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부모님 집을 물려받으면 집값에서 5억 원을 빼고 세금을 계산하면 되는지 물었습니다. 상속세면제한도를 검색하면 5억 원, 10억 원이라는 숫자가 먼저 보이죠. 그런데 그 숫자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면세 기준이 아닙니다. 상속인이 누구인지, 배우자가 있는지, 생전에 증여한 재산이 있는지에 따라 계산이 달라집니다.
먼저 상속재산의 금액부터 잡아야 합니다
상속세는 가족 한 사람이 받은 재산만 따로 떼어 계산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고인이 남긴 재산을 기준으로 계산을 시작합니다. 집과 토지, 예금, 주식은 물론 상속재산으로 보는 보험금 등도 확인해야 합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사망일 현재의 시가로 평가합니다. 아파트가 있다고 해서 오래전에 산 가격을 그대로 쓰면 계산이 크게 어긋날 수 있습니다.
재산을 모두 더한 뒤에는 인정되는 채무, 공과금, 장례비용 등을 확인합니다. 반대로 생전에 가족에게 준 돈이 다시 계산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망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 5년 이내에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이 합산 대상입니다. 그래서 통장에 남은 돈만 보고 ‘5억 원보다 적으니 상속세가 없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일괄공제 5억 원은 이렇게 적용됩니다
많이 말하는 상속세면제한도 5억 원은 보통 ‘일괄공제’를 가리킵니다.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거주자가 사망한 경우 기초공제 2억 원과 자녀 등 인적공제의 합계액, 일괄공제 5억 원 중 큰 금액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두 금액을 모두 더해 7억 원을 빼는 방식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성인 자녀 두 명이 상속받는다면 자녀공제는 각 5천만 원으로, 기초공제와 합쳐 3억 원입니다. 이 경우에는 일괄공제 5억 원 쪽이 큽니다. 자녀가 많거나 미성년자·장애인 공제 등 해당 요건이 있다면 기초공제와 인적공제를 합친 금액을 비교해 봐야 합니다.
한 가지 예외도 있습니다. 배우자 혼자서 상속받는 경우에는 일괄공제 5억 원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때는 기초공제와 해당 인적공제, 배우자공제를 각각 따져야 합니다. ‘상속인이 배우자니까 5억 원부터 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배우자가 있으면 왜 10억 원이라는 말이 나올까요
고인에게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 상속공제를 함께 살펴봅니다. 배우자가 실제로 받은 재산이 없거나 5억 원보다 적어도, 법에서 정한 배우자공제 5억 원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상속받는 흔한 사례에서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공제 5억 원을 합쳐 ‘대체로 10억 원’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가령 다른 합산 재산이나 특별한 변수가 없고, 평가된 상속재산에서 채무 등을 반영한 금액이 9억 원이라면 두 공제만으로 과세표준이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억 원까지 언제나 자동 면세라는 뜻은 아닙니다. 사전증여재산이 합산되거나 상속공제 적용 한도에 걸리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배우자가 5억 원 넘게 실제 상속받는다면 공제액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받은 금액을 무조건 전부 공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을 바탕으로 계산한 한도와 30억 원 한도를 함께 적용하고, 정해진 기한까지 재산 분할과 신고를 마쳐야 하는 요건도 있습니다. 재산 규모가 크다면 분할하기 전에 계산을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추가 공제와 신고 기한도 함께 확인하세요
예금이나 주식 같은 금융재산이 있다면 금융재산 상속공제 대상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채무를 뺀 순금융재산을 기준으로 계산하며 공제 한도는 2억 원입니다. 부모와 오래 함께 살던 집을 자녀가 상속받는 경우에는 동거주택 상속공제도 검토할 만합니다. 다만 10년 이상 동거, 주택 보유 상태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공제 한도는 6억 원입니다. 집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숫자를 대입해 볼 때는 ‘재산 평가액 → 채무 등 반영 → 사전증여재산 확인 → 적용 가능한 상속공제 확인’ 순서가 편합니다. 그리고 세금이 없을 것 같아도 신고 여부는 별도로 챙겨야 합니다. 일반적인 경우 상속세 신고 기한은 사망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입니다. 예를 들어 3월에 사망했다면 9월 말까지가 기준입니다. 고인이나 상속인의 거주 상황에 따라 기한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솔직히 상속세면제한도라는 말 하나로 세금을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9억 원짜리 집이어도 대출, 예금, 생전 증여, 상속인 구성에 따라 계산표가 달라지니까요. 처음부터 ‘우리 집은 5억 원인가, 10억 원인가’를 고르기보다 재산과 가족관계를 한 장에 적어 보면 어디를 확인해야 할지 훨씬 선명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