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문도에 갈 때마다 저는 돌아오는 배부터 확인합니다. 섬에 들어가는 표만 끊었다가 바람 때문에 하루 더 묵는 사람을 여러 번 봤습니다. 거문도는 여수 앞바다의 가까운 섬처럼 일정을 잡으면 곤란합니다. 배를 타는 시간도 길고, 날씨가 나빠지면 예정한 날에 나오지 못할 수 있습니다.
출발항은 여수와 녹동 중에서 고르기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는 거문도로 가는 쾌속선을 탑니다. 여수시 관광 안내에는 하멜호가 여수와 거문도를 잇는 배로 나와 있습니다. 고흥 녹동에서는 평화해운 배가 들어갑니다. 여수 출발은 대중교통으로 항구까지 가기 편하고, 녹동 출발은 차를 실어야 할 때 살펴볼 만합니다. 다만 차량 선적 공간이 있다고 해서 원하는 날 바로 실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차를 가져갈 생각이라면 승객 좌석과 차량 자리를 선사에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여수에서 거문도까지는 기항지와 운항편에 따라 대략 2시간 안팎에서 2시간 30분 정도, 녹동에서는 약 3시간을 잡는 편이 좋습니다. 어느 항구가 무조건 빠르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집에서 항구까지 가는 시간, 주차, 거문도 도착 시각까지 합쳐 비교해야 합니다. 여수에서 배를 탄다고 모두 같은 선착장에 내리는 것도 아니니 예매 화면의 도착지를 끝까지 읽어야 합니다.
시간표보다 귀항편을 먼저 확인하기
거문도 배편을 검색하면 출항 시각을 적어둔 글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오래된 시간표 한 장으로 숙소와 기차를 함께 예약하는 건 위험합니다. 운항 횟수와 시각은 계절, 요일, 선박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해운조합 여객선예매에서 여행 날짜를 넣고 가는 편과 오는 편을 함께 조회한 뒤, 선사 공지까지 확인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여수시는 운임과 시간표도 예매 서비스나 선사에서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저는 왕복편이 모두 보일 때 숙소를 잡습니다. 돌아오는 배가 이른 시간뿐이라면 등대까지 걷거나 백도 유람선을 타는 일정을 같은 날에 넣기 어렵습니다. 당일치기는 배가 정상 운항해도 섬에서 움직일 시간이 짧을 수 있습니다. 등대길을 걷고 항구 마을도 천천히 보려면 1박 2일이 편합니다. 백도까지 생각한다면 유람선은 거문도행 정기 여객선과 별개로 운항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예매할 때는 성인과 어린이의 신분 확인 서류도 챙깁니다. 여수시 안내에 따르면 신분을 확인할 서류가 없으면 발권이나 승선이 어렵습니다. 터미널에는 발권과 확인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여유 있게 도착하는 편이 낫습니다. 할인 운임이나 차량 요금은 자격과 날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결제 화면의 최종 금액을 기준으로 잡으세요.
결항을 생각하면 숙소 위치도 달라진다
거문도는 동도·서도·고도로 이뤄져 있습니다. 여객선에서 내려 짐을 든 채 바로 등대길로 걸어갈 생각이라면 금세 속도가 느려집니다. 처음 가는 사람에게는 항구 가까운 숙소가 편합니다.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기 쉽고, 돌아가는 날 배 운항을 확인하며 움직이기도 수월합니다. 서도 쪽에서 걷기 시작할 계획이라면 숙소 주인에게 선착장까지 이동 방법과 짐 보관 가능 여부를 먼저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성수기 주말에는 배 좌석과 숙소를 같은 날 확보하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비수기에는 빈방이 있어도 식당 영업시간이 여행자 일정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녁 식사를 어디서 할지, 아침 배를 탄다면 숙소에서 항구까지 어떻게 갈지 예약할 때 함께 확인합니다. 결항으로 하루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으니 육지로 돌아온 직후의 기차나 항공편은 너무 촘촘하게 붙이지 않습니다.
출항 전날에는 기상예보와 선사 안내를 다시 보고, 당일 아침에는 실제 운항 여부를 확인합니다. 먼바다는 육지에서 보는 날씨와 다릅니다. 항구가 맑아도 파도가 높으면 배가 못 뜰 수 있습니다. 결항 연락을 받으면 배편 변경과 숙소 연장 가능 여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섬에서 시간을 덜 허비하는 방법입니다.
섬에 내린 뒤에는 등대길 하나만 잡아도 충분하다
제가 거문도에서 먼저 걷는 길은 항구에서 삼호교를 건너 유림 쪽으로 가는 길입니다. 목넘어를 지나 동백숲으로 들어서면 거문도등대까지 이어집니다. 여수시 관광 안내는 선착장에서 등대까지 걷는 데 약 1시간을 제시하지만, 사진을 찍고 쉬는 시간까지 넣으면 더 넉넉히 잡아야 합니다. 목넘어는 파도가 들이칠 수 있는 자리라 바람이 거센 날에는 현장에서 길 상태를 보고 돌아서는 편이 맞습니다. 등대에 꼭 닿아야만 거문도를 본 것은 아닙니다.
서도 안쪽에는 마을버스도 다닙니다. 다만 배차가 촘촘한 도시 버스처럼 생각하면 걷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여수시 관광 안내의 버스 노선은 거문항과 서도 선착장, 녹산등대 입구 등을 잇습니다. 당일 운행 시각을 확인하고, 먼 구간부터 버스를 이용한 뒤 항구 쪽으로 돌아오는 동선을 잡으면 마음이 편합니다. 짧게 머무는 날에는 등대길과 녹산등대를 모두 채우기보다 한쪽을 골라 걷는 편이 좋았습니다.
거문도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명소를 빠르게 도는 여행과는 잘 맞지 않습니다. 배가 허락한 시간 안에서 한 길을 걷고, 항구로 돌아와 다음 날 바다를 다시 확인하는 섬입니다. 그 느린 속도가 괜찮은 사람에게는 하룻밤이 짧게 느껴질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