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입찰장에서 동행한 후배가 보증금 봉투를 다시 열어 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최저매각가격이 2억 8,700만 원인 물건이라 보증금은 2,870만 원인데, 은행에서 3,00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끊어 온 겁니다. “130만 원 더 넣으면 안전한 거 아닌가요?”라는 말에 저도 잠깐 손을 멈췄습니다. 경매에서 입찰 보증금 초과는 돈을 더 준비한 성의로 평가받는 일이 아닙니다. 내 돈이 얼마 동안, 어떤 책임을 지고 묶이는지가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3,000만 원을 넣으면 입찰가도 올라갈까
먼저 입찰가와 보증금은 서로 다른 숫자입니다. 입찰표에 적은 매수가격으로 경쟁하고, 보증금은 그 가격을 실제로 낼 사람인지 담보하는 돈입니다. 위 사례에서 입찰표에 3억 1,000만 원을 적고 보증금 봉투에 3,000만 원을 넣었다고 해서 입찰가가 3억 1,130만 원이 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보증금을 많이 냈다고 다른 사람보다 낙찰에 유리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기일입찰 보증금은 원칙적으로 그 회차 최저매각가격의 10분의 1입니다. 낙찰받고 싶은 가격의 10%로 계산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법원이 다른 금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금 미납 뒤 다시 나온 물건은 특별매각조건을 먼저 봐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도 법원이 정한 보증금액과 납부 방법, 매각기일 공고의 중요성을 분명히 짚고 있습니다. 평소처럼 10%라고 외워서 수표를 끊었다가는 초과보다 부족이 더 큰 사고가 됩니다.
예를 들어 최저매각가격 2억 원인 물건의 공고에 보증금이 20%로 정해졌다면 필요한 돈은 4,000만 원입니다. 10%인 2,000만 원만 가져와 놓고 입찰가를 높게 적어도 부족한 보증금이 채워지는 건 아닙니다. 현장에서는 감정가, 직전 회차 가격, 이번 회차 최저매각가격을 섞어 계산하는 분도 봤습니다. 수표를 만들기 전에는 이번 매각기일 공고에 적힌 금액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더 낸 돈은 언제 돌아오나
법원 경매에서 정해진 금액보다 많은 보증금을 냈다고 해서 그 이유만으로 입찰가가 바뀌거나 초과분을 즉시 돌려받는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낙찰받지 못한 일반 입찰자는 매각기일이 끝난 뒤 보증금 반환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차순위매수신고를 했다면 반환 시점이 달라질 수 있으니, 결과 발표를 듣고 바로 집에 가지 말고 본인 지위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낙찰받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금전으로 낸 매수신청보증은 매각대금에 들어가므로, 대금지급기한에 낼 돈은 낙찰가에서 이미 제공한 보증금을 뺀 금액입니다. 위 후배가 3억 1,000만 원에 낙찰받고 3,000만 원이 보증금으로 처리됐다면, 잔금 계산의 출발점은 2억 8,000만 원입니다. 이때 130만 원을 낙찰 직후 따로 돌려받고 잔금을 2억 8,130만 원 낸다고 마음대로 계산하면 숫자가 어긋납니다. 실제 납부액은 법원의 대금지급 안내와 보관금 처리 내역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더 무서운 경우는 잔금을 못 내는 때입니다. 매각허가를 받은 매수인이 정해진 기한에 대금을 내지 못해 재매각으로 가면, 민사집행법상 이미 제공한 매수신청보증의 반환을 요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필요액보다 많이 넣었다면 초과분도 당연히 안전하다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보증금으로 접수된 금액 전체가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전제로 자금 계획을 짜야 합니다. ‘조금 넉넉히 넣자’는 습관이 여기서는 손실 규모를 키울 수 있습니다.
봉투를 넣기 전과 넣은 뒤의 대처
아직 입찰봉투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가장 간단합니다. 공고의 사건번호와 물건번호, 이번 회차 최저매각가격, 특별매각조건을 다시 읽고 수표 금액을 맞추면 됩니다. 은행에서 수표를 바꿀 시간이 없다면 현장 집행관에게 먼저 납부 방법을 확인해야 합니다. 제출 직전에 책상 앞에서 수표를 여러 장으로 나누거나 현금을 보태는 방식이 가능한지 스스로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법원이 정한 방법에 맞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봉투를 제출했다면 곧장 집행관에게 사실관계를 알리고 안내를 받는 게 낫습니다. 입찰표의 매수가격을 잘못 쓴 건지, 보증금만 초과한 건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두 실수는 손해의 모양이 전혀 다릅니다. 개찰 전후에 임의로 봉투를 되찾아 고칠 수 있다고 기대하지 말고, 수표 금액과 입찰표 기재액을 차분히 확인해 전달하세요. 낙찰됐다면 보증금 접수액을 확인한 뒤 잔금대출 담당자에게도 같은 숫자를 알려야 합니다.
저는 입찰 전날 종이에 숫자 세 개를 따로 씁니다. 이번 회차 최저매각가격, 공고상 보증금, 제가 쓸 입찰가입니다. 그 옆에 취득세와 등기비용, 명도비, 예상 수리비, 대출로 실제 조달할 수 있는 금액까지 적습니다. 가령 3억 1,000만 원에 낙찰받고 보증금 3,000만 원을 넣었다 해도 나머지 2억 8,000만 원을 전부 대출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출 한도와 실행 시점이 틀어지면 보증금 초과 여부보다 훨씬 큰 문제가 됩니다.
공매에서는 같은 생각으로 송금하면 안 된다
온비드 공매는 법원 경매 봉투입찰과 처리 방식이 다릅니다. 실제 공매 공고에는 입찰서에 표시된 보증금보다 적거나 많은 금액을 송금하면 정상 입금 처리되지 않는다고 적힌 경우가 있습니다. 법원에서는 ‘초과분이 어떻게 처리되나’를 따져야 하지만, 전자입찰에서는 송금 자체가 입찰 요건을 채우지 못할 수 있는 겁니다. 입찰 버튼을 누른 뒤 계좌번호만 보고 대충 둥근 금액을 보내는 습관은 피해야 합니다.
공매는 물건마다 매각기관과 공고 조건도 다릅니다. 보증금 비율, 납부 마감, 환불계좌, 분할 납부 가능 여부를 해당 공고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돈을 보낸 다음에는 이체확인증만 보고 끝내지 말고 입찰 화면에 납부 완료로 반영됐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마감 직전에 오류를 발견하면 은행과 시스템 처리 시간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날 후배는 입찰 전에 수표를 다시 준비해 공고에 적힌 금액으로 냈습니다. 보증금은 많이 낸다고 유리한 돈이 아닙니다. 저는 지금도 입찰장에 들어가기 전 수표 금액을 공고와 한 번 더 맞춰 봅니다. 몇 초 걸리는 확인이지만, 잔금 낼 때까지 마음 편한 쪽은 대개 그 몇 초를 쓴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