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드라마 추천을 부탁받아 다시 고른 다섯 편

월화드라마 추천을 부탁받아 다시 고른 다섯 편

월요일 저녁에 드라마 한 편 골라 달라는 말을 들으면, 저는 먼저 그 사람이 이번 주에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묻습니다. 같은 월화드라마라도 가볍게 설레고 싶은 밤과 머리를 쓰며 몰입하고 싶은 밤에 맞는 작품은 다르니까요. 이번에는 이미 종영한 작품 다섯 편을 기분별로 골랐습니다. 방송 당시 월·화요일에 편성됐던 드라마들이라 지금은 한꺼번에 이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스포일러 안내: 아래에는 각 작품의 초반 설정만 나옵니다. 반전과 결말은 적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지친 월요일에는 선재 업고 튀어

‘선재 업고 튀어’는 좋아하던 가수 류선재를 구하기 위해 임솔이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큰 장치가 있지만, 제가 오래 기억한 건 거창한 규칙보다 두 사람이 같은 시간을 다르게 기억한다는 감각이었습니다. 풋풋한 장면이 충분히 쌓인 뒤 애틋함이 찾아와서, 로맨스에 마음을 맡기기 좋습니다.

특히 상대를 좋아하는 이유가 외모나 운명이라는 말로만 처리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버티기 어려운 날에 건넨 작은 위로가 몇 년 뒤까지 남아 있다는 설정이 관계에 무게를 줍니다. 설레는 청춘 로맨스를 좋아하고, 웃다가 조금 울어도 괜찮은 사람에게 권합니다. 다만 초반부터 죽음과 상실이 이야기의 동력이 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밝은 학원물만 기대한다면 감정의 낙차가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속이 답답할 때 고르는 복수극 두 편

빠른 보상이 필요하다면 내 남편과 결혼해줘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남편과 친구의 배신을 겪은 강지원이 10년 전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다시 선택하는 드라마입니다. 초반부터 목표가 선명합니다. 지원이 예전에는 넘겼던 말을 이번에는 받아치고, 자신을 소모하던 관계에서 한 발씩 빠져나오는 과정이 시원합니다. 다음 회를 누르게 하는 힘도 강한 편입니다.

이 작품의 재미는 복수를 기다리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지원이 주변 사람을 보는 눈을 바꾸면서 일과 우정, 연애의 기준까지 새로 세우는 모습이 있습니다. 배신한 사람에게 무엇이 돌아갈지만 궁금한 시청자도 즐길 수 있지만, 저는 지원이 더 이상 예전의 선택을 반복하지 않는 순간들이 좋았습니다. 대신 악역의 언행이 꽤 자극적입니다. 잔잔한 회복담을 찾는 밤보다는 속도감 있는 전개가 당길 때 어울립니다.

인물의 속내를 따라가고 싶다면 이로운 사기

‘이로운 사기’에도 복수가 있지만 리듬은 다릅니다. 공감에 서툰 사기꾼 이로움과 남의 고통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변호사 한무영이 손을 잡습니다. 한쪽은 사람을 쉽게 믿지 않고, 다른 한쪽은 너무 깊이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작전이 성공할지 못지않게 이 둘이 서로를 어떻게 이해할지가 궁금해집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주인공의 반격을 빠르게 확인하는 맛이라면, 이 작품은 흩어진 과거와 관계를 맞춰 가는 맛에 가깝습니다. 사기극과 공조, 상처 입은 인물의 변화를 함께 보고 싶은 사람에게 맞습니다. 반대로 매회 명쾌한 통쾌함을 기대하면 중간 전개가 조금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두 복수극 중 하나만 고른다면, 지금 필요한 것이 즉각적인 속 시원함인지 인물에 대한 호기심인지 생각하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광고

사건을 추리하면서 가족 이야기에도 머물고 싶다면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는 두 사람이 우연히 1987년에 갇힙니다. 한 사람은 과거의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이 알던 가족의 젊은 시절과 마주합니다. 사건의 단서를 따라가다가도 가족을 이해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데 시선이 머물게 하는 드라마입니다.

이 작품을 단순한 범인 찾기로만 보면 의외로 느린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부모를 만나기 전, 그들도 자기 삶이 막 시작된 청년이었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시간 여행 설정을 좋아하지만 로맨스보다 미스터리와 가족 서사에 더 끌리는 사람에게 권합니다. 인물이 많으니 첫 두 회는 다른 일을 하며 틀어 두기보다 얼굴과 관계를 따라가며 보는 편이 좋습니다. 사건의 답을 미리 찾아보면 보는 재미가 크게 줄어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가벼운 한 편보다 오래 남는 이야기를 원한다면

‘오월의 청춘’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만난 두 청춘의 사랑을 그립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중심에 있지만, 시대가 그저 사랑을 방해하는 장치로 쓰이지는 않습니다. 인물들이 평범한 내일을 바라던 마음과 그 일상이 흔들리는 과정이 함께 그려집니다. 그래서 설레는 장면을 보고도 금세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 작품은 피곤한 월요일 밤에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 권하기 어렵습니다. 역사적 폭력과 상실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 편을 보고 난 뒤 인물의 표정과 선택을 오래 생각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시간을 줄 만합니다. 저는 다섯 편 중 가장 천천히 보기를 권합니다. 다음 회가 궁금하더라도 한 회의 감정을 조금 품고 넘어가는 쪽이 이 이야기에는 잘 맞았습니다.

광고

지금 기분으로 한 편만 고른다면

설렘이 먼저라면 ‘선재 업고 튀어’, 답답함을 빨리 털고 싶다면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출발점입니다. 조금 더 복잡한 인물과 공조가 좋다면 ‘이로운 사기’, 사건과 가족 이야기를 함께 보고 싶다면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맞겠습니다. 무게 있는 시대극을 받아들일 여유가 있는 날에는 ‘오월의 청춘’을 남겨 두고요.

OTT 제공처는 계약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재생하기 전 이용 중인 서비스에서 제목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별점이 높은 작품보다 오늘의 기분과 잘 맞는 작품이 끝까지 보게 되는 드라마였습니다. 월요일 밤의 두 시간이 아깝지 않으려면, 저는 늘 그쪽부터 고릅니다.

월화드라마 추천을 부탁받아 다시 고른 다섯 편 - 요약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