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브랜드 두 곳을 보니 오래 남는 약속이 달랐다

아웃도어브랜드 두 곳을 보니 오래 남는 약속이 달랐다

얼마 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을 연달아 봤다. 산에 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누군가는 노트북 가방을 메고 있었고, 누군가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아웃도어브랜드가 산을 내려와 일상복이 됐다는 사실은 익숙하다. 그런데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옷이 어디서 팔리는가보다 다른 게 눈에 들어온다. 산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도시에 와서도 자기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

노스페이스는 탐험의 범위를 넓혔다

노스페이스의 출발은 1966년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등산 장비점이었다. 브랜드가 공개한 역사에는 1969년 선보인 내부 프레임 배낭도 등장한다. 무거운 장비를 더 편하게 들고 움직이도록 만든 제품이었다. 브랜드가 내세우는 ‘멈추지 않는 탐험’이라는 말이 처음부터 제품의 쓰임과 동떨어진 구호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재미있는 건 탐험이 꼭 험한 산을 뜻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기능성 재킷을 입고 여행하거나 비 오는 날 출근하는 사람에게도 그 말은 통한다. 같은 옷이 다른 생활 속으로 들어갈 여지가 생긴 것이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꽤 영리한 확장이다. 브랜드가 처음 가진 이미지를 버리지 않으면서 고객이 그 이미지를 자기 일상에 가져올 수 있게 했다.

다만 거리에서 많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브랜드의 실력이 모두 증명되지는 않는다. 어떤 해에는 날씨가, 어떤 해에는 유행이 판매를 밀어준다. 로고가 자주 보이는 시기와 제품이 오래 신뢰받는 시기는 겹칠 수도, 어긋날 수도 있다. 그래서 저는 아웃도어브랜드를 볼 때 인지도만큼이나 처음 내건 쓰임을 지금도 제품으로 보여주는지 살핀다.

파타고니아는 덜 사라는 말을 실행에 옮겼다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파타고니아는 자사 재킷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냈다. 할인과 구매를 외치는 날에 정반대의 말을 했으니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문구만 떼어 놓으면 기발한 광고 한 편에 그친다. 당시 파타고니아가 함께 제시한 약속에는 오래 쓰는 제품을 만들고, 망가진 옷은 수선하고, 쓰지 않는 옷은 다시 쓰이게 돕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브랜드의 계산을 읽는다. 당장 한 벌 더 파는 일과 고객이 이미 산 옷을 오래 입도록 돕는 일은 쉽게 양립하지 않는다. 파타고니아는 그 불편한 선택을 공개적으로 내걸었다. 고객에게는 ‘필요할 때 신중히 사도 되는 브랜드’라는 기억을 남겼을 것이다. 광고가 만든 관심을 운영 방식으로 받아내려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2013년부터 오래 입은 옷과 그 이야기를 다루는 원웨어를 전개했다. 회사가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2024년 네바다주 리노의 수선 시설에서 고친 의류는 4만 벌이 넘는다. 수선은 새 상품 광고만큼 화려하지 않다. 접수하고, 고치고, 다시 돌려보내는 반복적인 일이다. 바로 그 반복이 ‘오래 입자’는 말을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약속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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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선언보다 비용이 드는 선택이 오래 기억된다

파타고니아의 2022년 소유권 이전도 같은 맥락에서 볼 만하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의결권을 가진 주식은 브랜드의 목적을 지키기 위한 신탁으로, 나머지 주식은 환경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로 옮겼다. 사업에 재투자하고 남은 이익을 환경 보호에 쓰도록 구조를 바꾼 것이다. 캠페인 문구가 아니라 회사 운영에 영향을 주는 결정이었다.

물론 이런 사례를 곧장 성공 공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파타고니아도 옷을 만들고 판매하며, 그 과정에서 환경에 영향을 준다고 인정한다. 수선 실적이 있다고 해서 새 제품 생산의 영향을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약속이 커질수록 고객은 더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한다. 얼마를 고쳤는지, 무엇을 바꿨는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무엇인지 말해야 한다.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의 약속은 서로 다르다. 하나는 더 멀리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제품 경험에, 다른 하나는 이미 가진 옷을 더 오래 쓰게 하는 선택에 힘을 싣는다. 두 브랜드를 같은 잣대로 줄 세우기보다 각자가 내건 말이 제품과 운영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는 편이 훨씬 흥미롭다.

유행이 지나간 뒤에도 남는 장면

아웃도어 시장에서는 운도 작동한다. 예상보다 추운 겨울, 뜻밖의 패션 유행, 특정 제품에 쏠린 관심이 한 시즌의 숫자를 바꿀 수 있다. 기획자가 그 모든 흐름을 설계했다고 말하는 순간 이야기는 너무 쉬워진다. 대신 유행이 찾아왔을 때 브랜드가 무엇을 더 만들고, 무엇을 고치고, 어떤 약속에 비용을 썼는지를 봐야 한다.

출근길에 본 재킷 한 벌도 처음에는 색이나 로고로 기억된다. 몇 년 뒤 지퍼가 고장 났을 때 어떤 경험을 했는지, 그 옷을 계속 입고 싶은지까지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게 오래 남는 아웃도어브랜드는 멋진 문장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곳이 아니다. 고객이 그 문장을 실제로 겪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아웃도어브랜드 두 곳을 보니 오래 남는 약속이 달랐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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