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북문화예술회관 강북진달래홀 갤러리에서 중국 청두의 오랜 역사와 오늘의 일상을 함께 살펴보는 전시가 펼쳐졌다. 전시장은 제갈량과 두보를 중심으로 천 년의 시간을 풀어낸 금강쌍벽, 현대 청두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은 천부만상 등 두 공간으로 구성됐다.
분홍빛에서 청록빛으로 번지는 벽과 매화 가지를 품은 둥근 문은 각 전시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관람객은 둥근 문을 지나며 삼국지의 역사와 두보의 시 세계, 오늘날 청두의 풍경을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 판다로 널리 알려진 청두를 넘어, 도시 안에 축적된 역사와 예술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붓끝에서 만나는 제갈량
첫 번째 공간에서는 두루마리를 들고 먼 곳을 바라보는 제갈량의 모습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 문구는 은거하던 시기에도 그의 마음이 천하를 향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함께 소개된 무후사는 군주와 신하를 한 사당에 모신 중국 유일의 장소라는 전시 설명이 붙었다. 제갈량이라는 인물을 개인의 삶에만 머물지 않고 군주와 신하, 역사와 기억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도록 구성한 대목이다.
산길을 오르는 출정 행렬
제갈무후 출사도에는 푸른 봉우리가 겹겹이 이어진 산길과 그 길을 지나는 행렬이 담겼다. 말을 탄 인물들과 수레가 산세를 따라 움직이는 가운데, 수레 위 제갈량은 고요한 모습으로 표현됐다.
작품에는 작자 미상이며 명대 화풍을 보여준다는 설명이 제시됐다. 산과 길, 인물의 배치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출정을 앞둔 행렬의 무게와 긴장감이 화면 전체에서 잔잔하게 드러난다.
고전과 판다가 만난 장면
엄숙한 역사 인물을 다룬 작품 사이에는 관우와 제갈량 입간판이 놓였다. 그 아래에는 삼국지 인물의 옷차림을 한 판다 인형들이 나란히 자리했다.
근엄한 고전 속 인물과 둥근 판다 캐릭터가 한 공간에서 대비되면서 전시장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판다는 전시의 중심 소재라기보다 청두의 오랜 이야기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요소로 배치됐다.
완화계 물가의 시인 두보
두보를 다룬 공간에서는 전시의 흐름이 시인의 삶과 작품으로 이어진다. 전시 설명에 따르면 두보는 청두 완화계 물가에 초가집을 짓고 3년 9개월 동안 살면서 200여 수의 시를 남겼다.
두릉완계행음도에는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걷는 시인의 모습이 나타난다. 화려한 동작보다 조용한 걸음과 주변 풍경에 무게를 둔 화면은 두보가 머물렀던 청두의 시간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매의 눈빛과 여지의 붉은빛
위페이안의 화응에서는 주황빛 매가 모란 옆에서도 날카로운 눈빛을 유지한다. 꽃의 색과 새의 단단한 표정이 대비되며 화면에 긴장감을 더한다.
치바이스의 병귤에는 병든 귤 대신 탐스럽게 표현된 여지가 등장한다. 전시에서는 이를 백성의 고통을 에둘러 드러낸 작품으로 설명한다. 곱고 선명한 색채 안에 무거운 현실을 담아낸 표현 방식이 눈길을 끈다.
여러 화가가 완성한 초당도
초당도는 1960년 10월 18일 두보초당을 찾은 화가들이 한 장의 종이에 차례로 붓을 더해 완성한 합작이다. 참여한 화가들은 돌다리와 고목, 집 등 서로 다른 대상을 맡아 하나의 풍경을 구성했다.
여러 사람의 붓질이 한 화면에 모였지만 각각의 대상은 초당이라는 공간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한 사람이 단독으로 완성한 그림과 달리, 여러 시선과 손길이 같은 장소의 기억을 함께 쌓았다는 점이 작품의 특징이다.
곁에 전시된 주윈밍의 초서는 용과 뱀이 움직이는 듯 빠르고 힘찬 흐름을 보인다. 풍경을 세밀하게 쌓아 올린 초당도와 거침없이 이어지는 초서가 나란히 배치되면서 서로 다른 붓의 움직임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오백 년을 넘어 이어진 대화
전시 서문은 제갈량의 충절과 두보의 연민이 약 500년의 시간 차를 넘어 청두에서 서로 대화한다고 설명한다. 시대와 활동 방식은 달랐지만 두 인물을 한 도시의 역사 안에서 함께 조명한 것이다.
소나무 아래에서 두루마리를 든 제갈량상 곁에는 두보가 제갈량을 노래한 촉상의 구절이 배치됐다. 인물상과 시구가 한자리에서 만나며 제갈량을 기억한 후대 시인의 시선까지 함께 전달한다. 역사적 인물과 문학 작품을 연결한 구성이 이번 전시의 중심 흐름을 이룬다.
사람들의 삶으로 이어진 청두
천부만상 공간에 들어서면 전시의 시간은 오늘날 청두로 넘어간다. 인민공원의 찻집과 옛 절 옆 타이구리,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와 북적이는 일상이 그림 속에 펼쳐진다.
이 공간에는 “젊어서는 쓰촨에 들어가지 말고, 늙어서는 촉을 떠나지 말라”는 옛말이 소개됐다. 작품들은 청두의 거창한 상징만을 앞세우기보다 차를 마시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을 통해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갈량과 두보의 시대에서 출발한 관람 동선은 현대 청두의 생활 풍경으로 마무리된다. 역사화와 시, 서예, 합작 회화, 판다 인형과 현대 도시 풍경이 이어지며 한 도시가 간직한 여러 표정을 차분하게 펼쳐 보인다.
강북에서 마주한 청두의 여러 얼굴
이번 전시는 청두를 판다만의 도시로 한정하지 않는다. 제갈량이 남긴 역사적 기억, 두보의 시와 초당, 여러 화가의 붓끝에 담긴 풍경,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일상까지 한 흐름 안에 배치했다.
전시장 안에서는 산길을 오르는 행렬 앞에서 천천히 화면을 살피는 관람객과 판다 인형 앞에서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관람객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차분한 작품과 친근한 전시 요소가 어우러져 청두의 긴 시간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강북문화예술회관 강북진달래홀 갤러리에서 만나는 청두는 천 년의 역사와 오늘의 생활이 함께 숨 쉬는 도시다. 둥근 문을 중심으로 연결된 두 공간은 과거와 현재를 나누면서도, 청두라는 하나의 장소 안에서 다시 만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