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부모님이 드시는 눈 영양제를 봤는데, 앞면에는 ‘루테인지아잔틴’이 크게 적혀 있고 정작 두 성분의 양은 뒷면에 따로 표시돼 있더라고요. 이름이 비슷한 제품도 성분과 섭취량은 다를 수 있습니다. 눈이 피곤해서 찾는 건지, 황반 건강이 걱정돼서 찾는 건지부터 생각하면 고르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루테인지아잔틴은 눈에서 무슨 일을 할까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눈 안쪽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존재하는 색소 성분입니다. 황반은 글자를 읽거나 얼굴을 알아볼 때처럼 사물을 또렷하게 보는 데 중요한 부위예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부 루테인·지아잔틴 원료에 대해 노화로 감소할 수 있는 황반색소밀도를 유지해 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표현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영양제를 먹으면 떨어진 시력이 다시 좋아지거나, 안경을 벗게 된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장시간 화면을 본 뒤 생기는 뻑뻑함도 원인이 다양해서 루테인지아잔틴 하나로 해결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눈의 피로와 황반 건강을 같은 문제로 생각하면 제품을 고를 때도 헷갈리기 쉽습니다.
제품 뒷면에서 먼저 볼 세 가지
제품을 비교할 때는 앞면의 ‘고함량’ 문구보다 영양·기능정보를 먼저 보는 편이 좋습니다. 작은 글씨지만 실제로 하루에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알려주는 곳이니까요.
- 1일 섭취량을 확인합니다. 한 캡슐의 함량과 하루 권장 캡슐 수가 다르면 하루 섭취량도 달라집니다.
-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각각 얼마인지, 또는 두 성분의 합이 얼마인지 확인합니다. ‘추출물 100mg’처럼 원료 전체의 무게만 보고 유효 성분도 100mg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 함께 들어 있는 성분을 봅니다. 종합비타민이나 다른 눈 영양제를 이미 먹고 있다면 비타민 A·E, 아연 등의 섭취가 겹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인정된 원료도 종류에 따라 표시된 일일 섭취량 범위가 다릅니다. 따라서 모든 제품에 똑같은 숫자를 적용하기보다, 고른 제품의 표시사항에 적힌 섭취 방법을 따르는 게 정확합니다. 가격을 비교할 때도 한 통의 가격보다 하루 섭취 비용을 계산하면 차이가 더 잘 보입니다. 예를 들어 30캡슐짜리라도 하루 두 캡슐을 먹는 제품이면 15일분입니다.
황반변성이 있다면 제품 이름보다 배합이 중요하다
미국 국립안연구소의 AREDS2 연구에서는 특정 단계의 나이관련황반변성이 있는 사람에게 여러 영양소를 함께 넣은 배합이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 배합에는 루테인 10mg과 지아잔틴 2mg 외에도 비타민 C·E, 아연, 구리가 들어갑니다. 루테인지아잔틴만 들어 있는 일반 제품을 AREDS2 제품과 같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대상도 구분해야 합니다. 중기 황반변성이 한쪽 또는 양쪽 눈에 있거나, 한쪽 눈에 후기 황반변성이 있는 경우에 의사와 AREDS2 배합을 의논할 수 있습니다. 황반변성이 없는 사람이 예방 목적으로 먹거나 초기 황반변성에서 복용했을 때 같은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면 광고 문구로 제품을 결정하기 전에 안과에서 현재 단계를 확인하는 게 먼저예요.
흡연 중이거나 과거에 흡연했다면 성분표를 더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미국 국립안연구소에 따르면 예전 AREDS 배합에 들어 있던 베타카로틴은 현재 또는 과거 흡연자의 폐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AREDS2 배합은 베타카로틴 대신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사용합니다. 두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이 차이는 중요합니다.
먹는 동안 눈 상태도 함께 살피기
루테인지아잔틴을 챙기더라도 식사를 영양제로 대신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금치나 케일 같은 짙은 잎채소를 식탁에 올리고, 흡연을 피하며, 필요한 시기에 눈 검사를 받는 습관도 눈 건강에 중요합니다. 특히 황반변성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없을 수 있어 ‘아직 잘 보인다’는 느낌만으로 상태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제품 표시사항의 주의 문구도 확인하세요. 일부 국내 인정 원료는 영유아·어린이, 임신·수유 중인 사람의 섭취를 피하도록 안내하며, 과다 섭취 시 피부가 일시적으로 노랗게 변할 수 있다고 알립니다. 알레르기나 질환이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이라면 제품을 들고 의료진과 상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먹은 뒤 불편한 증상이 생기면 섭취를 멈추고 확인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직선이 휘어 보이거나 시야 한가운데가 흐려지는 변화가 있다면 영양제를 바꿔 보며 기다릴 일이 아닙니다. 이런 변화는 안과에서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저라면 루테인지아잔틴을 고를 때 함량표를 꼼꼼히 보되, 눈 상태를 확인하는 일까지 영양제에 맡기지는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