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실에서 정처기 실기 수험생을 보면,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꼭 붙지는 않습니다. 지난 회차 문제를 풀다가 코드 한 줄을 잘못 읽은 이유를 찾아낸 사람이 오히려 점수를 올립니다. 실기는 아는 내용을 고르는 시험이 아니라 답을 직접 써야 하는 시험입니다. 그래서 공부할 범위보다 틀릴 가능성이 큰 부분을 먼저 골라야 합니다.
합격률을 보고 목표 점수부터 잡으세요
큐넷의 종목별 검정현황에서 정보처리기사 실기 합격률은 2023년 21.0%, 2024년 28.9%, 2025년 22.1%입니다. 2025년에는 7만 3,858명이 응시해 1만 6,326명이 합격했습니다. 필기 합격률 65.0%와 차이가 큽니다. 필기 때처럼 용어를 보고 뜻을 떠올리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실기는 필답형 2시간 30분,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입니다. 공부할 때는 60점에 딱 맞추지 말고 연습문제에서 70점 이상을 목표로 잡으세요. 시험장에서 낯선 문제나 표기 실수로 점수를 잃을 여유를 두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공개된 출제기준이 영역별 고정 배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단원에서 몇 점이 반드시 나온다는 말은 믿고 공부 계획을 짜기 어렵습니다.
코드와 SQL에 먼저 시간을 쓰세요
수업에서는 첫 주에 짧은 진단 문제를 풀립니다. 여기서 코드 실행 결과를 자주 틀리는 수험생이라면 전체 공부 시간의 약 40%를 프로그래밍 언어 활용에 배분합니다. C, 자바, 파이썬의 문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외우라는 뜻은 아닙니다. 변수 값의 변화, 반복문의 실행 횟수, 배열 인덱스, 함수 호출 뒤 출력값을 손으로 추적하는 연습부터 합니다.
예를 들어 반복문 문제를 틀렸다면 해설을 읽고 넘어가지 마세요. 변수마다 칸을 하나씩 만들고 반복할 때마다 값을 적어야 합니다. 머릿속으로만 따라가면 같은 실수가 다음 문제에서도 나옵니다. 코드를 읽는 속도보다 정확도를 먼저 올리는 편이 낫습니다.
데이터베이스와 SQL에는 약 25%를 권합니다. SELECT문의 실행 결과를 예상하고, JOIN 조건 때문에 행이 늘거나 줄어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GROUP BY와 HAVING, 기본키와 외래키처럼 혼동하기 쉬운 개념은 짧은 표를 직접 만들어 확인하세요. 문장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보다 작은 데이터에 질의를 적용해 보는 쪽이 오래 남습니다. 이 비율은 공식 배점이 아니라 공부 시간을 나누기 위한 제안입니다. 진단 결과 SQL이 더 약하면 두 영역의 시간을 바꾸면 됩니다.
암기 영역은 틀린 것만 다시 보세요
소프트웨어 설계, 테스트, 보안, 네트워크 용어에는 남은 시간의 약 25%를 씁니다. 처음부터 용어집 전체를 베끼면 시간이 금방 사라집니다. 최근에 푼 문제에서 틀린 개념, 이름은 아는데 설명을 못 쓰는 개념, 서로 바꿔 쓰기 쉬운 개념만 한 장에 모으세요. 나머지 10%는 실전처럼 시간을 재고 답안을 쓰는 데 남겨 둡니다.
가령 화이트박스 테스트와 블랙박스 테스트를 헷갈렸다면 정의를 길게 필사하지 말고 ‘내부 구조를 보는가’라는 구분 기준을 적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대칭키와 공개키, 정규화와 반정규화도 한 줄씩 대비하면 됩니다. 반대로 이미 세 번 연속 정확히 쓴 용어는 매일 다시 볼 필요가 없습니다. 합격권 수험생에게 더 부족한 건 새 자료가 아니라 오답을 고치는 시간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문제만 외우는 데도 선을 그어야 합니다. 복원 문제는 출제 경향을 파악하는 자료로 쓰되, 정답 문구가 바뀌면 못 쓰는 암기는 버리세요. 같은 개념을 다른 문장으로 물었을 때 두세 줄로 답할 수 있으면 그때 다음 단원으로 넘어갑니다.
남은 기간에 따라 공부 순서를 바꾸세요
시험까지 4주가 남았다면 첫 3일은 코드, SQL, 용어 문제를 섞어 풀고 약점을 확인합니다. 이후 2주는 가장 많이 틀린 두 영역에 집중합니다. 셋째 주에는 제한 시간 안에 답을 직접 쓰고, 마지막 주에는 오답과 자주 빠뜨리는 표기만 확인합니다. 새 교재를 펼칠 시점은 아닙니다.
시간이 2주뿐이라면 범위를 더 좁혀야 합니다. 하루 공부가 3시간이라면 코드 추적 70분, SQL 45분, 암기 오답 35분, 답안 작성과 채점 30분으로 시작하세요. 이틀마다 채점 결과를 보고 시간을 옮깁니다. 코드가 안정됐는데 계속 70분을 쓰는 건 비효율적입니다. 반대로 SQL을 매번 틀린다면 암기 시간을 줄여 그쪽에 붙여야 합니다.
답안을 쓸 때는 문제에서 요구한 개수와 형식을 먼저 표시하세요. 용어를 묻는 문제에 긴 설명을 쓰거나, 실행 결과를 묻는데 계산 과정만 적으면 준비한 만큼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연습할 때도 머리로 답을 확인하지 말고 종이에 끝까지 써서 채점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접수와 응시 자격도 먼저 확인하세요
필기 합격 예정이라면 실기 공부와 별개로 응시 자격 서류 제출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큐넷의 응시자격 자가진단 결과만 보고 제출까지 끝났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학력이나 경력으로 자격을 갖추는 사람은 인정 범위와 제출 상태를 확인하세요. 자격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공부를 많이 했어도 해당 회차 실기 응시 계획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큐넷에 게시된 2026년 정기 기사 3회 실기시험 기간은 10월 24일부터 11월 13일까지입니다. 이 기간 전체가 개인 시험일은 아닙니다. 접수를 마쳤다면 수험표의 날짜와 장소를 기준으로 남은 공부일을 세세요. 아직 접수하지 않았다면 이번 회차의 원서접수와 빈자리접수 기간은 지났으므로 다음 시행 일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수험생이 하루에 몇 시간을 앉아 있었는지보다, 어제 틀린 문제를 오늘 혼자 다시 풀 수 있는지를 봅니다. 정처기 실기는 넓게 읽었다는 안도감보다 정확히 써낸 답안이 점수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