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맞춤법 테스트에서 몇 개나 맞히시겠어요?

1회
헷갈리는 맞춤법 테스트에서 몇 개나 맞히시겠어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쓴 문장을 읽다 보면, 같은 표기를 여러 번 고쳐도 다음 글에서 다시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정답만 표시하면 오래 남지 않더군요. 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짚고 나서 다시 쓰게 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고치는 일이 늘어납니다.

아래 헷갈리는 맞춤법 테스트는 여덟 문항입니다. 익숙한 문장이라 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답을 고를 때 이유까지 떠올려 보세요. 마지막 문항은 두 표현을 모두 맞혀야 한 문제로 셉니다.

먼저 여덟 문항을 풀어 볼까요?

  • 1. 내일 다시 만나도 돼 / 되.
  • 2. 어제는 숙제를 안 했다 / 않 했다.
  • 3. 왠지 / 웬지 마음이 놓인다.
  • 4. 네가 여긴 웬일 / 왠일이야?
  • 5. 며칠 / 몇일 동안 비가 왔다.
  • 6. 소문이 금세 / 금새 퍼졌다.
  • 7. 누구나 틀릴 수 있다 / 틀릴수있다.
  • 8. 나 만큼 / 나만큼 알고 있다. 노력한 만큼 / 노력한만큼 얻는다.

표기만 보고 빠르게 고른 답과, 문장 속에서 뜻을 따져 고른 답이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웬일’과 ‘왠지’, ‘나만큼’과 ‘노력한 만큼’은 짝으로 놓고 보면 차이가 또렷해집니다.

‘돼’와 ‘안’은 원래 형태를 떠올리면 보입니다

1번의 답은 ‘돼’입니다. ‘돼’는 ‘되어’가 줄어든 말이지요. ‘내일 다시 만나도 되어’로 풀어 써도 문장이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되’는 동사 ‘되다’의 어간이라서 이 자리에서 혼자 문장을 끝내지 못합니다. ‘되면’, ‘되고’처럼 뒤에 어미가 붙을 때는 ‘되’를 씁니다. 학생들에게는 ‘돼’를 ‘되어’로 바꾸어 읽어 보는 방법을 자주 알려 줍니다. 소리보다 말의 구조를 확인하는 셈입니다.

2번은 ‘안 했다’가 맞습니다. 여기서 ‘안’은 ‘아니’가 줄어든 말로, ‘했다’ 앞에 놓여 그 행동을 부정합니다. ‘않’은 ‘아니하다’에서 온 ‘않다’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숙제를 하지 않았다’처럼 ‘-지 않다’ 꼴로 쓰지요. ‘숙제를 않 했다’라고 쓰면 ‘않’을 따로 떼어 앞에 놓은 셈이 됩니다. ‘안 했다’와 ‘하지 않았다’를 나란히 적어 보면 두 형태가 맡는 자리가 보입니다.

이 두 문제는 무작정 발음을 따라 적으면 흔들리기 쉽습니다. ‘되어’와 ‘아니’처럼 줄기 전의 말을 떠올리면, 왜 그 글자가 들어가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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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웬일’, ‘며칠’, ‘금세’에는 각각 사연이 있습니다

3번은 ‘왠지’, 4번은 ‘웬일’입니다. ‘왠지’는 ‘왜인지’가 줄어든 말입니다. 뚜렷한 까닭은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는 뜻이지요. ‘웬’은 ‘어찌 된’ 또는 ‘어떠한’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래서 뜻밖의 일을 만났을 때 ‘웬일이야?’라고 합니다. 둘 다 ‘왜’와 비슷하게 느껴져 섞어 쓰기 쉽지만, ‘왜인지’를 풀어 넣을 수 있는 자리는 ‘왠지’입니다.

5번은 ‘며칠’입니다. ‘몇 년’, ‘몇 월’이 있으니 ‘몇 일’도 될 것 같다고 말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의 한글 맞춤법 해설은 ‘며칠’을 ‘몇’과 ‘일’이 결합한 형태로 보지 않습니다. ‘몇 일’이라면 발음도 지금의 ‘며칠’과 달라집니다. 날짜를 물을 때 ‘오늘 며칠이야?’라고 하고, 기간을 말할 때도 ‘며칠 동안’이라고 씁니다. ‘몇일’과 ‘몇 일’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두 자리 모두 ‘며칠’을 쓰는 문제입니다.

6번은 ‘금세’입니다. ‘금시에’가 줄어든 말이라 ‘소문이 금세 퍼졌다’고 적습니다. ‘어느 사이’가 줄어 굳어진 ‘어느새’와 모양이 비슷해서 ‘금새’로 쓰기 쉽지요. 다만 ‘금새’라는 말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건의 값이나 값의 비싸고 싼 정도를 뜻하는 별개의 말입니다. 시험에서 ‘금새는 무조건 틀린 말’이라고 외우면 오히려 뜻의 차이를 놓칩니다.

띄어쓰기는 앞말이 무엇인지 보면 풀립니다

7번의 답은 ‘틀릴 수 있다’입니다. 여기서 ‘수’는 어떤 일을 할 가능성이나 능력을 나타내는 의존 명사입니다. 앞말의 도움을 받아 쓰이지만 명사이므로 띄어 적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42항도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고 밝힙니다. ‘할 수 있다’, ‘갈 수 없다’에서도 같은 간격을 유지합니다.

8번은 ‘나만큼’과 ‘노력한 만큼’이 모두 맞아야 합니다. ‘나’처럼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말 뒤의 ‘만큼’은 조사여서 붙여 씁니다. 반면 ‘노력한’처럼 동작을 꾸미는 형태 뒤의 ‘만큼’은 의존 명사여서 띄어 씁니다. ‘친구만큼 달린다’와 ‘달린 만큼 쉰다’를 비교해도 같은 차이가 드러납니다. 눈에 보이는 ‘만큼’은 같아도 문장 안에서 하는 일이 다른 것입니다.

몇 개를 맞혔는지보다 틀린 문항의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지가 더 오래 남습니다. 제가 학생들과 답을 맞춰 볼 때도 점수 옆에 ‘되어의 준말’, ‘금시에의 준말’처럼 짧은 근거를 적게 합니다. 다음에 비슷한 문장을 만났을 때 그 근거를 다시 꺼내 쓸 수 있으니까요.

헷갈리는 맞춤법 테스트에서 몇 개나 맞히시겠어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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