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부에 전세 보증금 3억 원을 적어 놓고 한참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매달 쓰는 돈은 아니지만, 우리 집 자산에서 가장 큰 금액이었거든요. 전세보험을 알아볼 때도 보증료가 얼마인지부터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적다 보니 먼저 확인할 것이 보였습니다. 내가 가입할 수 있는 집인지, 보증금 전액이 대상인지였습니다.
1. 돌려받을 돈을 보장하는 상품인지
흔히 전세보험이라고 부르지만 상품 이름은 서로 다릅니다. 세입자가 걱정하는 일이 계약이 끝난 뒤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라면, 먼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봐야 합니다. 전세대출을 받을 때 붙는 보증은 은행의 대출금 회수와 관련된 경우가 있어, 상품 이름에 ‘보증’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헷갈립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지킴보증은 모두 임대차계약 종료 후 반환받지 못한 보증금을 대상으로 합니다. 다만 가입 대상과 심사 조건은 다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지킴보증은 해당 공사의 전세자금보증을 이용 중이거나 함께 신청하는 경우가 대상입니다. 대출을 어느 기관의 보증으로 받았는지부터 확인하면 선택지가 한결 분명해집니다.
2. 보증금보다 집의 한도를 먼저 계산하기
보증금이 상품의 금액 기준 안에 들어와도 바로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일반 반환보증은 전세보증금이 수도권 7억 원, 그 밖의 지역은 5억 원 이하여야 합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지킴보증도 임대차보증금에 같은 지역별 기준을 둡니다. 이 숫자는 첫 문턱일 뿐, 실제 보증한도는 집값과 앞선 채권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령 보증기관이 인정한 집값이 4억 원이고 선순위 채권이 1억 원이라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지킴보증에서 집별 한도를 가늠하는 계산은 4억 원의 90%에서 1억 원을 뺀 2억 6천만 원입니다. 내 보증금이 3억 원이라면 지역별 금액 기준을 충족해도 이 한도로는 전액 가입이 어렵습니다. 실제 심사에서는 주택 유형과 다른 선순위 보증금도 확인하니, 계약 전 등기사항증명서와 보증기관의 인정 집값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집주인이 ‘대출은 거의 갚았다’고 말해도 등기상 근저당권 설정액을 확인하는 과정은 남습니다. 다가구주택이라면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도 영향을 줄 수 있고요. 제가 가계부에 보증금을 자산으로 적을 때는 이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까지 메모해 두는 이유입니다.
3. 보증료는 2년치와 월 환산액을 함께 보기
보증료가 몇십만 원으로 보이면 선뜻 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계약기간 전체 금액과 월 환산액을 나란히 적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안내에 나온 요율을 예로 들면, 보증금 3억 원인 아파트의 부채비율이 70% 이하일 때 연 요율은 0.107%입니다. 2년을 단순 계산하면 약 64만 2천 원, 월로 나누면 약 2만 6천750원입니다. 실제 보증료는 보증기간의 일수와 심사 결과, 할인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지킴보증은 담보인정비율에 따라 연 0.04~0.18%의 요율을 안내합니다. 같은 3억 원이라도 가입 자격과 집의 채권 상태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므로 숫자 하나만 떼어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상 보증료를 확인할 때는 보증금 전액을 보장받는지, 어느 기간까지 보장되는지도 함께 적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생활비에서는 월 2만 원대도 작은 돈이 아닙니다. 다만 식비를 억지로 줄여 마련할 항목처럼 생각하면 마음만 무거워집니다. 이사 예산을 만들 때 중개보수, 이삿짐 비용 옆에 보증료 예상액을 한 줄 넣어 두면 계약 직후의 지출 부담을 더 현실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4. 신청일과 만기일을 달력에 따로 적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일반 반환보증과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지킴보증은 원칙적으로 전세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2년 계약이라면 ‘1년쯤 됐을 때 알아봐야지’가 늦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서류를 준비하고 심사를 받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잔금을 치르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챙긴 뒤 신청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여유롭습니다.
만기에도 일정이 있습니다. 보증에 가입했다고 계약 종료일 다음 날 자동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지킴보증은 계약 종료 후 1개월이 지나도록 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우 등 청구 요건을 안내하고,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접수와 채권양도 절차도 요구합니다. 이사 날짜가 촉박하다면 보증기관에 필요한 절차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제 가계부에는 전세보험을 ‘고정비’가 아니라 큰돈의 반환 일정과 연결된 비용으로 적습니다. 보증료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가입 가능한 집인지와 내 보증금이 어디까지 대상인지 확인한 다음 비용을 계산하는 순서가 마음도 덜 급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