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가 맛을 바꾼 79일이 마케팅에 남긴 것

코카콜라가 맛을 바꾼 79일이 마케팅에 남긴 것

브랜드 회의에서 신제품 시음 결과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사람들이 새 콜라를 더 맛있다고 골랐는데, 정작 출시되자 예전 콜라를 돌려달라고 항의한 1985년의 코카콜라다. 숫자를 잘못 읽은 걸까. 12년 동안 브랜드를 기획하며 느낀 건 조금 다르다. 당시 숫자는 맛을 묻는 질문에 답했을 뿐, 코카콜라를 바꿔도 되는지까지 말해주지는 않았다.

코카콜라는 왜 익숙한 맛을 건드렸을까

그때 코카콜라의 선택을 무모한 자신감만으로 설명하면 중요한 맥락이 빠진다. 코카콜라컴퍼니의 기록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주력 제품이 경쟁사에 앞서 있던 폭은 15년 연속 좁아지고 있었다. 소비자의 선호와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약해지고 있었다. 펩시와 경쟁하는 회사 입장에서 맛을 손보자는 제안이 회의실에 올라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회사는 거의 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시음 조사에서 새 제조법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한다. 담당자에게 이 결과는 꽤 강한 근거였을 것이다. 기존 맛을 지키면 익숙한 고객은 남겠지만 경쟁 구도는 그대로다. 새 맛으로 바꾸면 제품 자체의 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봤을 법하다. 브랜드를 맡아본 사람이라면 이 선택이 왜 설득력 있게 들렸는지 안다. 시장이 흔들릴 때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결정 역시 위험하다.

시음장에서 이긴 맛이 매장에서 진 이유

1985년 4월 23일, 코카콜라는 99년 만에 주력 제품의 제조법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고객의 반응은 시음 조사와 달랐다. 코카콜라컴퍼니에 따르면 맛을 바꾸기 전 하루 약 400통이던 소비자 상담 전화는 그해 6월 하루 약 1,500통으로 늘었다. 단순히 새 맛이 싫다는 의견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기존 콜라를 미리 사두는 사람까지 나왔다.

여기서 시음 조사와 실제 구매 경험의 차이가 드러난다. 시음장에서는 눈앞의 두 잔을 비교한다. 매장에서는 늘 마시던 코카콜라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앞의 질문은 ‘어느 쪽 맛이 좋은가’이고, 뒤의 질문은 ‘내가 좋아하던 것을 왜 없앴나’에 가깝다. 조사가 틀렸다기보다 조사한 대상이 달랐던 셈이다. 맛에 대한 선호와 브랜드에 대한 애착은 함께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 조사를 볼 때 응답자가 무엇을 골랐는지만큼, 그 선택을 어떤 상황에서 했는지 본다. 새 포장에 대한 호감도와 오래된 포장이 사라질 때의 반응은 다른 질문이다. 신제품을 반기는 마음과 기존 제품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도 동시에 생길 수 있다. 코카콜라 사례는 제품의 한 부분을 개선할 때 고객이 제품 전체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놓치기 쉽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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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일 만에 돌아온 원래의 콜라

코카콜라는 7월 11일 기존 제조법의 제품을 ‘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새 제조법을 발표한 지 79일 만이었다. 이후 두 제품은 한동안 나란히 팔렸다. 이 대목을 두고 처음부터 화제를 만들기 위해 꾸민 마케팅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코카콜라컴퍼니는 소비자 항의를 의도한 일이 아니었으며, 미국 시장의 브랜드와 콜라 시장에 활력을 주려던 결정이었다고 설명한다. 결과가 극적이었다고 해서 처음의 목적까지 바꿔 읽을 필요는 없다.

원래 맛의 복귀가 큰 뉴스가 된 데에는 소비자의 애착도, 항의가 널리 알려진 상황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느 하나만으로 이후의 브랜드 성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당시 경쟁 압박 때문에 내린 결정이 예상 밖의 반응을 만났고, 회사는 그 반응을 보고 방향을 바꿨다. 성공담으로만 포장하기엔 고객이 겪은 실망이 있었고, 실패담으로만 남기기엔 그 뒤의 대응이 빨랐다.

브랜드가 한 약속은 제품보다 오래 남는다

코카콜라가 명시적으로 ‘맛을 절대 바꾸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같은 이름으로 같은 제품을 사온 고객에게 익숙한 맛은 말로 쓰지 않은 약속처럼 작동했다. 회사는 더 나은 맛을 제안한다고 생각했지만, 일부 고객은 자신이 믿고 고르던 기준이 사라졌다고 느꼈다. 이 간극은 광고 문구를 고치는 것만으로 메우기 어렵다.

새로운 시도 자체를 겁낼 이유는 없다. 다만 오래 사랑받은 브랜드일수록 변화의 효과를 물을 때 ‘무엇이 좋아지는가’ 옆에 ‘고객은 무엇을 잃는가’를 놓아야 한다. 코카콜라의 79일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도 새 콜라의 맛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고객이 브랜드에 맡겨둔 익숙함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그 자산을 건드리고 나서야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코카콜라가 맛을 바꾼 79일이 마케팅에 남긴 것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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