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좀비물을 고르다가 제목만 보고는 분위기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감염 사태를 다뤄도 학교에서 탈출하는 이야기와 조선의 역병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보는 맛이 꽤 다르다. 넷플 좀비 드라마를 찾는다면 유명한 작품부터 재생하기보다, 내가 보고 싶은 긴장감이 무엇인지 먼저 떠올리는 편이 좋다.
빠른 감염과 또래의 갈등이 끌린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고등학교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며 시작한다. 학생들은 교실과 복도, 방송실처럼 익숙한 공간을 오가며 살아남을 길을 찾는다. 넷플릭스 작품 정보에는 2022년 공개작, 현재 시즌 1개로 표시돼 있다. 시즌 2 제작은 발표됐지만, 새 시즌을 이미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생각하고 시작하지는 않는 게 좋다.
이 작품의 강점은 학교라는 좁은 공간을 쓰는 방식이다. 계단 하나를 내려가는 일도 위험하고, 누가 문을 열지 결정하는 순간에는 학생들 사이의 관계가 드러난다. 좀비의 움직임이 빠른 편이라 추격 장면의 압박도 크다. 다만 괴물과 싸우는 이야기만 기대했다면 친구 사이의 갈등, 따돌림, 어른들의 대응에 상당한 시간을 쓰는 전개가 길게 느껴질 수 있다. 피가 보이는 장면도 잦아 가벼운 학원물 분위기를 기대하고 틀기에는 맞지 않는다.
좀비와 권력 다툼을 함께 보고 싶다면
《킹덤》은 조선에서 퍼지는 역병과 병든 왕을 둘러싼 정치적 비밀을 한 줄로 묶는다. 넷플릭스에는 시즌 2개가 올라와 있다. 세자 일행이 감염자에게 쫓기는 장면도 강하지만, 누가 진실을 숨기고 누구를 희생시키는지가 이야기를 계속 밀어간다. 그래서 좀비물을 좋아하면서도 인물의 선택에 무게가 실린 사극을 보고 싶다면 잘 맞는다.
처음부터 감염자만 쉴 새 없이 나오는 작품은 아니다. 궁궐의 권력 관계와 인물들의 동선을 따라가야 뒤의 위기가 더 선명해진다. 반대로 이 부분이 맞지 않으면 초반이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넷플릭스의 《킹덤: 아신전》은 본편과 연결되는 별도의 스페셜 에피소드다. 제목 때문에 새 시즌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본편 시즌 1·2를 본 뒤에 이어서 보는 쪽이 인물과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기 편하다.
설명보다 생존의 속도를 원한다면
《블랙 썸머》는 미국을 배경으로, 좀비 사태 속에서 헤어진 딸을 찾는 로즈와 다른 생존자들을 따라간다. 넷플릭스 작품 정보에는 시즌 2개로 표시돼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학생들 사이의 감정을 오래 쌓고, 《킹덤》이 역병 뒤의 권력을 파고든다면, 이 작품은 당장 다음 몇 분을 버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낯선 사람과 동행할지, 숨을 곳을 믿어도 될지 판단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사태의 원인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이야기를 기대하면 답답할 수 있다. 인물들이 서로를 충분히 알기 전에 위험이 닥치고, 안전하다고 여긴 장소도 금세 위태로워진다. 그 불안정함이 취향에 맞으면 몰입하기 쉽다. 반면 여러 인물의 관계가 차근차근 깊어지는 드라마를 원한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 쪽이 더 적합하다.
재생 전에 확인하면 좋은 차이
세 작품 모두 감염과 생존을 다루지만 감상의 중심은 다르다. 학교라는 공간과 또래 관계가 궁금하면 《지금 우리 학교는》, 시대극의 권력 싸움까지 보고 싶으면 《킹덤》, 배경 설명을 줄이고 추격의 긴박함에 집중하고 싶으면 《블랙 썸머》가 출발점이다. 넷플릭스는 세 작품을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로 표시한다. 함께 볼 사람이 있다면 좀비라는 소재보다 유혈 장면과 긴장감의 강도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다.
시즌 수와 작품 제공 여부는 바뀔 수 있으니 재생 전 넷플릭스의 작품 화면을 한 번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솔직히 좀비물을 고를 때 가장 큰 차이는 괴물이 얼마나 무서운가보다, 위험 앞에 선 사람들을 어떤 거리에서 바라보게 하느냐에 있다. 그 차이를 알고 시작하면 첫 회부터 내가 원하는 이야기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