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학생의 글에서 ‘곰곰히 생각했다’라는 문장을 봤습니다. 뜻은 분명히 통하는데, 표기는 ‘곰곰이 생각했다’가 맞습니다. 학생에게 고쳐 쓰라고 하니 곧바로 ‘꼼꼼히는 맞잖아요’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소리가 비슷한 두 말을 나란히 놓으면 누구라도 헷갈릴 만합니다.
이럴 때 ‘곰곰이는 이, 꼼꼼히는 히’라고 외우면 당장 빈칸은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다시 섞이기 쉽지요. 곰곰이 곰곰히 구분에는 말의 짜임을 먼저 보는 편이 오래갑니다. ‘곰곰이’에서 ‘곰곰’은 이미 쓰이던 부사이고, 그 뒤에 ‘-이’가 붙었습니다.
‘곰곰’은 어떤 말일까요?
‘곰곰’은 여러모로 깊이 생각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입니다. ‘그 말을 곰곰 생각했다’처럼 쓸 수 있지요. 여기에 ‘-이’가 붙은 ‘곰곰이’도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제안을 곰곰이 따져 보았다’라고 하면 한 번 듣고 바로 답하지 않고, 이쪽저쪽 사정을 마음속에서 되짚었다는 느낌이 납니다.
말을 둘로 나누어 보면 표기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곰곰’에 ‘-이’가 붙어 ‘곰곰이’가 된 것입니다. ‘곰곰히’라고 쓰면 이 짜임과 맞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도 ‘곰곰이’를 부사에 ‘-이’가 붙어 다시 부사가 된 사례로 설명합니다. 그저 끝 글자 하나를 외우는 것보다, 앞에 놓인 ‘곰곰’을 기억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곰곰’을 동물 ‘곰’과 연결해 이야기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설명은 기억하기 쉬워 보여도 표기의 근거가 되지는 않거든요.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곰곰’이라는 부사가 있고, ‘곰곰이’가 그 말에 ‘-이’를 붙여 만든 형태라는 점입니다. 말의 유래를 찾을 때는 재미있는 추측과 확인된 짜임을 구별해야 합니다.
맞춤법 규정은 무엇을 말할까요?
한글 맞춤법 제25항은 부사에 ‘-이’가 붙어 뜻을 더할 때 원래 부사의 모습을 밝혀 적도록 합니다. 그 예에 ‘곰곰이’가 들어 있습니다. ‘더욱’에 ‘-이’가 붙은 ‘더욱이’, ‘일찍’에 ‘-이’가 붙은 ‘일찍이’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부사로 쓰이는 말 뒤에 ‘-이’가 이어진다는 점이 공통입니다.
제51항은 부사의 끝음절이 분명히 ‘이’로만 나면 ‘-이’로, ‘히’로만 나거나 ‘이’와 ‘히’ 두 가지로 나면 ‘-히’로 적는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실제 대화에서 끝소리만 듣고 어느 쪽인지 늘 가려내기는 어렵습니다. 국립국어원의 규정 해설도 발음과 몇 가지 경향만으로 구별할 수 없는 말은 사전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니 ‘입으로 읽어 봤더니 이로 들린다’는 판단 하나에 기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사람마다 빠르게 말할 때 들리는 소리가 다르고, 익숙한 표기가 발음 판단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곰곰이’는 소리의 문제를 넘어 ‘곰곰’이라는 부사에 ‘-이’가 붙은 말이라는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근거가 같은 표기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꼼꼼히’는 왜 ‘히’일까요?
혼동의 가장 큰 원인은 아마 ‘꼼꼼히’일 겁니다. ‘곰곰이 생각하다’와 ‘꼼꼼히 살피다’는 모양도 비슷하고, 둘 다 주의를 기울이는 상황에서 자주 쓰입니다. 하지만 ‘꼼꼼히’는 ‘꼼꼼하다’의 ‘꼼꼼’에 ‘-히’가 붙은 말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51항의 해설에서도 ‘-하다’가 붙는 어근 뒤에 ‘-히’를 적는 사례로 ‘꼼꼼히’를 제시합니다.
뜻도 조금 다릅니다. ‘곰곰이’는 어떤 문제나 말을 깊이 생각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꼼꼼히’는 빠뜨리는 것 없이 세밀하게 살피거나 처리하는 모양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계약 조건을 받아들일지 ‘곰곰이 생각한’ 뒤, 서명하기 전에 조항을 ‘꼼꼼히 읽을’ 수 있습니다. 한 장면에서 두 말을 함께 써 보면 글자뿐 아니라 쓰임도 구별됩니다.
‘하다가 붙으면 무조건 히’라는 식으로 공식을 만들지는 않는 편이 좋습니다. ‘깨끗하다’에서 나온 부사는 ‘깨끗이’처럼 적는 예외가 있습니다. ‘ㅅ’ 받침 뒤에는 ‘-이’로 적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하게 생긴 말 몇 개를 하나의 규칙으로 밀어 넣기보다, 지금 쓰려는 단어의 바탕과 표준 표기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문장 속에서는 이렇게 구별됩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가장 익숙하지만 꼭 ‘생각하다’만 뒤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곰곰이 되짚었다’, ‘곰곰이 따져 보았다’, ‘곰곰이 돌아보았다’라고도 쓸 수 있습니다. 모두 한 가지 판단을 서두르지 않고 여러 면을 깊이 헤아리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글자를 하나씩 대조하고 빠진 항목을 찾는 일이라면 ‘꼼꼼히 확인했다’가 더 알맞습니다.
- 회의에서 들은 제안을 곰곰이 생각했다.
- 지난 대화를 곰곰이 되짚어 보니 놓친 말이 있었다.
- 제출 전에 날짜와 이름을 꼼꼼히 확인했다.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두 문장을 붙여 써 보게 합니다. ‘답을 곰곰이 생각했다. 적은 답은 꼼꼼히 확인했다.’ 처음에는 끝 글자에만 눈이 가지만, 문장이 담은 행동을 비교하고 나면 차이가 보입니다. 생각은 깊게, 확인은 세밀하게 하는 장면이지요. 물론 두 말이 쓰이는 상황이 언제나 칼로 자른 듯 나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차이를 떠올리면 표기도 함께 기억하기 쉽습니다.
다음에 ‘곰곰히’가 손끝에서 맴돌면 ‘곰곰’을 먼저 떠올려 보세요. 이미 있는 부사 뒤에 ‘-이’가 붙어 ‘곰곰이’가 됩니다. 왜 그렇게 적는지 알고 나면, 짧은 부사 하나도 외워 둔 답이 아니라 이해한 말로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