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소고기뭇국을 끓이면 같은 재료를 나눠 드려도 국물 맛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대개 물을 한꺼번에 더 붓거나, 센 불로 오래 끓인 경우예요. 따뜻한 국물요리가 먹고 싶은 날 저는 소고기뭇국을 자주 끓입니다. 재료가 단출해서 불 세기와 물 양에 따른 차이를 익히기에도 좋거든요.
2~3인분 재료와 손질
- 국거리용 소고기 150g, 무 250g, 대파 1/2대
- 물 1.2L, 참기름 1큰술(15ml), 국간장 1큰술(15ml)
- 다진 마늘 1작은술(5ml), 소금 1/3작은술부터
무 250g은 껍질을 벗긴 뒤 잰 무게입니다. 두께 5mm 정도의 납작한 조각으로 썰면 20분 안팎에 속까지 부드러워집니다. 너무 얇으면 끓는 동안 가장자리가 부서지고, 너무 두꺼우면 고기가 익은 뒤에도 무만 단단할 수 있어요. 대파는 어슷하게 썰어 마지막에 넣습니다.
소고기는 키친타월로 겉면의 물기를 눌러 닦고 큰 덩어리만 한입 크기로 자릅니다. 냉동 고기라면 냉장실에서 해동한 뒤 쓰세요. 물기가 많은 고기를 냄비에 넣으면 볶는 동안 국물이 먼저 생겨 고기와 무에 참기름이 고르게 닿지 않습니다. 제가 예전에 급하다고 덜 녹은 고기를 넣었다가 무를 볶기도 전에 냄비 바닥에 물이 흥건해진 적이 있어요.
고기와 무를 볶고 물은 두 번에 나눠 붓기
바닥이 두꺼운 냄비를 중불로 30초쯤 데운 뒤 참기름과 소고기를 넣습니다. 2분 정도 뒤집으며 볶아 고기 겉면의 붉은색이 대부분 사라지면 무를 넣고 3분 더 볶습니다. 무 가장자리가 살짝 투명해질 때까지예요. 이때 바닥이 빠르게 갈색으로 변하거나 참기름 냄새가 거칠어지면 바로 약불로 낮추고 물 2큰술을 넣어 눌어붙은 부분을 풀어 주세요.
무를 고기와 함께 볶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 표면에 고기에서 나온 맛이 먼저 묻고, 끓이기 시작했을 때 무가 겉만 물러지는 일도 줄어듭니다. 다만 센 불로 색을 내려고 오래 볶을 필요는 없어요. 맑고 편안한 국물을 만들 때는 타지 않게 천천히 볶는 쪽이 낫습니다.
물은 먼저 400ml만 붓고 중강불로 올립니다. 냄비 바닥을 주걱으로 가볍게 긁어 볶을 때 붙은 맛을 풀어 주세요. 끓기 시작해 고기에서 나온 거품이 모이면 숟가락으로 큰 거품만 걷습니다. 이어 남은 물 800ml를 붓고 다시 끓어오를 때까지 기다립니다. 처음부터 물 1.2L를 다 넣으면 볶은 재료가 찬물에 잠겨 냄비가 다시 끓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바닥에 붙은 부분도 놓치기 쉽습니다.
끓는 모양을 보고 불을 낮추기
두 번째로 끓어오르면 약불과 중불 사이로 낮춥니다. 표면 전체가 세차게 뒤집히는 상태가 아니라 작은 기포가 가장자리에서 꾸준히 올라오는 정도면 맞아요. 뚜껑은 2cm가량 열어 두고 18~20분 끓입니다. 중간에 한두 번 저어 바닥에 무가 붙지 않았는지 확인하세요. 센 불로 계속 끓이면 물이 예상보다 빨리 줄고 고기 맛보다 짠맛이 도드라지기 쉽습니다.
18분쯤 지나 무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찔러 봅니다. 중심까지 쉽게 들어가면 국간장과 다진 마늘을 넣고 3분 더 끓입니다. 국간장을 처음부터 넣지 않는 건 졸아드는 물 양을 본 다음 간을 맞추기 위해서예요. 마지막에 소금 1/3작은술을 넣고 맛을 본 뒤, 싱거우면 한 꼬집씩 추가합니다. 대파를 넣고 1분만 더 끓여 불을 끄세요. 그릇에 담기 전 3분 정도 두면 뜨거울 때 놓쳤던 간도 더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재료가 없거나 맛이 어긋났을 때
국거리용 소고기가 없으면 불고기용 소고기 150g도 됩니다. 얇은 고기는 볶는 시간을 1분으로 줄이고 무를 먼저 2분 볶은 뒤 고기를 넣으세요. 고기가 쉽게 단단해지기 때문입니다. 참기름이 없으면 식용유 2작은술로 볶고, 불을 끈 뒤 들기름을 몇 방울 넣어도 좋아요. 들기름을 처음부터 넣고 오래 가열하면 향이 약해집니다.
국간장이 없다면 양조간장 2작은술로 시작하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채웁니다. 양조간장을 국간장과 같은 양으로 넣으면 국물 색과 단맛이 예상보다 진해질 수 있어요. 무가 150g밖에 없다면 물도 1L로 줄이세요. 재료는 적은데 물만 그대로 두면 끓이는 시간을 늘려도 국물 맛이 밋밋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짜졌다면 물 100ml를 더 붓고 2~3분 끓인 뒤 다시 맛봅니다. 한꺼번에 많이 부으면 짠맛과 함께 고기 맛도 흐려져요. 반대로 싱거운데 고기 맛은 충분하다면 물을 졸이기보다 소금을 한 꼬집 넣는 편이 빠릅니다. 무가 아직 단단하면 간을 더하기 전에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5분 더 끓이세요. 국물이 탁해졌더라도 맛이 괜찮다면 거품만 걷고 그대로 내면 됩니다.
이 국은 다음 끼니에 다시 데우면 무에서 맛이 더 나와 저는 조금 넉넉히 끓이는 편입니다. 데울 때는 필요한 만큼만 덜어 약불에서 끓이고, 국물이 줄었다면 물을 2~3큰술 보탠 뒤 간을 다시 봅니다. 냄비 앞에서 끓는 모양을 한 번만 눈여겨봐도 다음번에는 훨씬 편하게 만들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