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예배에서 대표기도를 맡은 분이 기도문을 여러 번 고쳐 쓰는 모습을 봤습니다. 좋은 말을 빠짐없이 담으려다 보니 문장이 길어지고, 막상 소리 내어 읽을 때는 숨 쉴 자리가 부족했다고 하더군요. 10월 넷째주 대표기도를 준비할 때도 화려한 표현보다 회중이 함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말이 먼저입니다.
10월 넷째주에 담기 좋은 기도 제목
10월 하순에는 한 해 동안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됩니다. 계절의 변화를 감사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마음으로 가을을 맞는 것은 아닙니다.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이도 있고 건강이나 생계 문제로 지친 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감사의 말 뒤에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도를 잇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교회 안의 사정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환우, 돌봄을 맡은 가족, 학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 생업 때문에 예배 자리에 오기 어려운 이들을 두루 품을 수 있습니다. 특정한 사건이나 사람의 형편을 자세히 밝히기보다, 함께 기도할 수 있는 넓은 표현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회중이 따라가기 쉬운 흐름
대표기도는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이면서 회중이 함께 아멘으로 응답하는 시간입니다. 감사, 돌아봄, 교회와 이웃을 위한 간구, 말씀을 듣는 자세의 순서로 이어 가면 흐름이 매끄럽습니다. 기도 제목을 너무 많이 넣으면 각각의 뜻이 희미해지므로, 예배와 공동체의 상황에 맞는 몇 가지를 골라 충분히 기도하는 편이 낫습니다.
문장도 소리 내어 읽으며 다듬으면 달라집니다. 한 문장에 여러 요청을 이어 붙였다면 둘로 나누고, 같은 뜻의 표현이 반복되면 하나만 남겨도 됩니다. 천천히 읽었을 때 회중이 내용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응답할 여유가 있는지 살펴보면 길이를 가늠하기 쉽습니다.
예배에서 읽을 수 있는 대표기도문
사랑과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아버지, 10월의 넷째 주일에도 저희를 예배의 자리로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걸음을 멈추고 주님 앞에 설 수 있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저희의 힘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님을 고백합니다. 크고 작은 순간마다 지켜 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찬양합니다.
주님, 저희의 마음을 살펴 주십시오. 감사해야 할 때 불평이 앞섰고, 이웃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제 일에만 마음을 쏟았던 모습을 고백합니다. 말로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저희의 부족함을 용서하시고, 말씀 앞에서 다시 바른 마음을 품게 해 주십시오.
계절이 깊어 가는 이때에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는 성도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몸이 아픈 분들에게 회복의 힘을 주시고, 긴 치료와 돌봄의 시간을 보내는 가족에게도 쉼을 허락해 주십시오. 일자리를 찾거나 생계의 무게를 감당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길을 열어 주시고, 외로움 가운데 있는 분들이 따뜻한 손길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저희 교회가 서로의 형편을 듣고 함께 짐을 나누는 공동체가 되게 해 주십시오. 익숙한 사람에게만 마음을 여는 데 그치지 않고, 처음 온 이와 오랜만에 예배에 나온 이도 편안히 맞이하게 해 주십시오. 맡은 자리에서 섬기는 손길에 기쁨을 더하시고, 수고가 보이지 않는 곳에도 위로를 주십시오.
저희가 살아가는 지역과 이웃을 위해 기도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게 하시고, 가진 것을 지혜롭게 나눌 마음을 주십시오. 갈등이 있는 곳에는 상대의 말을 들을 여유를,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허락해 주십시오. 저희의 작은 선택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게 해 주십시오.
오늘 전해지는 말씀을 듣는 저희의 마음을 열어 주십시오. 말씀을 전하는 이에게 지혜와 겸손을 주시고, 듣는 저희에게는 익숙한 말도 삶에 비추어 받아들이는 마음을 주십시오. 예배가 끝난 뒤에도 주님께 드린 기도를 기억하며 가정과 일터에서 사랑을 실천하게 해 주십시오. 이 모든 말씀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읽기 전에 한 번 더 살필 부분
위 기도문은 예배 시간과 공동체의 상황에 맞게 덜어 쓰거나 고쳐 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픈 성도를 위한 기도가 필요한지, 교회가 함께 품고 있는 기도 제목이 무엇인지 확인하면 말이 더 진실해집니다. 다만 개인의 사정을 드러내는 표현은 조심하는 편이 좋습니다.
기도문을 한 번 소리 내어 읽어 보면 좋습니다. 숨이 차는 문장은 짧게 나누고, 마음에 닿지 않는 표현은 평소 쓰는 말로 바꿔도 괜찮습니다. 대표기도의 진심은 낯선 수식어보다 공동체를 생각하며 고른 한 문장에 더 또렷하게 담긴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