만으로 기준을 넘는다. 커피와 배달의 할인 계산액은 1만 2천 원이지만 통합한도 때문에 1만 원을 받는다. 교통 할인 4천 원을 더하면 월 1만 4천 원이다. 이 패턴이 12개월 이어진다면 연간 할인 16만 8천 원에서 연회비를 뺀 금액은 15만 원이다.
지연도 월 70만 원을 쓴다. 다만 일반 장보기 25만 원, 커피 5만 원, 배달 7만 원, 교통 8만 원, 공과금 25만 원이다. 할인 대상 소비는 민수와 같지만 실적 인정액은 25만 원이다. 앞서 정한 카드 A의 조건대로라면 다음 달 할인은 0원이다. 총지출이나 할인 업종 지출만 보고 두 사람에게 같은 카드를 권하면 한쪽 계산은 틀린다.
4. 연회비 손익분기는 대안 카드와 함께 본다
민수에게 카드 A가 괜찮은지는 연회비만 빼서 판단하기 어렵다. 비교 대상으로 연회비 없이 모든 지출에 1%를 돌려주는 가상 카드 B를 두자. 민수의 월 70만 원 지출에는 B가 7천 원을 돌려준다. A의 월 할인 1만 4천 원과 차이는 7천 원이다. A의 연회비 1만 8천 원을 이 차이로 회수하려면 같은 소비 패턴으로 약 3개월이 필요하다. 12개월을 유지하면 A가 B보다 6만 6천 원 유리하다.
소비액으로도 경계를 구할 수 있다. 별도 일반 결제 30만 원으로 실적을 채우고 커피·배달만 추가로 쓴다고 가정하자. 교통 할인은 없고, 두 업종의 월 1만 원 한도는 아직 남아 있다. A가 B와 같아지는 지점은 커피·배달 지출 월 5만 원이다. A의 할인 5천 원에서 연회비 월 환산액 1천 5백 원을 빼면 3천 5백 원이고, B는 총 35만 원의 1%인 3천 5백 원을 돌려준다. 연회비를 12개월에 나눈 비교이므로 중간에 소비 패턴이 바뀌면 다시 계산해야 한다.
내가 카드를 고를 때는 먼저 실적 인정액을 적고, 그다음 할인액에 월 한도를 씌운다. 연회비와 이미 쓸 수 있는 다른 카드의 혜택을 뺀다. 카드실적 30만 원을 채우려고 필요 없는 물건을 산다면 그 지출도 비용이다. 할인 몇천 원 때문에 소비가 늘어나는 카드라면 혜택표가 아무리 화려해도 내 지갑에는 맞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