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휴대폰 매장 앞에서 ‘공짜폰’이라는 문구를 보고 잠깐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기기값이 0원이라면 솔깃하죠. 그런데 옆에 적힌 작은 글씨를 읽어 보니 특정 요금제를 몇 달간 쓰고 부가서비스에도 가입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공짜폰을 고를 때는 광고 문구보다 계약서의 숫자를 먼저 보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기기값 0원이 무엇을 뜻하는지 확인하기
가장 먼저 물어볼 것은 “할부원금이 얼마인가요?”입니다. 할부원금은 지원금과 판매점 할인을 적용한 뒤 실제로 갚아야 할 휴대폰 가격입니다. 진짜 기기값이 0원이라면 계약서의 할부원금도 0원이어야 합니다. ‘첫 달 납부액 0원’이나 ‘월 기기값 0원’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월 납부액에는 통신요금, 휴대폰 할부금, 할부 수수료, 부가서비스 요금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가족 결합 할인이나 카드 이용 실적에 따른 할인을 기기값 할인처럼 설명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할인은 조건이 바뀌면 사라질 수 있으니, 판매점이 깎아 준 금액과 내가 매달 받아야 하는 혜택을 구분해서 들어야 합니다.
방송통신 이용자 정보 포털인 와이즈유저에도 ‘무료’ 광고를 보고 계약했지만 실제로는 48개월 할부와 중고폰 반납 조건이 붙었던 사례가 소개돼 있습니다. 반납해야만 남은 할부금이 처리되는 조건이라면, 지금 손에 쥔 휴대폰이 아무 조건 없이 내 것이 되는 거래와는 다릅니다.
요금제 차이를 24개월 비용으로 계산하기
할부원금이 0원이어도 통신비가 늘면 전체 지출은 커집니다. 예를 들어 평소 월 5만 5천 원 요금제를 쓰는데 공짜폰 조건으로 월 9만 5천 원 요금제를 6개월 써야 한다고 해볼게요. 요금제 차이만 월 4만 원, 6개월이면 24만 원입니다. 여기에 월 1만 1천 원짜리 부가서비스를 3개월 유지하면 3만 3천 원이 더 듭니다. 기기값 0원 뒤에 추가 부담 27만 3천 원이 생기는 셈이죠.
비교할 때는 두 선택지의 기간을 똑같이 맞추면 쉽습니다. 공짜폰 조건으로 6개월을 쓴 뒤 원하는 요금제로 바꿨을 때의 24개월 총액과, 기기값을 일부 내고 처음부터 원하는 요금제를 썼을 때의 24개월 총액을 각각 적어 보세요. 첫 달 청구액만 비교하면 몇 달 뒤 달라지는 비용이 빠집니다.
“6개월 뒤 요금제를 바꿔도 된다”는 말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변경 가능한 날짜, 내려갈 수 있는 요금제 범위, 조건을 어겼을 때 지원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중요합니다. 부가서비스도 해지 가능한 날짜와 유료 전환 여부를 계약 전에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약속한 내용은 설명으로만 듣지 말고 계약서에 적힌 조건과 맞는지 대조해야 합니다.
지원금과 요금할인 중 유리한 쪽 고르기
휴대폰을 살 때는 기기 가격을 낮추는 통신사 지원금과 매달 요금을 할인받는 선택약정도 비교해 볼 만합니다. 스마트초이스 안내에 따르면 선택약정은 대상자가 1년 또는 2년 약정을 맺으면 월 요금의 25%를 할인받는 방식입니다. 월 5만 5천 원 요금제를 24개월 유지한다면 할인액은 월 1만 3천 750원, 총 33만 원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통신사 지원금이 30만 원이라면 할인액만 놓고는 선택약정 쪽이 3만 원 큽니다.
다만 실제 견적은 판매점 추가지원금까지 넣어 봐야 합니다. 단말기 유통법 폐지 이후에는 선택약정을 받으면서 판매점 추가지원금을 받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지원금으로 살 때의 할부원금”과 “선택약정으로 살 때의 할부원금 및 월 요금”을 각각 적어 달라고 하면 비교가 분명해집니다. 선택약정 대상 여부와 현재 지원금은 스마트초이스와 이용할 통신사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서 확인할 숫자들
마음에 드는 공짜폰을 찾았다면 서명 전에 계약서에서 출고가, 통신사 지원금, 판매점 추가지원금, 할부원금, 할부 개월 수를 차례로 확인해 보세요. 그다음 요금제 이름과 유지 기간, 부가서비스 요금과 해지 날짜, 중고폰 반납이나 카드 이용 조건을 봅니다. 판매자가 말한 ‘0원’이 어느 항목의 0원인지 여기서 드러납니다.
- 할부원금이 0원인가, 아니면 월 요금할인으로 할부금을 상쇄한다고 설명하는가?
- 요금제나 부가서비스를 유지해야 하는 기간은 얼마인가?
- 중도 해지하거나 요금제를 바꾸면 추가로 부담할 금액이 있는가?
- 24개월 동안 실제 낼 돈은 다른 구매 방법과 비교해 얼마인가?
조건이 복잡할수록 현장에서 바로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견적 내용을 받아 두고 평소 쓰는 요금제와 나란히 계산해 보면 ‘공짜’라는 말에 가려졌던 비용이 보입니다. 저라면 기기값 0원이라는 한 줄보다, 2년 동안 편하게 쓸 수 있는 조건인지에 더 무게를 둘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