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김밥을 말다 보면 어묵볶음을 맛있게 만들고도 김이 축축해지는 일이 있어요. 어묵이 뜨거울 때는 괜찮아 보여도, 식으면서 남은 양념물이 흘러나오거든요. 김밥에 넣을 어묵은 반찬으로 먹을 때보다 물기를 한 번 더 날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센 불에 바싹 볶으면 양념이 타고 어묵만 질겨져요.
김밥 네 줄에 필요한 재료와 양
- 사각 어묵 160g, 보통 크기로 3장 안팎
- 식용유 2작은술, 10ml
- 진간장 1큰술, 15ml
- 설탕 1작은술, 약 4g
- 물 1큰술, 15ml
- 다진 마늘 1/2작은술, 약 2g
- 참기름 1/2작은술, 선택
한 줄에 어묵 40g 정도가 들어갑니다. 단무지와 우엉처럼 간이 있는 재료를 함께 넣는 기준이라 양념을 짜게 잡지 않았어요. 어묵과 달걀만 넣는 간단한 김밥이라면 간장을 1작은술 정도 더 써도 됩니다. 반대로 시판 조림 우엉을 넉넉히 넣는다면 위의 양부터 맛을 보세요.
설탕이 없다면 올리고당 1작은술로 바꿀 수 있어요. 다만 올리고당은 윤기가 오래 남으니 마지막에 넣고, 팬 바닥의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볶아야 합니다. 다진 마늘은 빼도 괜찮습니다. 김밥 속에는 당근이나 오이처럼 향이 분명한 재료가 함께 들어가서, 마늘이 없어도 맛이 허전하지 않아요.
어묵은 길게 썰고 양념은 미리 섞어요
어묵을 김밥 길이에 맞춰 6~8cm로 자른 뒤 폭 5~7mm로 썰어주세요. 너무 가늘면 볶는 동안 끊어지고, 1cm가 넘게 두꺼우면 한입에 어묵만 몰려 씹힙니다. 김밥 네 줄에 나눠 넣기 편하도록 썬 어묵을 대강 네 묶음으로 가늠해 두면 속재료 양도 고르게 맞출 수 있어요.
어묵 표면에 기름이 많아 신경 쓰인다면 뜨거운 물을 가볍게 끼얹고 체에서 2분 정도 물기를 빼세요. 손으로 만졌을 때 물방울이 남아 있으면 키친타월로 눌러 닦아야 합니다. 이 과정은 선택이에요. 물에 오래 담가 두면 어묵이 물을 머금어서 나중에 볶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저는 얇은 사각 어묵을 쓸 때는 대개 씻지 않고 바로 볶습니다.
작은 그릇에 간장, 설탕, 물, 다진 마늘을 먼저 섞어두세요. 팬 위에서 하나씩 넣으면 설탕이 녹기를 기다리는 동안 간장 닿은 자리만 검게 졸기 쉽습니다. 물 1큰술은 양념이 어묵에 고르게 닿도록 돕는 양이에요. 팬에 붓자마자 흥건해 보이더라도 뒤에서 날릴 수 있습니다.
중불로 볶다가 양념물이 사라지면 멈춰요
지름 24cm 안팎의 팬을 중불에 40초 정도 예열하고 식용유를 둘러요. 어묵을 넣어 1분가량 뒤집으며 볶습니다. 가장자리가 살짝 말리고 표면에 윤기가 돌면 준비한 양념을 부으세요. 어묵을 먼저 데운 다음 양념을 넣어야 짧은 시간에 고루 묻습니다. 처음부터 양념과 어묵을 같이 올리면 설탕이 팬 바닥에서 먼저 눌어붙기 쉬워요.
양념을 넣은 뒤에는 중불을 유지하며 1분에서 1분 30초 정도 볶아요. 주걱으로 팬 바닥을 그었을 때 양념물이 다시 흘러들지 않고, 어묵 표면에만 얇게 윤기가 남으면 불을 끕니다. 불을 끈 뒤 참기름을 넣고 두세 번만 섞으세요. 참기름을 일찍 넣으면 향이 금방 날아가고, 양념이 졸았는지도 보기 어려워요.
팬이 작아서 어묵이 겹겹이 쌓였다면 볶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립니다. 반대로 넓은 팬에서는 1분도 안 돼 바닥이 마를 수 있어요. 시계보다 팬 바닥을 보세요. 양념이 없어진 뒤에도 오래 볶으면 식은 어묵이 딱딱해집니다. 저는 김밥용 어묵을 처음 만들 때 반찬처럼 윤기를 더 내겠다고 물엿을 넣고 일찍 불을 껐어요. 말고 나서 김이 젖었던 이유는 간이 아니라 남아 있던 물기였습니다.
식힌 다음 넣어야 김이 눅눅해지지 않아요
볶은 어묵은 접시에 넓게 펴서 김이 나지 않을 때까지 식히세요. 팬에 뭉쳐 두면 바닥에 수증기가 맺힙니다. 손끝으로 집었을 때 미지근하거나 차가운 정도면 김밥에 넣어도 좋아요. 밥도 뜨겁지 않게 식힌 뒤 어묵을 얹어야 김이 덜 눅눅해집니다.
어묵에서 물기가 나와 팬 바닥에 다시 고였다면 어묵만 먼저 건져두고 남은 양념물을 중불에서 20~30초 더 졸이세요. 그다음 어묵을 넣어 빠르게 섞으면 간을 더하지 않고도 수습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짜졌다면 물을 붓기보다 간하지 않은 달걀지단이나 채 썬 당근을 김밥에 조금 더 넣는 편이 좋아요. 물을 더 넣으면 짠맛은 잠시 옅어져도 김밥 속이 다시 축축해집니다.
어묵 160g이 없다면 있는 양만 써도 됩니다. 80g으로 만들 때는 식용유 1작은술, 간장 1/2큰술, 설탕 1/2작은술, 물 1/2큰술로 줄이고 김밥은 두 줄만 마세요. 다른 속재료를 늘려 네 줄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때는 어묵이 한쪽에 몰리지 않도록 조금씩 펼쳐 넣는 게 좋습니다. 볶은 어묵은 가능하면 김밥을 말아 그날 드시고, 바로 먹지 못하면 오래 상온에 두지 말고 냉장 보관하세요. 김밥에 들어갈 볶음은 팬에서 완성됐을 때보다 식힌 뒤 집어 보았을 때 상태가 더 정확합니다. 손에 양념물이 묻어나지 않고 부드럽게 휘어지는 정도면 제가 가장 마음 놓고 마는 어묵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