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비트코인 선물 거래 화면을 보다가 가격은 예상한 방향으로 돌아왔는데 포지션은 이미 청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7년 동안 거래소와 온체인 데이터를 같이 보며 매매할 때 자주 본 장면이다. 방향을 맞히는 일과 그때까지 포지션을 버티는 일은 다르다. 코인 레버리지 청산은 시장 전망이 틀렸다는 판정보다, 유지증거금을 채우지 못했다는 계좌의 계산 결과에 가깝다.
1. 배율보다 먼저 포지션 크기를 본다
증거금 100 USDT로 10배 롱을 잡으면 포지션 규모는 1,000 USDT다. 가격이 진입가에서 5% 내려가면 단순 계산상 손실은 약 50 USDT, 증거금의 절반이다. 20배로 같은 100 USDT를 넣으면 포지션은 2,000 USDT가 되고, 같은 5% 하락에 손실은 약 100 USDT가 된다. 수수료와 펀딩비를 빼기 전 계산이다.
여기서 20배 포지션은 5% 하락하면 청산된다고 외워서는 곤란하다. 실제 청산은 증거금이 유지증거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거래소가 정한 유지증거금률, 포지션 규모, 추가 증거금, 수수료에 따라 청산 가격이 달라진다. 바이비트의 공식 계산식도 이 항목들을 따로 반영한다. 주문창의 배율 숫자보다 포지션 명목가치와 표시된 청산 가격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2. 현재가와 청산 기준 가격은 다를 수 있다
차트에서 보는 마지막 체결가가 청산을 직접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바이낸스와 바이비트는 선물 청산 위험을 평가할 때 시장 가격을 반영해 산출한 마크 가격을 쓴다고 안내한다. 거래소 화면에서 마지막 체결가와 마크 가격이 벌어지면 차트만 보고 계산한 여유 폭도 실제와 달라진다.
특히 급등락 때는 지정가 손절 주문을 넣어뒀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기 어렵다. 주문의 발동 기준을 마지막 체결가로 설정했는지, 마크 가격으로 설정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발동 뒤에도 호가가 얇으면 예상 가격에 체결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진입 전에 손절 기준, 예상 손실액, 청산 가격 사이에 충분한 간격이 있는지 숫자로 적어둔다. 손절이 청산 가격과 거의 붙어 있다면 작은 가격 차이에도 계획이 무너진다.
3. 미결제약정과 펀딩비는 함께 읽는다
가격이 오르고 미결제약정도 늘면 새 선물 포지션이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숫자만으로 롱이 우세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새 계약에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동시에 들어온다. 그래서 가격 변화, 거래량, 펀딩비를 함께 본다. 상승 구간에서 펀딩비가 높은 양수로 오래 유지되면 롱 포지션 유지 비용이 커지고, 한쪽으로 쏠린 거래가 되돌림에 취약할 수 있다.
반대로 미결제약정이 급감하면서 가격도 빠르게 밀리면 기존 포지션이 닫히거나 강제로 줄어든 구간일 가능성을 생각한다. 다만 미결제약정 감소분을 전부 청산 물량으로 읽을 수는 없다. 자발적 손절과 익절도 섞여 있다. 거래소별 청산 집계 역시 시장 전체의 정확한 청산액과 같다고 보기 어렵다. 숫자가 급할수록 한 지표로 원인을 확정하지 않는 편이 낫다.
4. 온체인 수급은 청산 시점을 알려주지 않는다
거래소로 코인이 대량 유입되면 매도 압력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나도 유입량을 확인하지만, 입금 목적까지 온체인에서 읽을 수는 없다. 현물 매도 준비일 수도 있고 담보 이동, 거래소 내부 지갑 이동일 수도 있다. 반대로 거래소 밖으로 빠져나간 물량이 곧바로 상승을 뜻하지도 않는다. 온체인 거래와 선물 청산은 기록되는 장소와 속도가 다르다.
그래서 거래소 순유입이 늘었다면 유입이 한 번에 발생했는지, 며칠 이어졌는지, 현물 거래량이 실제로 늘었는지 비교한다. 이후 선물 미결제약정과 펀딩비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확인한다. 온체인 데이터는 수급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지만, 몇 분 뒤 어느 가격에서 청산이 터질지 알려주는 타이머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5. 청산 가격보다 허용 손실을 먼저 정한다
내가 포지션을 잡을 때 출발점은 배율이 아니라 계좌에서 감당할 손실액이다. 예를 들어 계좌가 2,000 USDT이고 한 거래의 허용 손실을 20 USDT로 정했다면, 진입가와 손절가의 간격에 맞춰 포지션 크기를 역산한다. 손절 폭이 2%라면 수수료와 미끄러짐을 제외한 단순 계산상 포지션은 1,000 USDT다. 100 USDT를 증거금으로 넣으면 10배지만, 200 USDT를 넣으면 5배다. 같은 포지션이라도 증거금 배분과 청산까지의 거리가 달라진다.
격리마진은 해당 포지션에 배정한 증거금을 중심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교차마진은 계좌의 다른 가용 증거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교차마진에서 화면에 보이는 청산 가격은 다른 포지션과 계좌 잔고가 바뀌면 함께 움직일 수 있다. 거래소별 규칙도 다르니 주문 직전 표시값을 다시 확인한다. 가격 방향이 맞아도 변동성을 버틸 자금이 없으면 그 예측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내게 레버리지는 수익률을 키우는 버튼보다 손실 한도를 더 엄격하게 계산하게 만드는 숫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