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SSG 경기를 다시 보다가 최민준의 등판 기록을 찾아봤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투수라 승패만으로는 시즌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이리안과의 결혼 소식이 들렸다. 같은 야구장에서 각자의 일을 해온 두 사람이 11월에 부부가 된다니 반가웠다. 기록표에도 눈이 갔다. 최민준에게 올해는 어떤 시즌이었을까.
11월 29일, 인천에서 이어지는 인연
스포티비뉴스의 10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SSG 랜더스 투수 최민준과 치어리더 출신 이리안은 11월 29일 인천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두 사람은 1999년생 동갑내기다. 선수와 소속팀 치어리더로 인연을 맺어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전해졌다.
이리안은 2021년 치어리더로 데뷔해 농구, 축구, 야구 현장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모델과 영상 창작자로도 일하고 있다. 야구팬에게는 SSG 응원단에서 보낸 시간이 익숙하겠지만, 그의 경력을 그 한 장면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은 같은 경기를 향해 움직여도 하루의 리듬이 다르다. 두 사람이 야구장에서 만났다는 사실은 그 각자의 시간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30경기와 102⅔이닝 사이에 있는 변화
최민준은 2018년 프로에 입단한 우완 투수다. KBO 기록실을 보면 2025년에는 40경기에서 65⅔이닝을 던져 2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2026년에는 30경기, 102⅔이닝, 4승 7패, 평균자책점 4.91이다. 등판은 10경기 줄었는데 투구 이닝은 정확히 37이닝 늘었다.
이 차이가 재미있다. 경기 수만 보면 출전 기회가 줄어든 듯하지만, 이닝까지 붙여 놓으면 한 번 마운드에 올라 책임진 길이가 달라졌다는 게 보인다. KBO의 올 시즌 기록표에는 73탈삼진, 49볼넷, 15피홈런도 남아 있다. 피안타와 볼넷을 합쳐 이닝으로 나눈 WHIP는 1.47이다. 주자를 내보낸 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장면이 적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평균자책점이 지난해보다 높아진 이유를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기보다는, 등판 방식과 긴 이닝에서 나온 결과를 함께 보는 편이 맞겠다.
승리가 두 배가 됐다고 투구가 두 배 좋아졌다고 말할 수도 없고, 패배가 늘었다고 매번 좋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다. 승패에는 득점 지원과 교체 시점이 함께 들어간다. 최민준처럼 선발과 구원을 오간 투수의 시즌은 특히 등판 수, 이닝, 출루 허용을 나란히 놓아야 윤곽이 드러난다.
8월의 무실점과 10월의 실점이 함께 남았다
경기별 기록은 한 시즌의 굴곡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8월 26일 한화전에서 최민준은 5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했다. 9월 1일 키움전에서도 5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두 경기 모두 볼넷은 4개씩이었다. 실점을 막아낸 결과는 분명 좋았지만, 그 과정이 내내 편안했던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반대로 10월 10일 KIA전에서는 2⅓이닝 동안 5피안타, 그중 홈런 2개를 허용하며 4실점했다. 8월과 9월의 무실점 승리만 기억하면 이 경기가 빠지고, 마지막 등판만 떠올리면 앞선 두 번의 호투가 지워진다. 솔직히 팬 입장에서는 강하게 남은 한 장면으로 선수를 평가하기 쉽다. 그래서 시즌 기록과 개별 경기 내용을 함께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올해 기록표의 102⅔이닝은 최민준이 여러 역할에서 마운드를 지킨 시간을 담고 있다. 동시에 49볼넷과 15피홈런은 다음 시즌에 눈여겨볼 지점이다. 볼넷으로 쌓인 주자가 장타와 만나는 상황을 얼마나 줄일지, 좋은 날의 투구를 얼마나 꾸준히 이어갈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는 기록을 보고 세운 기대일 뿐, 결혼이 성적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은 아니다.
축하할 일과 지켜볼 기록은 각자의 자리에서
11월 29일의 주인공은 최민준과 이리안 두 사람이다. 야구장에서 시작된 인연이 새로운 생활로 이어지는 일은 그 자체로 축하할 만하다. 한편 야구팬인 나는 내년 개막 후에도 최민준의 등판표를 펼쳐볼 것 같다. 올해보다 많은 이닝을 던지는지가 아니라, 주자를 내보낸 뒤 어떤 공으로 이닝을 끝내는지가 궁금하다. 좋은 소식은 기쁘게 받아들이고, 마운드의 이야기는 그가 던지는 공과 기록으로 따라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