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을 골랐는데, 가입 화면에서 생각했던 금리를 받으려면 급여이체 실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정기예금은 구조가 단순한 편이지만, 표시된 최고금리만 보고 선택하면 실제로 받는 이자가 달라질 수 있다.
먼저 돈을 언제 쓸지 정한다
정기예금은 가입할 때 정한 기간 동안 돈을 맡기고 약정된 방식으로 이자를 받는 상품이다. 그래서 금리를 비교하기 전에 만기를 정하는 게 순서다. 6개월 뒤 이사 비용으로 쓸 돈이라면 12개월 상품의 금리가 조금 높아도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중간에 해지하면 보통 약정금리 대신 중도해지이율이 적용된다. 이율은 금융회사와 예치 기간에 따라 다르므로 상품설명서에서 확인해야 한다. 급하게 쓸 가능성이 있는 생활비까지 한 계좌에 넣기보다, 필요한 시점별로 금액을 나누면 만기 전에 전액을 해지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3,000만 원 중 1,000만 원은 6개월 뒤 필요하고 나머지는 1년 이상 쓸 계획이 없다면, 두 금액을 같은 만기로 묶을 이유가 적다. 금리 차이뿐 아니라 자금이 필요한 날짜도 함께 비교해야 실제 선택이 쉬워진다.
최고금리보다 내가 받을 금리를 본다
금융회사가 보여주는 최고금리에는 우대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신규 고객 여부, 자동이체, 급여이체, 앱 가입, 일정 금액 이하 예치 같은 조건이다. 기본금리가 연 3.0%이고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연 3.5%가 되는 상품이라면, 조건을 맞출 수 없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연 3.0%다.
비교할 때는 같은 가입 기간과 같은 예치 금액을 놓고 기본금리, 달성 가능한 우대금리, 이자 지급 시점을 차례로 확인하면 된다. 우대금리에 예치 한도가 있는지도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높은 금리가 500만 원까지만 적용된다면 3,000만 원을 맡기려는 사람에게는 광고 속 숫자만큼의 효과가 나지 않는다.
금리는 가입 시점에 바뀔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비교공시나 각 금융회사의 상품설명서로 후보를 좁힌 뒤, 실제 가입 화면에서 적용금리와 조건을 다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같은 은행의 상품이라도 영업점과 모바일 앱의 가입 조건이 다를 수 있다.
세후 이자로 바꿔 계산한다
예금 금리는 대개 세전 연이율로 표시된다. 일반적인 과세 대상 정기예금의 이자에는 이자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가 원천징수된다. 실제로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을 비교하려면 세후 이자를 봐야 한다.
1,000만 원을 연 3.5% 단리 상품에 12개월 맡긴다고 가정하면 세전 이자는 35만 원이다. 여기서 세금 5만 3,900원을 빼면 세후 이자는 29만 6,100원이다. 같은 조건에서 금리가 연 3.3%라면 세후 이자는 27만 9,180원이다. 금리 차이는 0.2%포인트지만, 이 사례의 실제 이자 차이는 1만 6,920원이다. 계산은 설명을 위한 예시이며 상품별 이자 계산 방식과 일수, 우대조건에 따라 실제 금액은 달라진다.
금액이 크다면 세금도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개인의 연간 이자·배당소득 합계가 2,000만 원을 초과할 때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예금 하나의 이자만 볼 게 아니라 다른 금융소득까지 합쳐 판단해야 한다.
예금자보호 한도와 만기 설정을 확인한다
금융위원회 안내에 따르면 2025년 9월부터 예금보호 한도는 금융회사별로 1인당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억 원이다. 같은 금융회사에 계좌를 여러 개 만들어도 한도를 각각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이미 가진 예금 잔액과 앞으로 붙을 이자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저축은행 상품도 보호 대상 정기예금인지 상품설명서의 예금자보호 표시를 확인하는 게 좋다.
만기 뒤 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가입 전에 정해두면 편하다. 자동 재예치를 선택하면 만기 시점의 조건에 따라 다시 예치될 수 있으므로, 새로 적용될 금리와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만기 자금이 곧 필요하다면 지정 계좌로 받는 방식이 더 알맞을 수 있다.
정기예금을 고를 때 내가 먼저 적어두는 숫자는 세 가지다. 돈이 필요한 날짜, 실제 적용받을 금리, 세후 이자다. 여기에 한 금융회사에 맡긴 총액까지 확인하면, 화면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금리보다 내 계획에 맞는 상품이 눈에 들어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