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꿈불꿈은 왜 장면마다 뜻이 달라질까요?

물꿈불꿈은 왜 장면마다 뜻이 달라질까요?

꿈 이야기를 모으다 보면 같은 물꿈불꿈을 두고도 서로 다른 풀이를 듣게 됩니다. “물이 넘쳤으니 좋은 일이 생긴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이 잠겼으니 걱정이 많았겠다”는 사람도 있지요. 불꿈도 그렇습니다. 집에 불이 나면 번창한다는 풀이를 아는 사람조차, 꿈속에서 가족을 찾아 헤맸다면 반가운 꿈이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흥미롭습니다. 꿈에 무엇이 나왔는지만큼,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니까요.

물꿈불꿈을 한 가지 뜻으로 읽기 어려운 까닭

옛 해몽에는 두 가지 방식이 함께 보입니다. 장면에서 의미를 연상해 읽기도 하고, 꿈속의 나쁜 일을 현실에서는 좋은 징조로 뒤집어 읽기도 합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도 이런 서로 다른 해석 방식을 설명합니다. 물이나 불에 처음부터 길한 뜻, 흉한 뜻 하나씩 붙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 사전에 실린 민간 풀이만 나란히 놓아도 차이가 드러납니다. 물이 흘러넘치면 혼인이 있을 징조로 읽었지만, 샘이 마르면 재산이 줄어드는 것으로 읽었습니다. 집에 불이 나면 집안이 번창한다고 하면서도, 부엌에서 불이 나면 급한 일이 생긴다고 했지요. 모두 물과 불인데, 물이 넘치는지 마르는지, 불이 난 곳이 집 전체인지 부엌인지에 따라 말이 달라집니다.

이런 풀이를 곧이곧대로 미래의 사건과 연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옛사람들이 물의 흐름과 생활의 풍요를, 집과 부엌을 가족의 살림과 연결해 생각했다는 흔적은 읽을 수 있습니다. 같은 상징이 여러 뜻을 품는 것은 그만큼 물과 불이 일상에서 가까운 존재였기 때문일 겁니다.

물이 넘치는 장면은 왜 서로 다르게 보일까요?

물을 본 꿈과 물에 휩쓸린 꿈은 느낌부터 다릅니다. 맑은 개울을 건너는 장면, 마른 우물을 들여다보는 장면, 방 안으로 물이 밀려드는 장면을 모두 ‘물꿈’이라는 한 칸에 넣으면 중요한 부분이 빠집니다. 물이 어디에 있었는지, 몸에 닿았는지,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를 함께 들어야 꿈꾼 사람의 이야기가 보입니다.

오래된 기록에도 물을 단순한 재물의 표시로만 보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소개하는 이규보의 「몽설」에는 바다에 둘러싸인 누각으로 물이 들어와 잠자리를 적시는 꿈이 나옵니다. 그는 그 꿈을 여러 해 되풀이해 꾸었고, 훗날 유배지에서 꿈과 닮은 장소를 보았다고 기록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기록자가 꿈과 뒤의 경험을 어떻게 이어 보았는지 보여줍니다. 꿈이 실제 앞날을 맞혔다는 증거로 읽기보다, 물에 둘러싸인 장소가 그에게 오래 남은 장면이었다고 읽을 수도 있지요.

반대로 꿈에서 물이 넘쳤는데도 두렵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때는 ‘넘침’이 부담보다 넉넉함으로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같은 장면에서 누군가는 물을 퍼내느라 지치고, 누군가는 물이 차오르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뒤의 두 풀이는 특정 문헌의 고정된 해몽이 아니라 꿈속 행동과 감정을 함께 살피려는 읽기입니다.

광고

불꿈은 타오르는 곳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까요?

불은 눈에 잘 띄고, 번져 나가는 모습도 강렬합니다. 그래서 집에 불이 나는 꿈을 집안의 번창으로 풀이한 전승이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전에는 부엌에 불이 나면 급한 일이 생긴다는 풀이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불길이 크다는 말만으로 두 장면을 같은 꿈으로 만들 수 없는 셈입니다.

가령 멀리서 불빛을 보며 따뜻하다고 느낀 꿈과, 연기 속에서 문을 찾지 못한 꿈은 몸에 남는 감각이 다릅니다. 후자에 오래 남는 것은 불 자체보다 빠져나갈 길을 찾던 마음일 수 있습니다. 실제 화재를 예고한다거나 반드시 재물이 들어온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불꿈을 꾼 뒤 불안하다면 꿈에 붙은 길흉보다 최근에 겪은 일과 꿈속의 두려움을 먼저 돌아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옛 풀이가 오늘의 감각과 어긋나는 대목도 있습니다. 집에 불이 났는데 왜 좋은 꿈이냐고 묻는다면, 옛 해몽에는 재난 같은 장면을 거꾸로 읽는 방식도 있었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놀란 마음까지 좋은 징조라는 말로 덮을 수는 없겠지요. 전승된 풀이와 꿈꾼 사람의 경험은 나란히 놓을 때 더 또렷해집니다.

꿈을 들은 사람은 무엇을 보태었을까요?

꿈의 뜻이 처음부터 장면 안에 고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은 『삼국유사』의 원성왕 이야기에서도 보입니다. 우물에 들어가는 꿈을 두고 처음에는 갇힐 징조라는 풀이가 나왔습니다. 뒤에는 대궐로 들어갈 길조라는 전혀 다른 풀이가 나왔지요. 같은 우물인데 꿈을 들은 사람이 무엇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이 사례는 물꿈을 무조건 좋은 꿈으로 읽으라는 뜻이 아니라, 해몽에도 해석하는 사람의 관점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물꿈불꿈을 들으면 상징의 이름보다 장면을 조금 더 묻습니다. 물은 흘렀는지 고였는지, 불은 어디에서 났는지, 꿈속의 나는 지켜봤는지 움직였는지. 무엇보다 깨고 난 뒤 어떤 감정이 남았는지가 궁금합니다. 옛 풀이에는 그 시대 사람들이 바란 풍요와 두려워한 살림의 위기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 내가 꾼 꿈에는 그 오래된 말과 함께, 지금의 내 사정도 들어 있을 것입니다.

물꿈불꿈은 왜 장면마다 뜻이 달라질까요?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