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중고 노트북을 구경하다가 같은 가격대의 두 제품 앞에서 한참 멈췄다. 하나는 ‘코어 i7’, 다른 하나는 ‘코어 i5’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엔 i7 쪽이 당연히 더 좋겠거니 했다. 그런데 모델명을 끝까지 읽어보니 출시 시기도, 전력을 쓰는 방식도 달랐다. 인텔CPU는 앞의 i5·i7만 보고 고르기엔 이름에 담긴 정보가 꽤 많았다.
내 노트북에 들어간 인텔CPU부터 확인했다
비교하기 전에 지금 쓰는 노트북의 CPU 이름을 확인했다. 윈도우에서 Ctrl·Shift·Esc를 함께 누르고 작업 관리자를 열어 ‘성능’ 탭의 ‘CPU’를 누르면 오른쪽 위에 모델명이 나온다. 인텔의 제품 확인 안내에도 나오는 방법이다. 작업 관리자가 간단한 화면으로 열리면 ‘자세히’를 눌러 탭을 펼치면 된다.
여기서 필요한 건 ‘코어 i5’라는 앞부분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코어 i5-1235U’라면 1235U까지 적어둬야 비교가 된다. 온라인 판매 글에 CPU 이름이 짧게 적혀 있다면 판매자에게 전체 모델명을 물어보는 편이 낫다. 같은 i5라도 뒤의 숫자와 문자가 다르면 서로 다른 제품이기 때문이다.
내가 해보니 이 단계가 의외로 유용했다. 지금 쓰는 기기의 모델명을 기준으로 삼으면 새 제품의 설명이 덜 막연해진다. 평소 문서 작업과 영상 시청이 답답하지 않았다면, 무작정 더 높은 등급을 찾기보다 무엇 때문에 교체하려는지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숫자와 끝 글자를 읽으니 이름이 좀 풀렸다
기존 ‘코어 i’ 계열의 i5-1235U를 예로 들면, i5 다음에 오는 ‘12’는 12세대를 뜻한다. i7-1165G7이라면 ‘11’이 11세대를 가리킨다. 인텔도 기존 코어 i 계열의 세대를 이런 식으로 구분한다. 다만 이 규칙을 모든 인텔CPU 이름에 그대로 적용하면 헷갈린다. ‘코어 울트라’와 새 ‘코어’ 계열은 이름 붙이는 방식이 달라졌다.
끝의 문자도 눈여겨봤다. 노트북 모델명에 붙는 U는 전력 효율을 중시하는 계열, H는 높은 성능을 겨냥한 계열이다. 데스크톱에서 보이는 K는 배수 잠금이 해제된 모델이고, F는 별도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한 모델이다. 특히 F가 붙은 CPU로 데스크톱을 맞출 때 그래픽카드를 빠뜨리면 화면 출력부터 문제가 될 수 있어 구성품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고 H가 붙으면 언제나 U보다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오래 들고 다닌다면 배터리와 무게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반대로 영상 편집이나 무거운 프로그램을 자주 쓴다면 냉각 성능까지 갖춘 노트북이 편할 수 있다. CPU 이름은 기기의 성격을 짐작하게 해주지만, 사용 경험 전체를 대신 말해주지는 않았다.
i7이라는 글자보다 사용 장면을 먼저 적었다
내 기준으로는 할 일을 세 가지로 나누니 고르기가 쉬웠다. 인터넷 창을 여러 개 띄우고 문서를 쓰는지, 사진·영상을 자주 편집하는지, 게임까지 하는지다. 첫 번째가 대부분이라면 CPU 등급을 올리는 데만 예산을 쓰기보다 메모리 용량과 저장장치, 화면 상태를 함께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여러 프로그램을 켰을 때 버벅이는 느낌은 CPU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편집 작업을 한다면 CPU 모델명뿐 아니라 메모리 용량과 냉각 구조를 같이 확인한다. 같은 CPU가 들어가도 노트북의 두께와 열을 식히는 방식에 따라 오래 작업할 때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게임용이라면 그래픽 장치 이름도 꼭 봐야 한다. ‘코어 i7 탑재’라는 문구만으로 원하는 게임이 잘 돌아갈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고 제품이라면 더 확인할 게 있다. 판매 글에 적힌 CPU가 실제 기기와 같은지 작업 관리자 화면으로 확인하고, 배터리 상태와 충전기 포함 여부, 팬 소음도 살핀다. 화면 사진 한 장만으로 모든 상태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모델명 오기는 줄일 수 있다. 오래된 i7과 비교적 새로운 i5를 앞자리만 보고 판단하지 않게 되는 것도 큰 변화였다.
가격표를 다시 보니 비교할 항목이 달라졌다
처음 눈에 들어왔던 두 노트북으로 돌아가 보니, 이제는 ‘i7이니까 이쪽’이라고 고르기 어려웠다. CPU의 전체 모델명, 메모리와 저장장치, 무게와 배터리 상태를 한 줄씩 적어보는 게 훨씬 빠르다. 인텔CPU의 숫자와 문자는 선택을 돕는 단서이지 점수표는 아니다.
솔직히 모델명을 읽는 법을 안다고 해서 모든 제품의 속도를 단번에 맞힐 수는 없다. 그래도 판매 문구에 끌려가기보다 내가 쓰는 방식에 맞춰 질문할 수 있게 됐다. 다음에 노트북을 고를 때도 CPU 이름을 끝까지 읽는 일부터 시작할 것 같다.
