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불장 끝물에 산 코인이 크게 물렸을 때, 저는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겠지’ 하고 버텼습니다. 현물이라 가능한 선택이었죠. 나중에 선물 거래 화면을 처음 열었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다가 멈칫했습니다. 레버리지를 쓰면 가격이 돌아오기 전에 포지션이 먼저 사라질 수 있으니까요.
코인 레버리지 장투를 고민한다면 상승 전망보다 먼저 확인할 숫자가 있습니다. 얼마나 떨어져도 버틸 수 있는지, 보유하는 동안 얼마를 내는지, 잠든 사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입니다.
장기 보유와 레버리지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현물 100만 원어치를 사면 가격이 20% 내려갔을 때 평가손실은 20만 원입니다. 같은 100만 원을 증거금으로 3배 롱 포지션을 잡으면 계약 규모는 300만 원입니다. 가격이 20% 내려갈 때 손실은 대략 60만 원, 넣은 돈의 60%가 됩니다. 수수료와 펀딩비를 빼기 전의 단순 계산입니다.
가격이 나중에 반등한다는 전망이 맞아도 중간 하락을 버티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3배 롱의 경우 가격이 약 33% 하락하면 초기 증거금만큼 손실이 나는 단순 구조지만, 실제 청산은 유지증거금과 수수료 등 때문에 그보다 먼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가 보여주는 청산 예상 가격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도 물린 현물을 오래 들고 있었던 경험 때문에 ‘버티는 것’에 익숙했습니다. 그런데 선물에서는 버틸 기간을 내가 온전히 정하지 못합니다. 장투라는 단어가 안전한 전략처럼 들리는 순간, 먼저 이 차이를 떠올립니다.
펀딩비는 한 달 단위로 계산해 본다
무기한 선물에는 만기일이 없는 대신 펀딩비가 있습니다. 롱이 항상 내는 비용은 아닙니다. 펀딩비율이 양수이면 보통 롱이 숏에 지급하고, 음수이면 반대입니다. 정산 간격과 비율은 종목과 거래소,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바이비트 도움말도 펀딩비를 포지션 가치와 해당 시점의 펀딩비율로 계산한다고 안내합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으로 3배 롱을 잡아 포지션 가치가 300만 원이고, 펀딩비율이 8시간마다 0.01%로 30일 내내 유지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 번에 300원, 하루에 900원, 30일이면 약 2만 7천 원입니다. 증거금 100만 원의 2.7%입니다. 실제로는 포지션 가치와 펀딩비율이 계속 변하므로 이 숫자를 예상 수익률처럼 쓰면 안 됩니다.
특히 상승 열기가 강할 때 화면에 보이는 현재 비율만 보고 몇 달 치 비용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거래소의 펀딩비 이력에서 양수와 음수가 얼마나 자주 바뀌었는지 보고, 현재 포지션 가치로 하루와 한 달 비용을 따로 적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현물 마진거래라면 구조가 다릅니다. 펀딩비 대신 빌린 자산의 이자율과 상환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격리와 교차 중 무엇을 골랐는지도 중요하다
처음 거래소를 여러 곳 써볼 때 가장 헷갈렸던 설정이 격리 증거금과 교차 증거금이었습니다. 격리는 해당 포지션에 배정한 증거금을 중심으로 위험을 관리합니다. 교차는 계정의 가용 잔고가 포지션 유지에 쓰일 수 있어 청산 가격이 멀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대신 다른 거래를 위해 남겨둔 돈까지 손실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실제 적용 범위는 거래소의 계정 방식에 따라 다릅니다.
장기간 들고 갈 생각이라면 진입 전 주문 화면에서 레버리지 배율, 증거금 방식, 포지션 규모, 청산 예상 가격을 한 번에 봐야 합니다. 진입 후에는 가용 잔고가 변하거나 다른 포지션을 열었을 때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확인합니다. 바이낸스 선물 안내에는 잔고가 부족할 경우 펀딩비가 포지션 증거금에서 차감돼 청산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나옵니다. 처음 본 청산 가격을 몇 달 동안 고정된 숫자로 취급하면 곤란합니다.
오래 가져갈 돈이라면 손실 한도부터 정한다
제가 쓰는 방법은 ‘몇 배까지 가능한가’보다 ‘이 생각이 틀렸을 때 얼마를 잃어도 괜찮은가’를 먼저 적는 것입니다. 가령 투자금 전체가 1,000만 원이고 한 번의 판단에서 감수할 손실을 20만 원으로 정했다면, 포지션 크기와 손절 기준을 그 안에서 맞춥니다. 3배를 고른 뒤 손절 가격을 억지로 끼워 맞추면 작은 가격 흔들림에도 계획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 내가 보는 현물 가격과 선물 계약의 청산 예상 가격을 함께 확인한다.
- 최근 펀딩비 이력으로 보유 기간의 비용을 여러 경우로 계산한다.
- 격리·교차 설정과 계정에 남겨둔 돈의 노출 범위를 확인한다.
- 손절 주문을 넣더라도 급격한 변동 때 원하는 가격에 체결되지 않을 가능성을 손실 한도에 반영한다.
몇 달 이상 보유할 생각이라면 현물로 같은 전망을 표현할 수 있는지도 비교해 봅니다. 현물도 가격 하락 손실을 피할 수는 없지만, 선물의 청산과 반복되는 펀딩비를 감당해야 하는 문제는 줄어듭니다. 저는 2017년에 ‘언젠가 오르겠지’라는 믿음만으로 너무 오래 물려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전망을 적을 때 그 전망이 틀린 채로 오래 이어져도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 먼저 계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