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가 낮으면 싼 주식일까 직접 계산해봤다

PER가 낮으면 싼 주식일까 직접 계산해봤다

얼마 전 주식 앱에서 비슷한 가격의 두 종목을 봤는데, 한쪽 PER는 10배이고 다른 쪽은 20배였다. 숫자만 보면 10배인 쪽이 훨씬 싸 보인다. 그런데 주가가 같은데도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서 가상의 숫자를 적어 손으로 계산해봤다. 계산은 간단했지만, 그 숫자를 읽는 일은 생각보다 조심스러웠다.


PER 10배는 무엇의 10배일까


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인 EPS로 나눈 값이다. EPS는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주식 한 주당으로 환산한 숫자다. 한국거래소의 투자지표 안내에서도 PER를 주가와 EPS의 비율로 설명한다.


가령 A회사 주가가 4만 원이고 EPS가 4천 원이면 PER는 10배다. B회사 주가도 4만 원인데 EPS가 2천 원이면 PER는 20배다. 같은 가격의 주식을 사더라도, 현재 이익을 기준으로 A회사에는 이익의 10배, B회사에는 20배를 지불하는 셈이다. 이렇게 나란히 적으니 앱에서 보던 숫자가 조금 덜 낯설어졌다.


여기서 내가 처음 헷갈린 건 ‘PER 10배면 10년 뒤 투자금을 돌려받는다’는 식의 설명이었다. 이익이 앞으로 매년 똑같고 그 이익이 전부 주주에게 돌아온다고 가정해야 가능한 단순한 비유다. 실제로는 이익이 변하고, 기업이 설비나 연구개발에 돈을 쓰기도 한다. 주가도 계속 움직인다. 그래서 PER의 ‘배’를 투자금 회수 기간으로 받아들이면 기대가 어긋날 수 있다.


같은 가격인데 PER가 다른 이유


A와 B를 더 비교해보니 낮은 PER가 무조건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A가 올해 유난히 큰 이익을 냈다면 4천 원이라는 EPS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B는 당장 이익이 작아도 새 사업에 투자하느라 비용이 늘어난 상태일 수 있다. 물론 그 투자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PER 하나에는 이런 사정이 적혀 있지 않다.


숫자가 움직이는 모습도 직접 써봤다. A의 주가가 4만 원으로 그대로인데 EPS만 4천 원에서 2천 원으로 줄면 PER는 10배에서 20배가 된다. 주가가 오르지 않았는데 PER만 높아진 것이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져 PER가 낮아졌다면, 시장이 앞으로의 이익 감소를 걱정하는 중일 수도 있다. 낮아진 숫자를 할인표처럼 보고 반가워하기 전에 이유를 한 번 더 찾게 됐다.


적자가 난 기업은 더 헷갈린다. EPS가 음수일 때 음수 PER를 그대로 비교하면 해석이 어려워서, 한국거래소 투자지표 화면은 이런 경우 PER를 ‘산출불가’로 표시한다. 앱에 PER가 비어 있다고 해서 기업 정보를 빠뜨린 것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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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할 때는 숫자의 날짜부터 봤다


손계산을 해보며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주가와 이익의 기준 시점이었다. 주가는 오늘 바뀌어도 실적은 분기마다 발표된다. 한국거래소의 투자지표 산출 안내에는 최근 분기말 주가와 직전 4개 분기 이익을 사용하는 방식이 나와 있다. 앱마다 표시 방식과 갱신 시점이 다를 수 있으니, PER 숫자 옆에 적힌 기준일도 같이 보는 편이 낫다.


또 지난 실적으로 계산한 PER인지, 앞으로의 예상 이익으로 계산한 PER인지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주가 4만 원이라도 지난 EPS가 2천 원이면 20배, 예상 EPS가 4천 원이면 10배다. 화면에는 둘 다 PER처럼 보이지만, 뒤쪽 숫자는 아직 벌지 않은 이익을 전제로 한다. 예상이 빗나가면 낮아 보이던 PER도 달라진다.


비교 대상도 중요했다. 은행과 반도체 기업을 PER 숫자만으로 줄 세우는 건 성격이 다른 가게의 가격표를 비교하는 느낌이다. 같은 업종에서도 성장 속도, 빚 부담, 이익의 안정성이 다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공시된 기업 자료도 PER 비교에는 성장률과 현금창출 능력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내가 PER 옆에 함께 적는 것들


이제 PER를 보면 숫자 하나로 사고팔 결정을 내리기보다 세 가지를 옆에 적는다. 최근 몇 분기 동안 매출과 순이익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번 이익에 일시적인 요인이 있는지, 비교하는 기업의 사업이 얼마나 비슷한지다. PER가 갑자기 낮아졌다면 주가가 내린 건지 EPS가 늘어난 건지도 따로 본다.


  • PER 10배와 20배를 비교할 때는 먼저 EPS의 기간과 기준일을 맞춘다.
  • EPS가 급등하거나 급감했다면 일회성 이익이나 비용이 있었는지 확인한다.
  • 적자 기업이나 사업 구조가 크게 다른 기업은 PER만으로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PER는 ‘지금 이익에 비해 주가가 몇 배인가’를 빠르게 보여주는 숫자였다. 다만 그 이익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별개의 이야기다. 나는 낮은 PER를 발견했을 때가 답을 찾은 순간이 아니라, 왜 낮은지 궁금해지는 순간에 더 가깝다고 느꼈다.

PER가 낮으면 싼 주식일까 직접 계산해봤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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