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집을 꾸미러 가면 사진 속에서는 예뻤는데 막상 둘 자리가 없는 물건을 자주 만납니다. 의자는 식탁보다 커서 통로를 막고, 수납장은 문이 끝까지 열리지 않죠. ddp 리빙페어처럼 볼거리가 많은 곳에서는 마음이 먼저 움직이기 쉽습니다. 저는 그럴 때 물건보다 집에서 보내는 하루를 먼저 떠올립니다.
가기 전에 집에서 세 가지만 재두세요
2026년 10월에 열린 행사의 공식 명칭은 ‘DDP디자인페어 with 29CM’였습니다. 서울문화포털 안내를 보면 생활 방식에 따라 전시 구역을 나눴어요. 이런 구성은 취향을 발견하기에는 좋지만, 현장에서 내 집의 크기까지 기억해 주지는 않습니다.
제가 고객과 전시를 보러 가기 전 확인하는 것은 놓을 자리의 가로·세로·높이, 그 앞을 지나는 길, 이미 가진 물건의 크기입니다. 줄자로 잰 숫자를 휴대전화 메모에 적고 공간 사진도 한 장 찍어 둡니다. ‘거실에 작은 테이블이 필요하다’보다 ‘소파 앞 빈자리 가로 85cm, 깊이 45cm’가 구매 판단에 훨씬 쓸모 있어요.
바닥에 들어간다고 끝은 아닙니다. 서랍을 당기고 의자를 빼는 공간도 필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폭 60cm인 수납장이 벽에는 맞아도, 앞에 30cm밖에 남지 않으면 안쪽 물건을 꺼낼 때마다 몸을 비틀게 됩니다. 제품 크기와 함께 실제로 사용하는 순간까지 재야 합니다.
예쁜 배치보다 자주 걷는 길을 보세요
전시장에서는 작은 조명 하나도 잘 어울리는 가구와 그릇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집에 가져오면 옆에는 충전기와 리모컨, 어제 읽던 책이 있죠. 그래서 저는 전시된 모습 그대로 살 수 있는지보다 평소 생활 속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지를 봅니다.
현장에서 마음에 든 물건을 만나면 집에서 놓일 자리를 구체적으로 정해 봅니다. 현관 선반 위인지, 소파 옆 바닥인지, 식탁 한쪽인지. 이어서 손이 닿는 높이인지, 문이나 서랍을 가리지 않는지, 청소할 때 매번 들어 올려야 하는지를 따져요. 하루에 여러 번 지나는 자리에 다리나 모서리가 튀어나오면 처음 며칠은 조심해도 곧 불편해집니다.
특히 작은 집에서는 ‘멀티’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런데 접이식 가구도 펼칠 자리와 접어 둘 자리가 모두 있어야 편해요. 접은 뒤 벽에 기대어 두느라 콘센트를 막는다면 공간을 아끼는 효과가 작습니다. 용도가 두 가지인 물건보다 매일 쓰는 한 가지 용도를 편하게 해주는 물건이 오래 남을 때가 많아요.
수납용품은 사기 전에 꺼내는 동작을 해보세요
수납 바구니는 전시장에서 가장 쉽게 사고 싶은 물건 중 하나입니다. 크기를 맞춰 여러 개 놓으면 금세 단정해 보이니까요. 하지만 집에서 쓰는 물건은 사진처럼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하루에 두 번 꺼내는 물건을 뚜껑 있는 상자에 넣으면, 며칠 뒤 상자 위에 물건이 쌓이기 쉽습니다.
자주 쓰는 것은 한 손으로 꺼낼 수 있는 열린 수납이 편합니다. 반대로 계절 소품이나 여분의 침구처럼 가끔 꺼내는 것은 뚜껑이 있는 형태가 먼지를 막아 주죠. 같은 바구니라도 손잡이 위치와 무게를 확인하세요. 높은 선반에 올릴 제품이라면 물건을 넣은 상태에서도 안전하게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재질도 생활에 맞춰야 합니다. 주방 가까이 둘 바구니는 물걸레로 닦기 쉬운지, 욕실 주변이라면 물기가 남았을 때 관리가 번거롭지 않은지 살핍니다. 촘촘하게 엮인 소재는 보기에는 포근해도 부스러기를 털어내기 어려울 수 있어요. 색과 모양이 비슷한 제품 두 개 앞에서 고민한다면, 저는 늘 닦고 비우기 쉬운 쪽을 고릅니다.
예산은 가장 자주 닿는 곳부터 쓰세요
페어에서는 작은 소품을 여러 개 사기 쉽습니다. 개당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서인데, 합치면 정작 바꾸고 싶었던 조명이나 의자 예산이 줄어들죠. 출발 전에 총예산과 우선순위를 적어 두면 현장에서 선택이 편해집니다. 예산이 20만 원이라면 하루에 오래 쓰는 물건에 15만 원, 분위기를 바꾸는 소품에 5만 원처럼 나눠 보는 식입니다. 비율은 집마다 달라도 괜찮아요.
조명을 고를 때는 켜진 모습만 보지 말고 전선이 닿을 콘센트 위치와 빛이 향하는 방향을 확인합니다. 식탁 위 펜던트가 멋져도 천장 배선 공사가 필요하다면 설치 비용까지 함께 생각해야 해요. 의자는 잠깐 앉아 보는 것만으로 부족합니다. 식사하거나 작업할 때처럼 몇 분간 몸을 움직여 보고, 바닥을 긁지 않는지도 묻는 편이 낫습니다.
한정 판매라는 문구 앞에서는 사진과 제품 정보를 남기고 잠시 다른 구역을 걷습니다. 다시 돌아왔을 때도 놓을 자리와 쓰임이 분명하면 그때 가격을 비교해요. 10년간 여러 집을 보며 느낀 건, 오래 쓰는 물건은 집에 들이는 순간부터 동선 속 자리가 보인다는 점입니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물건보다 다음 달에도 손이 자연스럽게 가는 물건이 그 집에는 더 잘 어울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