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관리 앱을 기획하면서 자주 본 장면이 있습니다. 워치 화면에 ‘동리듬’이 뜨면 안심하고, ‘심방세동’이 뜨면 바로 병명을 확정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갤럭시 워치 심전도 정확도를 볼 때는 숫자보다 먼저 무엇을 측정했고, 어떤 결과를 분류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워치 심전도는 무엇을 확인하나요?
삼성 헬스 모니터의 심전도 기능은 손목과 반대편 손가락을 이용해 약 30초 동안 심장의 전기 신호를 기록합니다. 병원에서 가슴과 팔다리에 전극을 붙여 검사하는 12유도 심전도와 달리, 워치는 한 방향의 신호를 보는 단일 유도 방식입니다. 삼성전자 사용설명서가 밝힌 사용 목적도 측정 당시의 리듬을 동리듬 또는 심방세동 등으로 분류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동리듬’은 그 30초 동안 규칙적인 리듬이 기록됐다는 뜻입니다. 하루 종일 부정맥이 없었다는 보증은 아닙니다. 심방세동은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 있어, 증상이 지나간 뒤 측정하면 동리듬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심방세동’이 표시됐더라도 워치 결과만으로 진단이나 치료를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의료진이 증상과 병력, 필요한 검사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정확도 96%라는 숫자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삼성전자의 심전도 앱 버전 1.3 사용설명서에는 22세 이상 1,013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검증 결과가 실려 있습니다. 주요 분석에 사용된 심방세동 기록 453건 중 435건을 맞게 분류해 민감도 96.0%, 동리듬 기록 691건 중 682건을 맞게 분류해 특이도 98.7%를 보였습니다. 쉽게 말해 민감도는 실제 심방세동 기록을 얼마나 찾아냈는지, 특이도는 동리듬 기록을 얼마나 정확히 구별했는지를 가리킵니다.
이 수치를 ‘내가 측정하면 96% 확률로 맞는다’고 읽으면 곤란합니다. 연구에서 정한 대상과 심박수 범위, 분석 가능한 기록을 바탕으로 계산한 성능입니다. 피부 접촉이 나쁘거나 움직임이 있으면 신호불량이 뜰 수 있고, 심방세동 이외의 불규칙한 리듬은 판정불가로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전 버전 사용설명서의 임상시험에서는 기록의 16.8%가 판정불가 또는 신호불량이었습니다. 앱 버전과 계산에 포함한 기록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 구분할 기능이 있습니다. 평소 워치가 광학 센서로 맥박을 살피다가 불규칙한 심장 리듬을 알리는 기능은 손가락을 대고 직접 측정하는 심전도와 다릅니다. 버전 1.3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기준 심전도 패치에서 1시간 이상 연속 심방세동이 확인된 참가자 150명 중 102명에게 알림이 갔습니다. 알림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심방세동이 없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측정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회의 중 가슴이 두근거려 워치를 눌렀는데 ‘신호불량’이 뜨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심장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해석할 자료 자체가 부족합니다. 워치를 손목에 맞게 착용하고 팔을 책상에 편하게 둔 뒤, 반대편 손가락을 버튼에 가볍게 올려 30초 동안 말하거나 움직이지 않고 다시 측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버튼을 세게 누르면 기록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판정불가’는 신호불량과 다릅니다. 파형은 기록됐지만 앱이 정해진 범주로 분류하지 못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심박수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을 때, 또는 심방세동이 아닌 불규칙한 리듬일 때도 나타납니다. 같은 결과가 반복되거나 두근거림·어지럼 같은 증상이 있으면 화면을 계속 새로고침하기보다 진료를 받는 쪽이 낫습니다.
기능을 쓰는 조건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심전도 앱을 의료기기로 안내하며, 지원 워치와 갤럭시 스마트폰, 앱 버전 및 이용 국가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힙니다. 버전 1.3 사용설명서는 22세 미만, 심장박동기나 제세동기 등 전자기기 이식자, 심방세동 외 부정맥이 있는 사람에게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합니다. 본인에게 해당하는 제한은 사용 중인 앱의 안내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이상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심방세동이나 심방세동·고심박수 결과가 나오면 측정 시각과 당시 증상을 기록하고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삼성 헬스 모니터에서 만든 심전도 보고서를 진료 때 보여주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이상이 있었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워치 기록을 근거로 처방약을 끊거나 용량을 바꾸면 안 됩니다.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 심한 숨가쁨, 실신이 있다면 워치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즉시 응급의료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 앱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찾아내는 기능이 아닙니다. 결과가 동리듬이어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대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심전도 보고서에는 건강정보가 담깁니다. 병원에 전달할 때는 필요한 기록만 공유하고, 워치와 휴대전화의 화면 잠금을 설정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저는 워치 심전도의 가치를 ‘진단을 대신하는 화면’보다 지나가기 쉬운 순간의 기록을 의료진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데서 찾습니다. 숫자를 믿는 범위도 그 역할에 맞춰 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