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여행을 앞둔 지인이 해외 결제 10% 할인 카드를 보여줬다. 한 달 해외 지출이 80만원이니 8만원을 돌려받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월 할인 한도는 1만원, 전월 국내 이용 조건은 20만원이었다. 카드 상품을 기획할 때도 이런 차이가 늘 마음에 걸렸다. 트래블카드 추천은 광고에 적힌 할인율보다 실제 여행 일정과 소비 패턴에서 시작해야 한다.
1. 해외에서 조금씩 쓴다면 수수료 면제부터 본다
하나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는 전월 실적 없이 해외 가맹점 결제와 해외 ATM 인출에 붙는 카드사·국제브랜드 수수료를 면제한다. 연회비도 없다. 다만 해외에서는 충전한 외화 하나머니 잔액에서 결제된다. 잔액을 확인하고 필요한 통화를 준비하는 방식이 편한 사람에게 맞는다. 현지 ATM 운영사가 별도로 받는 수수료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토스뱅크 체크카드를 쓰고 있다면 새 카드를 만들기 전에 외화통장 연결 여부부터 볼 만하다. 토스뱅크 안내에 따르면 외화통장을 해외 결제계좌로 지정했을 때 해외 결제 수수료가 면제되고, 잔액이 부족하면 자동환전을 이용할 수 있다. ATM 수수료 면제는 매월 5회 또는 누적 700달러까지다. 둘 중 한도를 먼저 넘으면 수수료가 붙기 시작한다. 소액을 자주 결제하고 환전 잔액을 계속 챙기기 싫은 사람에게 편하지만, 현금을 자주 뽑는 일정에는 인출 횟수를 세어야 한다.
수수료 면제액은 할인금처럼 따로 입금되는 돈이 아니다. 원래 냈을 비용을 피한 금액이다. 예를 들어 해외 결제 5건의 합계가 원화 환산 100만원이고, 비교 대상 카드의 수수료가 결제액의 1%와 건당 0.5달러라고 가정해 보자. 달러당 1,400원으로 계산하면 피하는 비용은 약 1만3,500원이다. 실제 차이는 카드별 수수료율과 결제 시점 환율에 따라 달라진다.
2. 해외 결제가 많고 국내 실적도 채운다면 할인 한도를 계산한다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해외 결제 수수료 면제에 더해 해외 가맹점 10% 할인을 내건다. 숫자는 크지만 할인은 월 1만원까지이고, 전월 국내 이용금액 2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해외 결제액이 한 달 5만원이면 할인은 5,000원, 10만원이면 1만원이다. 50만원을 써도 같은 달 할인은 1만원에서 멈춘다. 해외 수수료 면제 자체에는 전월 실적 조건이 없고, 해외 ATM 인출 수수료 면제는 월 10회까지다.
여기서 국내 20만원을 이 카드로 옮기는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평소 쓰던 카드가 그 금액에 1%를 돌려줬다면 포기하는 혜택은 2,000원이다. 해외에서 10만원 이상 써 1만원 할인을 모두 받는 달의 추가 이익은 단순 계산으로 8,000원이다. 국내 실적을 원래 채우는 사람이라면 이 기회비용이 작다. 여행 한 번 때문에 억지로 소비를 늘린다면 할인액보다 지출이 더 커진다.
KB국민카드가 안내한 실적 제외 항목에는 상품권·선불수단 충전, 지방세, 대학 등록금 등이 있다. 카드에 20만원을 긁었다고 모두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여행 전월의 인정 금액을 따로 확인해야 10% 할인을 실제 수익으로 넣을 수 있다.
3. 라운지를 쓸 계획이라면 이용 자격부터 확인한다
신한 SOL트래블 체크카드는 해외 결제·ATM 수수료 면제와 본인 공항 라운지 연 2회를 제공한다. 연회비는 없다. 다만 라운지는 반기별 1회이고 전월 국내 이용금액 3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신규 발급자는 카드 등록월부터 다음 달 말까지 국내 누적 30만원을 채우면 이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 쓴 금액은 이 국내 실적에 들어가지 않는다.
라운지 방문 계획이 없으면 그 혜택의 가치는 내 계산에서 0원이다. 방문하더라도 원래 돈을 내고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면 입장권 판매가를 그대로 절약액으로 잡는 것은 과하다. 반대로 출국 때마다 라운지를 실제 이용하고 국내 30만원도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이라면 선택할 이유가 분명하다. 신한카드 안내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과 후불교통 할인에도 같은 실적 조건이 붙는다. 해외 수수료 면제와 국내 할인 조건을 섞어 읽지 않는 게 중요하다.
4. 출국 전에는 카드 혜택보다 결제 방식을 점검한다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 세 장을 비교하면 연회비 회수를 위한 최소 소비액은 0원이다. 그래서 카드 선택의 기준은 손익분기 소비액보다 실제로 채울 수 있는 전월 실적, 월 할인 한도, 환전 방식이다. 1년에 한 번 짧게 떠나고 국내 주력 카드를 바꾸기 싫다면 실적 없는 수수료 면제 카드가 단순하다. 국내 20만원을 자연스럽게 쓰고 해외 결제도 월 10만원을 넘긴다면 KB의 추가 할인까지 계산할 만하다.
어느 카드를 쓰든 현지 ATM 자체 수수료는 별도로 표시될 수 있다. ATM 화면에서 원화 환산을 제안하면 현지 통화 인출 조건과 적용 환율을 확인해야 한다. 하나 트래블로그와 신한 SOL트래블 체크는 해외 원화 결제를 지원하지 않지만, 다른 카드에서는 원화 결제 선택에 따른 비용이 생길 수 있다. 호텔 보증금, 팁, 대중교통 사후 청구 때문에 승인액과 최종 출금액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외화 잔액을 딱 맞춰 두는 것도 불편하다.
내가 여행용 카드를 고른다면 먼저 지난 여행의 카드 결제액과 ATM 인출 횟수를 적는다. 그다음 국내 실적을 평소 소비로 채울 수 있는지 본다. 10%라는 큰 숫자보다 한 달에 실제 남는 5,000원이나 1만원이 선택을 더 정확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