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표준어대사전이 정식 이름일까요?

1회
국립표준어대사전이 정식 이름일까요?

얼마 전 학생이 ‘국립표준어대사전에는 짜장면도 맞다고 나오는데요?’ 하고 물었습니다. 표기를 제대로 확인한 건 반가웠지만, 사전 이름부터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사전의 정식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입니다. ‘국립표준어대사전’이라고 검색해도 찾으려던 사전에 닿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글에 사전 이름을 적을 때는 정확한 이름을 쓰는 편이 좋겠지요.

사전 이름에서 무엇을 구분해야 할까요?

‘국립’은 사전 이름의 일부가 아니라 운영 기관인 국립국어원을 가리킵니다. 또 ‘표준어대사전’이 아니라 ‘표준국어대사전’입니다.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두 차이가 있습니다. 학생들과 자료를 찾을 때도 저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이라고 말합니다. 누가 만들고 운영하는지, 어떤 사전을 보고 있는지가 한꺼번에 분명해집니다.

이 사전은 뜻을 찾는 데만 쓰이지 않습니다. 글을 쓰다가 두 표기 사이에서 멈췄을 때, 발음이 헷갈릴 때, 같은 말인 줄 알았던 단어의 쓰임이 달랐을 때 확인하는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검색 결과의 첫 줄에 원하는 단어가 보인다고 거기서 읽기를 멈추면 아쉽습니다. 표제어 아래의 뜻풀이와 용례까지 봐야 내가 쓰려는 문장에 맞는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금세’를 찾으면 왜 ‘금새’도 봐야 할까요?

수업에서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는 문장을 보여 주면 꽤 많은 학생이 자연스럽다고 말합니다. 소리로만 들으면 ‘금세’와 ‘금새’를 가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정답을 외우기보다 말이 어디서 왔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바로’라는 뜻의 ‘금세’는 ‘금시에’가 줄어든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대로 ‘금시에’를 떠올리면 왜 끝에 ‘세’를 적는지 보입니다. ‘숙제를 시작했는데 금세 끝났다’처럼 쓸 수 있지요. 반면 ‘금새’도 사전에서 볼 수 있는 말입니다. 물건의 값이나 값의 비싸고 싼 정도를 뜻할 때 쓰입니다. 따라서 검색창에 ‘금새’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금새 끝났다’가 맞는 문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새’와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더 또렷합니다. ‘어느새’는 ‘어느 사이’가 줄어 굳어진 말이고, ‘금세’는 ‘금시에’가 줄어든 말입니다. 겉모습이 닮았다고 끝 글자까지 같게 적을 수는 없는 셈입니다. 사전의 뜻풀이를 읽는 일은 이렇게 표기 뒤에 남은 말의 흔적을 찾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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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이 그럴듯한데 왜 ‘며칠’일까요?

‘몇 년’, ‘몇 월’이라고 하니 ‘몇 일’도 같은 방식으로 적고 싶어집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가장 자주 드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그런데 날짜를 묻거나 날짜가 지난 기간을 말할 때 쓰는 표준 표기는 ‘며칠’입니다. ‘며칠 뒤에 만나자’,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처럼 적습니다.

국립국어원은 한글 맞춤법 제27항의 설명과 함께 이 표기를 안내합니다. ‘몇 일’이라는 구성이 그대로 쓰이는 말이라면 그에 따른 소리를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 말에서는 ‘며칠’이라고 발음합니다.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말을 억지로 ‘몇’과 ‘일’로 갈라 적지 않는 까닭입니다. 눈에 익은 형태로 단어를 쪼개는 것보다, 실제 발음과 규정의 설명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사례지요.

여기에는 ‘짜장면’과 다른 점도 있습니다. ‘며칠’은 지금 ‘몇 일’과 나란히 인정된 복수 표준어가 아닙니다. 예전에 본 설명이나 주변 사람의 표기가 기억난다면, 사전에서 현재의 표제어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비슷해 보이는 두 사례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면 오히려 틀리기 쉽습니다.

사전에 실린 말은 언제든 그대로일까요?

학생이 처음 물었던 ‘짜장면’은 표준어가 달라진 과정을 보여 줍니다. 한때는 ‘자장면’만 표준어였지만, 일상에서 널리 쓰이던 ‘짜장면’도 2011년에 함께 인정됐습니다. 이제는 둘 다 맞습니다. 예전에 ‘짜장면은 틀리다’고 배운 사람의 기억과 지금의 사전이 다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 모두 곧바로 표준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 생긴 말이나 지역에서 쓰는 말을 만났다면 사전의 성격도 봐야 합니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은 표준어뿐 아니라 방언, 전문 용어, 새로 쓰이는 말까지 폭넓게 담는 참여형 사전입니다. ‘우리말샘’에 있다는 사실과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로 실렸다는 사실은 같은 뜻이 아닙니다. 낯선 말을 무조건 밀어내기보다,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먼저 살피는 편이 말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사전에서 답 한 글자만 베껴 오지 말고 그 아래 설명 한 줄을 함께 읽자고 합니다. ‘금세’가 ‘금시에’에서 왔다는 설명, ‘짜장면’이 2011년에 함께 인정됐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다음 문장을 쓸 때 떠올릴 근거가 생깁니다. 사전은 틀린 글자를 찾아내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쓰는 말이 왜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들려주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국립표준어대사전이 정식 이름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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