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27인치 모니터를 바꿨는데, 새 제품이 더 비싼데도 글자가 거칠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확인해 보니 기존 제품은 QHD, 새 제품은 FHD였습니다. 모니터는 화면 크기나 주사율 하나만 보고 고르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제가 조립 PC를 맞출 때도 먼저 묻는 건 예산보다 책상에서 뭘 오래 하는지입니다.
사무용은 크기보다 글자 선명도가 먼저입니다
문서와 웹 화면을 하루 종일 본다면 24인치 FHD와 27인치 QHD가 무난한 출발점입니다. 둘 다 글자와 아이콘 크기를 맞추기 쉽고, 특히 27인치 QHD는 창 두 개를 나란히 띄웠을 때 여유가 있습니다. 같은 27인치라도 FHD는 픽셀 밀도가 약 82ppi, QHD는 약 109ppi입니다. 책상 앞 50~70cm 거리에서는 작은 글자의 가장자리 차이가 꽤 보입니다.
32인치 4K는 약 138ppi라 선명하지만, 책상이 얕으면 화면 양끝을 보는 일이 피곤할 수 있습니다. 윈도우 배율도 보통 125~150%로 올리게 됩니다. 작업 공간을 넓히려고 샀는데 배율 때문에 기대만큼 창이 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4K가 필요한 사진 작업이나 여러 창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면 책상 깊이부터 재는 편이 낫습니다.
게임용은 그래픽카드가 낼 수 있는 프레임에 맞춥니다
게임에서는 60Hz에서 144Hz 이상으로 넘어갈 때 마우스 움직임과 화면 스크롤이 먼저 달라집니다. 반면 144Hz에서 240Hz로 올리는 차이는 게임 종류와 실제 프레임에 따라 체감 폭이 작습니다. 경쟁 게임을 주로 하고 프레임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면 24~27인치 FHD 고주사율이 맞습니다. 게임 화면과 평소 작업을 함께 챙기려면 27인치 QHD 144~180Hz가 균형 잡힌 선택입니다.
해상도를 올리면 그래픽카드 부담도 커집니다. QHD는 FHD보다 표시할 픽셀이 약 1.78배이고, 4K는 QHD의 2.25배입니다. 실제 게임 프레임이 그 비율대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4K 고주사율 모니터를 사기 전에는 자주 하는 게임의 프레임을 확인해야 합니다. 모니터가 240Hz여도 게임이 70~90프레임으로 돌아간다면 그 차이를 온전히 쓰기 어렵습니다.
패널과 HDR은 광고 문구보다 사용 환경을 봅니다
IPS는 시야각이 넓고 색 변화가 적어 범용으로 고르기 편합니다. VA는 어두운 장면의 명암이 강점이지만, 제품에 따라 빠른 화면의 검은 잔상이 눈에 띌 수 있습니다. OLED는 검은색 표현과 응답 속도가 인상적입니다. 다만 작업 표시줄이나 프로그램 창을 오래 띄우는 사용 패턴이라면 잔상 관리 기능과 보증 조건까지 살펴야 합니다.
‘HDR 지원’ 문구만으로 영상이 확 좋아질 거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HDR 체감에는 밝기뿐 아니라 어두운 부분을 얼마나 세밀하게 표현하는지도 중요합니다. VESA의 DisplayHDR 인증 등급을 확인하고, 가능하면 실제 사용 환경에서 밝은 장면과 어두운 장면을 함께 비교하는 게 좋습니다. 사진 편집용이라면 과장된 색감보다 색역 정보와 색 정확도, 화면 밝기의 균일성이 더 실용적입니다.
구매 전 연결 단자와 설치 공간까지 확인합니다
노트북에 USB-C 케이블 하나만 꽂을 생각이라면 영상 출력 지원 여부와 노트북에 공급하는 전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USB-C 단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영상 출력이나 충전이 되는 건 아닙니다. 데스크톱에서는 그래픽카드와 모니터의 단자, 케이블 조합이 원하는 해상도와 주사율을 지원하는지 제품별 표를 봐야 합니다. HDMI나 DisplayPort 버전 숫자만 같아도 실제 지원 기능은 다를 수 있습니다.
스탠드의 높낮이 조절 범위도 의외로 중요합니다. 화면 윗부분이 지나치게 높으면 목이 금방 뻐근해집니다. 모니터 암을 쓸 계획이라면 VESA 홀 규격과 무게를 확인하고, 듀얼 모니터라면 책상 폭도 재둡니다. 받아서 연결한 뒤에는 윈도우의 ‘설정 → 시스템 → 디스플레이 → 고급 디스플레이’에서 주사율을 확인하세요. 165Hz 제품을 샀는데 기본값인 60Hz로 계속 쓰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문서 작업이 많으면 27인치 QHD, 게임과 작업을 반반 한다면 27인치 QHD 고주사율부터 비교합니다. 그다음에 패널 특성과 단자를 좁혀 갑니다. 비싼 사양을 빠짐없이 담은 제품보다, 매일 보는 거리와 실제 프레임에 맞는 화면이 오래 만족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