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일본행 항공권을 검색하다가 도쿄와 후쿠오카 사이에서 한참 고민했다. 둘 다 좋다는 말은 선택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여행할 수 있는 날짜가 며칠인지,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부터 정하면 후보가 꽤 빨리 좁혀진다. 일본여행추천 목록을 볼 때도 유명한 장소의 개수보다 내 일정에 맞는 동선이 더 중요하다.
3박 4일이라면 이동이 편한 도시부터
짧은 여행에는 후쿠오카가 편하다. 후쿠오카공항에서 하카타역까지 지하철로 약 5분이라 도착한 날에도 시내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카타에서 라멘을 먹고, 텐진에서 쇼핑하고, 오호리공원을 걷는 식으로 일정을 잡으면 숙소를 옮길 필요도 없다. 하루쯤 여유가 있다면 다자이후를 다녀와도 좋다.
도쿄도 3박 4일 여행지로 괜찮지만 욕심을 줄여야 한다. 시부야, 아사쿠사, 긴자, 신주쿠를 하루에 모두 넣으면 이동하는 시간만 늘어난다. 예를 들어 첫날은 숙소 근처, 둘째 날은 아사쿠사와 우에노, 셋째 날은 시부야와 신주쿠처럼 가까운 지역끼리 묶는 편이 낫다. 쇼핑과 전시, 동네 구경을 좋아한다면 도쿄 쪽이 더 재미있을 수 있다.
두 도시 중 어느 곳이 무조건 저렴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항공권과 숙박비는 출발 날짜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3박 4일이라도 도착 시간이 밤늦거나 귀국편이 이른 아침이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은 이틀 남짓이다. 예약 화면의 가격과 함께 비행 시간표도 꼭 비교할 이유다.
4박 5일 이상이면 취향에 맞춰 범위를 넓히기
전통적인 거리와 먹거리를 함께 즐기고 싶다면 오사카와 교토가 좋은 조합이다. 오사카에 숙소를 두고 도톤보리나 우메다를 둘러본 뒤, 하루나 이틀을 교토에 쓰는 방식이 무난하다. 교토에서는 기요미즈데라와 기온을 같은 날 묶거나, 아라시야마에 하루를 넉넉히 쓰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유명 관광지를 많이 찍는 것보다 한 지역에 오래 머무는 쪽이 골목의 분위기도 느끼기 좋다.
도쿄에서 4박 5일을 보낸다면 근교 하루 여행을 넣을 수 있다. 가마쿠라는 도쿄역에서 열차로 약 1시간 거리다. 절과 오래된 거리를 걷다가 바닷가까지 가면 대도시와 다른 하루가 된다. 다만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도쿄 시내의 박물관이나 쇼핑 일정으로 바꿀 수 있게 근교 여행 날짜를 너무 일찍 고정하지 않는 편이 편하다.
자연 풍경이 우선이라면 홋카이도도 눈에 들어온다. 삿포로를 거점으로 오타루를 다녀오는 일정은 열차 이동이 비교적 간단하다. 삿포로역에서 오타루역까지 빠른 열차로 약 30~35분이다. 반면 후라노나 비에이까지 넣으면 이동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홋카이도는 지도에서 가까워 보여도 지역이 넓어서, 3박 4일에 여러 도시를 채우기보다 5박 6일 이상에서 천천히 둘러보는 편이 여유롭다.
계절을 먼저 정하면 장소 선택이 쉬워진다
봄에는 벚꽃을 기대하게 되지만 개화 시기는 지역과 해마다 달라진다. 꽃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라면 항공권을 예약할 때부터 날짜를 한 지점의 만개 예상일에 딱 맞추기보다 며칠 여유를 두는 게 좋다. 벚꽃철에는 숙소도 빨리 차는 편이다. 가을에는 걷기 좋은 날이 많아 교토의 거리나 도쿄 근교를 둘러보기 좋지만, 단풍 시기도 지역마다 차이가 난다.
여름의 도쿄와 오사카는 덥고 습하다. 한낮에 야외 관광지를 연달아 넣기보다 실내 일정과 저녁 산책을 섞으면 체력 부담이 줄어든다. 눈 풍경과 온천을 원한다면 겨울 홋카이도나 온천 지역이 어울린다. 눈길에 익숙하지 않다면 신발과 이동 시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일본정부관광국도 지역별 기후 차이가 크다고 안내하니, 출발 직전에는 여행할 도시의 날씨를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교통비는 일정을 짠 다음 계산하기
여행지를 정하기도 전에 전국 철도 패스를 사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 도시에 머물거나 오사카와 교토처럼 가까운 곳을 오가는 일정이라면 패스가 꼭 이득인 것은 아니다. 먼저 이동할 날짜와 구간을 적고, 일반 승차권 가격과 지역 패스 가격을 비교하는 순서가 정확하다. 전국 철도 패스는 이용할 수 없는 노선이 있으며, 노조미 신칸센도 별도 승차권 없이 바로 탈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숙소는 관광지 한복판보다 자주 이용할 역과 공항 이동 경로를 보고 고르면 편하다. 지도로는 가까워 보여도 환승이 두 번 필요한 숙소보다, 주요 역까지 한 번에 가는 숙소가 아침과 밤에 덜 피곤할 수 있다. 체크아웃 후 짐을 어떻게 보관할지도 함께 생각하면 마지막 날 일정이 수월해진다.
처음 가는 일본이라면 3박 4일은 후쿠오카나 도쿄 한 곳, 4박 5일 이상은 오사카와 교토 또는 도쿄와 근교 한 곳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가고 싶은 곳을 하나 더 넣기보다 좋아하는 동네에서 밥 한 끼를 느긋하게 먹을 시간을 남겨두면 여행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