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구독 내역을 보다가 유튜브프리미엄을 계속 쓰는 이유를 적어봤다. 광고 없이 보는 것, 화면을 끄고 듣는 것, 이동 중에 저장한 영상을 보는 것. 셋 중 실제로 자주 쓰는 건 하나뿐이었다. 무료 프로그램을 찾아 쓴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런 경우엔 대체 앱부터 설치하지 않는다. 돈을 내는 기능 중 내게 필요한 게 뭔지 먼저 가려야 헛수고가 줄어든다.
1. 영상만 본다면 무료 기능부터 확인한다
유튜브프리미엄의 값어치는 시청 습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집에서 긴 영상을 가끔 보는 사람과 출퇴근길에 음악을 몇 시간씩 듣는 사람에게 같은 구독료가 똑같이 아까울 리 없다. 일주일만 시청 기록을 떠올려도 감이 온다. 영상 시청이 대부분이고 음악이나 오프라인 재생은 거의 쓰지 않는다면, 무료 계정으로도 필요한 일을 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중에 볼 동영상과 재생목록은 무료 계정에서도 쓸 수 있다. 보고 싶은 영상을 그때그때 찾느라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이 두 기능만 제대로 써도 체감이 크다. 휴대전화의 작은 화면으로 영상을 띄워 다른 앱을 함께 쓰는 화면 속 화면 기능도 음악이 아닌 콘텐츠에 무료로 제공된다. 다만 기기 설정과 앱 버전에 따라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화면 속 화면과 화면을 완전히 끈 채 소리만 듣는 백그라운드 재생은 다른 기능이다.
여기서 광고는 남는다. 무료 계정의 불편함을 없던 일처럼 말할 생각은 없다. 광고 때문에 영상 흐름이 자주 끊긴다면 구독의 이점이 분명하다. 반대로 광고가 견딜 만한데 습관처럼 결제하고 있었다면, 한 달 정도 무료 계정으로 돌아가 불편한 순간을 세어보는 편이 계산이 빠르다.
2. 듣는 용도라면 콘텐츠를 나눠 본다
저는 강연이나 대담을 음악처럼 틀어놓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듣는 프로그램 중에는 제작자가 팟캐스트로도 배포하는 것이 있다. 안드로이드에서 쓸 수 있는 오픈소스 앱 안테나팟은 팟캐스트를 구독하고, 에피소드를 내려받아 오프라인으로 듣고, 재생 속도도 바꿀 수 있다. 구독료 없이 쓰는 앱이라 이 용도에는 꽤 잘 맞는다. 설치할 때는 공식 앱 장터나 프로젝트가 안내하는 배포처에서 개발자 이름을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함정도 있다. 안테나팟이 유튜브 영상을 가져와 주는 건 아니다. 제작자가 별도 팟캐스트를 올린 콘텐츠에만 통한다. 좋아하는 채널이 영상만 올린다면 대체할 수 없고, 뮤직비디오와 유튜브 뮤직의 곡 목록을 그대로 옮길 수도 없다. 제가 무료 대안을 고를 때 가장 경계하는 말이 ‘완전히 똑같다’는 설명이다. 무료 앱은 쓰임이 맞아야 절약이 된다.
3. 광고 차단과 영상 저장에는 함정이 있다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검색하면 유튜브프리미엄을 공짜로 쓸 수 있다는 식의 글이 쏟아진다. 파이어폭스의 유블록 오리진처럼 무료 오픈소스 콘텐츠 차단 도구 자체는 있다. 하지만 유튜브는 광고 차단을 서비스 약관 위반으로 안내하며, 재생이 막힐 수 있다고 밝힌다. 필터가 오늘 작동해도 다음 달까지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프리미엄과 동등한 안정적 대안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유튜브프리미엄 무료 설치 파일’이나 수정 앱은 더 조심해야 한다. 공식 앱이 아닌 파일에 구글 계정을 입력해야 한다면 절약보다 계정 위험이 먼저다. 설치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출처 허용, 접근성 권한, 기기 관리자 권한까지 요구한다면 멈추는 편이 낫다. 광고 없는 시청을 약속하는 검색 결과 상단의 다운로드 버튼도 개발자 배포처와 다르면 건너뛴다.
영상 저장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 스튜디오에서는 내가 올린 영상을 내려받을 수 있다. 남이 올린 영상을 아무 도구로 파일로 저장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유튜브가 안내하는 다른 사람의 영상 오프라인 시청은 앱 안의 허용된 기능을 기준으로 한다. 저장한 영상이 일반 동영상 파일처럼 갤러리에 남는다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4. 그래도 결제할 만한 사람은 있다
매일 음악을 듣고, 이동 중 화면을 끈 채 재생하며, 광고 없이 여러 기기에서 이어 보는 사람이라면 유튜브프리미엄의 편의가 구독료보다 클 수 있다. 무료 앱 여러 개를 이어 붙여도 같은 경험은 나오지 않는다. 반면 영상 위주 사용자라면 일부 지역에서 제공되는 프리미엄 라이트도 비교 대상이다. 라이트는 대부분의 일반 영상에서 광고를 줄이고 백그라운드 재생과 저장을 제공하지만, 음악 콘텐츠와 쇼츠에는 제한이 있고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은 포함하지 않는다. 가입 가능 여부와 실제 표시 가격은 계정에서 확인해야 한다.
저라면 먼저 일주일 동안 영상, 음악, 오프라인 시청 시간을 따로 적겠다. 영상만 가끔 본다면 무료 계정의 재생목록과 화면 속 화면부터 쓰고, 팟캐스트로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안테나팟으로 옮긴다. 그 뒤에도 광고와 백그라운드 재생이 매일 거슬린다면 결제한다. 구독료를 아끼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무리해서 모든 기능을 공짜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쓰는 기능에만 돈을 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